보송보송한 모습으로 회진 한재공원에 넘실
3만여평 자생 군락지 형성, 전국 최대 규모






사진/엄길섭

며칠 전 새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전국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즈음. 한반도의 최남단 바닷가, 정남진 장흥에서는 봄의 전령 할미꽃이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만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남 장흥군 회진면 한재공원의 능선 약 3만평에 걸쳐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는 자생 할미꽃이 지난 2월 말부터 봉긋 봉긋 일어서기 시작하여 지금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흰 털을 잔뜩 뒤집어 쓴
꽃대와 잎, 한쪽으로 구부러진 채 피는 검은 자주색 꽃이 특징인 할미꽃(Pulsatilla koreana)은 청정해역 득량만을 안고 있는 바닷가의 언덕 한재공원에서부터 봄을 전한다.

이곳의 할미꽃은 전국 최대규모의 자생 군락지임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으며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도덕적으로 문란해지고 각박해지는 현대인들에게 할미꽃의 전설을 통하여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탐방객들과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할미꽃-.
천만가지 꽃 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 가시 돋고 등 곱은 할미꽃이 되었나.
하하하하 우습다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어찌 된 셈인지 할미꽃은 "젊어서도 할미꽃"이라는 가련한 소리를 듣고 있다.
이 꽃은 우리의 마음속에 소박한 정서를 불러 일으켜주고, 고향 생각에 젖게 한다.

이곳 한재에는 산 능선의 전면적이 모두 할미꽃으로 덮여있고 이중 6천여평은 말끔하게 정리된 잔디가 광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자생군락지가 알려지면서 이른 봄부터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으며, 장흥군 관내의 초, 중학생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으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이곳의 할미꽃들은 막내손자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효심을 이야기하며 5월 가정의 달이 다할 때까지 피고 질 것이다.
청정해역 득량만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보이는 한재공원!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효행이 절절이 배어있는 한 많은 한재의 가슴아픈 할머니의 할미꽃!


할미꽃 하면 다들 못생기고, 볼품없는 여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할미꽃은 꽃잎이 빨갛고, 뽀송하게 털이 나있으며 만지면 비단같고, 겸손하게 땅을 향해 피어 자신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할미꽃, 특히 한재의 할미꽃은 그 어느 꽃보다 귀하고, 곱고 아름답다고 해도 시시비비를 따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고장 출신 소설가 한승원 작가의 고향마을이 한재의 산기슭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학창시절에 매일 이곳을 넘으며 꿈을 키웠고 또한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한재공원!

한재공원의 정상에 올라가 바라보면 기라성 같은 소설가 한승원, 이청준, 이승우 님들의 생가와 작품 배경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장흥군은 이곳 한재공원이 깨끗한 바다의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일출광경 등 주변경관이 좋은 점을 최대한 살려 전망대와 체력단련시설, 휴양시설 등을 설치하여 공원으로서의 활성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할미꽃 단지 군락지를 확대 조성하여 관광자원화 함은 물론, 우리고유의 미풍양속인 효(孝)의 체험과 볼거리 장소로 가꾸어 갈 계획이다.

또한, 연차적으로 할미꽃 체험로, 할미꽃동산 관찰학습장, 허브가든, 조망공원, 전망대 등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3월 17일부터 25일까지 제3회 할미꽃 봄나드리 행사가 열려 기간중에 이곳에 가면 야생화 전시, 할미꽃 생태관찰, 무료시식코너 운영, 봄나물 판매 등 아기자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올 봄엔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보기만 해도 그리움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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