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미FTA에 대한 대학생 인터뷰 기사가 조작이었다는 청와대 <국정브리핑>의 사과가 있었다. 과연 한미FTA가 참여정부의 도덕성까지 내팽개치면서 총력전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인가?

7월 1일부터는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었다. 협상추진 전에 협상카드를 내준 결과라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우리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추진해온 통상협상은 언제나 국민적 저항에 봉착했다. 협상이 투명하지 못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외협상을 추진하면서 대내개혁과 국민적 합의절차를 생략하거나 게을리 해서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이고 후진적인 시스템에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생명을 내맡겨야 하는가?

통상협상이 항상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이유

2004년 통외통위에 보고한 정부의 FTA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한미FTA는 한일, 한중FTA 보다 후순위였다. 그리고 당시 정부는 한칠레FTA 후속으로 한싱FTA, 한유럽자유무역연합FTA 등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는 향후의 한ASEAN, 한EUFTA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한미FTA는 우리나라 역내 국가인 한일, 한중FTA 이후의 중장기적 과제라고 명백히 밝혀왔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2월 한미FTA를 2007년 7월 1일 이전에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그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의회가 미국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한(TPA)의 시한이 그때 종료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쪽에서 우리나라와의 FTA를 추진함에 있어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스크린 쿼터 축소 등의 4대 조건을 미국의 입장대로 해결해 주었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듯이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의 FTA는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구조, 국민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한에 쫓겨(그것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시한에 쫒겨) 추진하는 것은 졸속추진이라는 여론을 피할 수 없으며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물론 한미FTA는 우리 정부가 먼저 미국에 요구해 왔었다. 미국과의 FTA는 WTO 체제하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1조7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제일의 시장을 생각할 때 불가피하게 넘어야 될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FTA는 양국간의 완전한 경제통합을 준비하는 1단계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없이 많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국민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일FTA를 추진하면서 정부는 수없이 많은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대책을 준비했다. 그러한 연구 성과물인 각종 보고서만도 정부와 민간 포함 100여권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함에도 한일FTA는 현재 일본의 농업시장 개방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에 있다.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실시되었던 지난 2월과 6월 정부의 한미FTA 공청회는 모두 무산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6월 5일부터 진행된 1차 협정문이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협상 전략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국과 3년간 협상안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서둘러 합의하고, 국회의 협상안에 대한 정보공개요구도 거부한 정부의 비밀스러운 한미FTA 추진은 참여정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한미FTA가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적 공론화 과정과 동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형식적인 절차여서는 절대 안된다.

불투명한 협상과정... 통상절차법 제정이 필요하다

7월 10일부터 서울에서 2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각 상품별, 분야별 양허에 대한 밀고 당기는 본격협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은 협상내용을 알 수가 없다. 정부는 협상 중에 협상 과정을 공개하는 나라가 없다는 외교적 관행을 내세우며,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자료 요구까지 거부했다. 이래서는 안된다.

미국 의회는 비록 행정부에 신속협상권한을 부여했지만 행정부로부터 협상과정에 대한 전반을 보고받고, 협상내용에 대해 이익집단 및 각 산업계의 목소리를 투영시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의회를 통해 행정부의 협상내용을 견제하고 국민의 이해를 반영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도 이와 같은 법과 제도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지난 2년간 통외통위에서 활동하면서 쌀협상안과 FTA 협상안에 대한 국회의 검증절차가 매우 미비했음을 통감해 왔고, 국민의 대변자로서,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해 왔다.

이제 우리나라의 통상협상에 관한 절차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이 계류중이다.

그러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통상절차에 대한 입장은 없다.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국민속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등 생활경제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의 큰 틀을 세우는 통상외교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여야 한다.

따라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빠른 시간내에 열린우리당은 통상절차법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피해산업과 계층 지원 대책이 우선이다

한미FTA 협상이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정하더라도, 산업별 득과 실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협상에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줄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협상을 한다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책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소의 피해규모 산정결과가 신뢰성을 갖지 못하고, 여타 산업에 미치는 연구결과가 턱없이 부족한 지금 상태에서 한미FTA 추진은 부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한미FTA의 긍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반론이 매우 설득력에 있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FTA 체결이후 10년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도 상이하게 나오고 있다.

우선 체결한 뒤에 대책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난해 쌀협상안 국회비준 후에 청문회를 한다던 국회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무역과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무역조정지원법'이나'자유무역협정에따른농어업인지원특별법'의 개정 등을 통해 피해산업과 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이 협상체결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업분야의 피해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쌀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전 농업분야의 심각하고도 파괴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는 이제라도 내년 7월 1일 이전에 한미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던 한칠레FTA를 성사시키는 데 3년이 걸렸고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아야 했다.

한미FTA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전 산업, 특히 농업분야에 대한 정확한 영향분석과 대책을 세우고 가야한다. 그 길만이 올바른 한미FTA의 길이다. <오마이뉴스 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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