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호남 민심을 가장 잘 읽고 있는 의원으로 꼽힌다. 전남도당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고 호남권 의원들과도 자주 접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유 의원인지라 대연정 제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도청 관련 파문까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음에도 말을 아껴왔다.

13일 사무실에서 만난 유 의원은 김 전 대통령 주변에 ‘몰렸던’ 정치권 인사들을 향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를 떠났다”는 발언에 대해 유 의원은 “액면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호남권에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그를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를 제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떠난 김대중 가만 놔둬야

유 의원은 “김 전 대통령 자신에게도 지역정당, 호남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업적에 흠이 간다”며 “정치인들도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의중을 읽고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도 그 노력이 부족하다”며 “집권당에서 올바르게 정책을 편다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이 살아 날 것이다. 환심을 사기 위한 ‘어린 정치’를 한다고 해서 그는 흔들릴 사람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거듭된 대연정 제안에 호남권 의원들이 ‘동요’했다는 주장에 대해 유 의원은 단호히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권에서 대연정을 두고 비판의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에 불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탈당까지 결심했던 의원은 없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항상 있을 수 있는 의견차일 뿐”이라며 신중식 의원을 겨냥, “탈당의사를 밝혔다는 의원에게 확인했으나 부인했다. 호남권 의원들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 탈당 의사를 가진 의원이 5~6명 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연정과 관련, 대통령의 의중을 당지도부가 중간에서 잘 전달해 당·청간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개혁연정 찬성, 대연정 반대 입장입니다. 하지만 청와대 만찬 등 의사소통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돼 표출된 것을 봤을 땐 ‘짜증’이 났습니다. 이제 선거구제 개편을 정치개혁 과제로 잡은 이상 지역구도 극복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고건 등 인물 내세우기 전략 더 이상 먹히지 않아

유 의원은 10월 재보선과 관련,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양극화 해소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과제를 치고 나가면 희망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으로 봤을 때 중부권 신당 창립, 고건 전 총리의 급부상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중부권 신당, 크게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과 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움직이고 당이 개혁정당으로서 자리를 잡으면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정치판이 재편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고 전 총리가 민주당 간판만 돼도 이명박 시장, 박근혜 대표를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그런 정도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정책으로 승부를 건 정당중심의 정치세력이 이길 것이다. 인물만 내세우는 ‘반짝’ 전략에 좋은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 유 의원은 “개혁적 인사들이 있다”며 “노선을 분명히 해 경쟁하는 관계로 가야 하는데 무조건 대립구도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2008년 대선 직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의 개혁 세력 결집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지금은 서로 자신이 중심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때쯤이면 본류와 아류가 드러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기득권 수구 세력으로 남는 한 집권은 불가능하다”며 “지역구도를 우려내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과거 청산과 관련,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개혁을 거쳐야지만 집권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우경화 가속...두고 봐선 안된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인 유 의원은 최근 일본의 고이즈미 재집권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일본은 우경화를 결심하고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민족주의 색깔을 드러내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독도,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이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안정적인 정권을 잡은 고이즈미 총리가 통 크게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일본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동북아 정세를 선점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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