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山寺八月十七日朝(낙산사팔월십칠일조)/동고 최립

하늘은 높은데 지는 달은 동쪽에서
넓고 넓은 푸른 물결 붉게 뒤집히고
괴물들 불을 머금어 하늘로 내 보내네.
玉宇迢迢落月東    滄波萬頃忽飜紅
옥우초초락월동    창파만경홀번홍
 踠踠百怪皆啣火    送出金輪黃道中
원원백괴개함화    송출금륜황도중

서산으로 기울던 해가 긴 밤잠을 푹신하게 자고 부스스 눈을 뜨면서 동녘에서 인사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기 위해 동해로 몰린다. 일출日出이다. 오늘 떠오른 태양이 내일이라고 다를 리는 없겠지만, 평상시보다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가 새해 해맞이란다. 시인도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음력 한가위가 지난날이었으니. 달이 지자 맑은 하늘 동녘 저 멀리 아득한데, 동해 바다 만 이랑 푸른 물결 갑자기 붉게 물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금빛 태양을 황도 길로 내보내고 있구나(洛山寺八月十七日朝)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동고(東皐) 최립(崔    : 1539~1612)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그의 문장, 차천로의 시, 한호의 글씨가 ‘송도삼절’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산해ㆍ이순인ㆍ송익필ㆍ최경창ㆍ윤탁연ㆍ백광훈ㆍ하응림 등과 함께 ‘동사팔문장’으로도 불리어졌다. 명나라와의 외교문서를 많이 작성하는데 공헌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달이 지자 맑은 하늘 동녘 저 멀리 아득한데 / 동해 바다 만 이랑 푸른 물결 갑자기 붉게 물드네 // 숱한 괴물들이 불을 물고 굼틀굼틀 하는 듯하더니 / 금빛 태양을 황도 길로 내보내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낙산사 8월 17일 아침 / 낙산사의 해맞이]로 번역된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오봉산五峰山의 낙산사는 해맞이로 알맞은 곳이다. 8월 보름 이틀 뒤, 일출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해맞이가 좋다고 알려지지만, 낙산사에서의 해맞이도 알맞다. 해돋이는 암흑의 밤을 헤치고 광명을 가져다주는 신비스러운 광경이기에, 고대부터 민족마다 신화나 전설이 있고 문인들의 글 소재로 많이 등장했다.

시인은 동해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달이 지니 푸른 물결이 붉게 뒤집히는 광경이란 시낭을 만지작거린다. 하늘은 높은데 지는 달의 동쪽에서, 넓디넓은 푸른 물결이 홀연히 붉게 뒤집힌다고 했다. 일출이 되기 전에는 푸른 물결이 붉은 햇빛을 받아 붉게 되는 장관을 묘사해 보인다.

 화자는 시상은 이제 후정을 뱉어낼 기세를 보이는 시상이다. 꿈틀거리는 백 가지 괴물들이 한 입에 불을 머금더니만, 드디어 금빛 태양을 황도 길로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한서천문지漢書天文志]에서는 황도黃道를 ‘태양이 운행하는 길 또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큰 궤도’라고 했으니 시상의 멋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맑은 하늘 동녘 먼데 동해바다 푸른 물결, 숱한 괴물 꿈틀꿈틀 금빛 태양 황도 길로’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玉宇: 옥같이 맑은 하늘.   迢迢  : 높은 모양. 까마득한 모양. 落月東: 지는 달은 동쪽에서. 滄波萬頃: 넓디넓은 푸른 물결. 忽飜紅: 홀연히 붉게 뒤집히네. // 踠踠  : 용 같이 꿈틀거리는 모양을 형용한 말. 百怪: 백 가지 괴물. 皆啣火: 입에 불을 머금다. 送出: 내보내다. 金輪: 금 바퀴. 黃道中: 황도 가운데.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