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작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홍성담 작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오픈식은 15일 오후 2시에 열렸으며, 학술세미나는 3월7일 오후 2시에 신용철 부산 민주공원 학예실장과 문병학 전 동학기념재단 부장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올해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시가 마련된다.

광주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은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인 고부민란이 일어난 15일을 상기하기 위해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순회전’을 15일부터 오는 3월14일까지 한 달 동안 제1·2전시실에서 전국 대표 민중화가들의 작품이 출품되는 가운데 갖는다고 밝혔다.

‘비원(悲願);긴 여정의 시작’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기념전은 순회전 첫 서막을 여는 가운데 민중미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광주와 부산, 울산 등지의 17명의 작가들을 초대해 130년 동안의 긴 여정을 통한 동학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판화와 회화를 비롯해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혁명의 소용돌이’와 ‘역사를 마주한, 현시대에 던지는 질문들’ 등 두 가지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먼저 ‘혁명의 소용돌이’에서는 평등사상을 꿈꾸며 농민 모두가 개혁의 의지를 담아 참여한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중에 의한 후천개벽을 꿈꾸며 민주개혁, 평화적 통일, 민족단결,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는 민중의 의기에 대한 예술의 기록을 선보인다.

출품작가는 40여 년간 목판화에 매진해온 김준권, 동학 연작을 발표하며 사회변혁운동에 힘써 왔던 이철수, 민중 항쟁사의 기록을 목판연작으로 제작해 민중의 고난과 핍박을 기록하고 증언해온 전정호, 한국 근현대사를 미시적으로 바라보면서 역사 속 실재하는 민중의 삶과 마주하고 우리의 한과 소망을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표현해온 신학철,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 리얼리즘 미학으로 실천하며 목소리를 내온 홍성담씨 등이다.

▲김준권 작 “새야 새야”
▲김준권 작 “새야 새야”

김준권 작가의 ‘새야 새야’(1987)는 불화의 상하 이중구도형식을 이용해 동학의 지도자 전봉준이 민중들을 일깨우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고, 이철수 작가의 ‘동학연작-기민행렬 2’(1984)는 1894년 대외적으로는 외세의 침략과 대내적으로는 권력층의 무능함과 부패에 국가와 민족을 질곡에 빠뜨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전정호 작가는 ‘백산’(2023)과 ‘비모리 전투 삼형제’(2023)를 통해 동학의 의기를 담은 내용을 제시하고 있고, 신학철 작가의 ‘유월 항쟁도’(1999)는 거친 나뭇결에 민중의 간절한 염원을 굵고 거친 선으로 강렬한 표현을 새긴 목판화 작품이며, 홍성담 작가의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2020)은 수많은 열사와 사람이 하늘님처럼 대접받는 후천개벽 세상이라고 하는 동학의 정신을 걸개그림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작이다.

아울러 홍성담 작가의 친동생인 민중화가 홍성민 작가의 ‘대나무와 새’(2024)는 수난의 역사 속에 백성들과 더불어 살아 온 대나무를 소재로 민중들의 시대정신과 민족 공동체의 서사를 담아내고 있으며, 김우성 작가의 ‘눈보라’(2024)는 마지막 전투인 공주 우금치에서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일본군에 패배해 후퇴하는 인물 군상을 보여준다.

▲김경화 작 “조율”
▲김경화 작 “조율”

또 ‘역사를 마주한, 현시대에 던지는 질문들’에서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회복하고 비판적 시각 인식을 살려냈다는 의의를 지닌 민중미술의 정신을 계승하고,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합리한 현실에 대응하는 현실주의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포스트 민중미술에서부터 환경과 젠더, 나이, 인종, 종교, 도시의 사회현상에 이르기까지 생태적 문제 등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출품작가는 영남지역 여성 시민들의 예술 행동 콜렉티브로 사회적 이슈를 젠더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예술과 행동을 결합하는 슈프레히콜 예술형식을 추구해온 김미련&싱 어게인, 언니야! 예술행동 프로젝트팀, 울산민중미술 1세대로 알려진 박경열, 사회 이슈를 역사현장에서 시대와 호흡하며 유형·무형의 흔적을 퍼포먼스로 펼쳐온 서지연씨 등이다.

박경열 작가의 ‘녹두-생명의 뿌리를 내리다’(2004)는 동학정신(녹두꽃)이 백산→우금치→제주→광주→광화문으로 이어지며 근대사의 정신적 뿌리로 우리를 지켜준다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으며, 서지연 작가의 ‘Anima Mundi 2024 shaman king 이소사’(2024)는 동학운동에 서려있는 민중의 한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영상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여기다 전상보 작가의 ‘만남’(2024)은 1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 현재, 미래의 만남을 통해 관계회복과 소통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며,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동학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를 담아 화폭에 담아내고 있고, 박성우 작가의 ‘쇼!’(2024)는 아크릴을 사용해 세필 작업으로 곧은 대숲과 시민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윤은숙 작가의 ‘아니마 문디 Anima Mundi’(2024)는 동학의 정신을 생명 본원의 영원성과 연결지어 형상화하고 있으며, 정지영 작가의 ‘한여름 밤의 꿈’(2013)은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큼은 공평하고 자유로운 존재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투영하고 있고, 김화순 작가의 ‘붉은 우물’(2024)은 동학에서 제주 4·3 항쟁 그리고 광주와 광화문으로 이어져 오는 슬픈 우리의 이야기를 화폭에서 펼친다.

광주은암미술관은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인 고부민란이 일어난 15일을 상기하기 위해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순회전’을 15일부터 오는 3월14일까지 한 달 동안 갖는다. 사진은 전시 전경.

이밖에 김경화 작가의 ‘조율’(2024)은 버려지는 한복 천들을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동학농민운동이 지향한 평등정신의 염원을 담아 다채로운 색감을 조율하며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정여섭희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누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지내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예술로 전하는 역사적 서사와 소통하는 자리”라면서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를 예술전시로 시각화해 사회적 역할에 일조하고자 한다. 예술의 힘을 대중과 나누며, 우리가 동행하는 이 시간이 새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화순 작 “붉은 우물”
▲김화순 작 “붉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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