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생산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할 정치권이 선거만이 목적이 된 정쟁으로 새해 벽두에 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하고, 대통령은 70%에 이른 특검요구를 묵살한 채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많은 국민은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과 한반도의 긴장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위 공무원인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며,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하고, 취임에 즈음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하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한편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지며,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할 의무와 겸직 금지와 함께 행정부의 수반으로 정부의 조직권, 행정부 주요 직책의 임명권, 국무회의의 의장으로 행정부를 통할하는 권한과 국군의 통수권을 갖는다.

하지만 국가의 최고 기본법인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주공화국은 권력의 기초로서 국민주권의 원리,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자유민주주의와 권력 구조면에서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와 법치주의에 의한 정치과정의 통제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위배할 정도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하는 것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직을 겸하면서 인사권과 공천권 그리고 정치자금도 쥐고 흔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 발전과 함께 권력 분산제도를 강화하고 당총재 제도도 없앴다.

하지만 대통령을 왕으로 보는 시대착오적 시각과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공식적 제도보다는 오랜 관행이나 사회집단이 공유하는 기존 생각이 현실적인 힘을 더 발휘하는 법이다. 그러나 비공식 제도에 의존한 행위는 때로 법률이라는 공식적 제도와 마주하는 순간 범법의 낙인을 받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클럽 의혹’ 일명 쌍특검법을 정부에 이송하자 바로 다음 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를 심의ㆍ의결하고, 즉각 재가했다. 정부가 특검법을 가지고 있는 것조차 무슨 불경스런 일인 양 국민의 여론을 살피며 고심하는 척도 하지 않고 국회로 돌려보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아무 제약 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어디까지나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에 입각해 입법부가 명백히 부당한 법률을 제정하려고 하는 경우에만 대항 수단으로써 사용돼야 한다.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해선 이번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공정과 상식은 간데없고 인사문제를 비롯하여 특별사면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으며, 집권 2년이 돼가도록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은 물론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마치 왕처럼 행세하고 있다. 

지금처럼 권력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있을 때는 이에 답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 의혹을 풀기 위해 수사가 필요하면 받아들여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친인척 비리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용산만 쳐다본 집권당은 김건희 여사 범죄 혐의가 사인 시절에 이루어졌고, 지난 정부에서 이미 탈탈 털렸다고 하지만, 이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의 불공정성이 어떤 시기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 수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남편이 검찰총장이었고, 대통령 후보였던 권력이 아주 정점을 치닫고 있을 때 수사가 이뤄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관련자들의 재판판결에서 김건희 여사 주식거래를 위한 통장대여뿐만 아니라 시세조종 의심 거래를 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관련 사항이 수없이 거명되니 이제는 특검을 통해 의혹을 반드시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공직자가 가진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그러한 권한이 부여된 취지에 따라 국민의 뜻을 존중해 권한을 행사해야지 마치 본디부터 자기가 가진 권한인 양 마음대로 휘둘리는 건 절대왕정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역린으로 생각하며,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면 민주주의는 부정되는 것이다. 국민은 이러한 현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탄핵의 대상이다. 정권은 영원할 수 없고,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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