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유인지 우리 고향 장흥은 예향(藝鄕)의 고을로 ‘나는 고향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늘상 말한 고 이청준 작가를 비롯하여 한승원, 송기숙 등 등단 작가가 100명이 넘는 작은 고을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장흥 중학교 21회 친구들도 등단 시인만 해도 6명 정도인데 모두가 천재 시인이다. 그리고 여러권의 산문집을 내는 친구 수필, 음악, 사진, 그림, 서예, 철학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유독 많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친구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이러한 정보는 우리 서울 친구들이 함께하는  단톡방에서 서로 공유하는데, 우리 단톡방에서의 인끼 짱은 어떤 친구가 정기적으로 보내준 ‘카톡학당’이다. 카톡학당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손자병법 등의 고사성어(故事成語)들을 한자와 함께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정리한 명언들인데, 일단 쉽고 간단 명료해서 좋다. 상기 카톡학당에서 가장 인용이 많은 것은 역시 ‘논어’이어서 나는 논어를 직접 구매하여 읽었고, 여기서 논어의 수많은 명언중 딱 한 개의 명언(己所不欲 勿施於人, 기소불욕 물시어인)에 대하여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경전으로, 공자(B.C 551∼479, 중국 춘추시대의 유학자)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제자들이 공자의 언행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한다. 

  내가 읽은 최종엽 지음 ‘오십에 읽는 논어’에서 공자의 애제자 자공은 “평생토록 좌우명으로 삼고 실천할 만한 말이 있습니까” 라고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그것은 바로 용서의 서(恕)이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는 것은 남에게 베풀지 말라(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 자기 기(己), 바 소(所), 아니 불(不), 하고자 할 욕(欲), 말아야 할 물(勿), 베풀 시(施), 어조사 어(於), 사람 인(人))” 라고 하면서 추가 설명이 이어지는데 “내가 바라지 않는 바라면(己所不欲 / 기소불욕),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된다(勿施於人 / 물시어인)”고 했다. 이는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 23장에 나오는 구절로, 쉽게 말해 ‘자기가 하고 싶지 아니한 것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 더 쉽게 “내가 욕 먹는 게 싫으면 남을 욕하지 말라”라고 작은 제목으로 기재하고 있다. 요즘 말로 ‘남을 디스하지 말라’이다. 

나는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구글(Google)에서 ‘기소불욕 물시어인’을 검색해 보았는데, 구글에서는 이를 ‘황금률(Golden Rule)’이라 하여 인류의 수많은 종교와 도덕, 문화에서 볼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의 하나로, 어지간한 종교의 경전에서는 모두 비슷한 문구들이 있다고 하였다.

 먼저 서양에서는 기독교 윤리관의 기초를 이루는 예수의 명언으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Do to others what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 마태복음 7 : 12)”가 있고, 사서중 하나인 대학에서도 “혈구지도(?矩之道 ; 내 마음을 자로 삼아 남의 마음을 재고, 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린다)”가 있으며, 또한 불교에서도 “그들은 나와 같고, 나도 그들과 같다고 생각하여 생물까지도 죽여서는 아니 된다(숫타니파타 705)”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BC 500년의 공자는 네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한 반면, 500년 후의 예수는 네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그대로 해 주라고 하여 미묘한 차이가 있다. 즉, 500년 전의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시대’에는 그냥 내가 싫어한 것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어서 처세가 비교적 단순하다. 그런데 500년 후의 ‘하라는 시대’에는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을 대접하는’ 등 남에게 베풀라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공자와 예수의 말은 결국 남을 배려하고 남의 인격을 존중해야 된다는 점에서 그 맥락이 동일하다 할 것이다. 

비슷한 한자 성어로 자주 쓰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고, 우리말로 “입장바꿔 생각하자”가 있다. “입장바꿔 생각하자”는 오래전 KBS 주말 드라마 장용 주연의 ‘왕가네 식구들’에서 처가살이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왕가네의 거실에 세로로 크게 써져 있는 가훈이다. 이 가훈은 서로의 처지가 바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배려하며 살자’를 가장 쉽게 말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반대말은 자기 중심적인 이기심을 나타내는 ‘자기 논에만 물을 댄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있고, 현대어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라는 정치용어가 있는데, 이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比)’는 2020년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정치인 등 남의 말 하는 것은 사실 누구나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대부분 남을 디스하면서 재미를 본다. 그래서 친구 3명이 모여서 이야기할 때 화장실도 쉽게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2000년 전 성경에도 ‘남의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의 말은 별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데로 내려가느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2024년 새해, 동서고금을 통한‘황금률(Golden Rule)’인‘기소불욕 물시어인’을 실천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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