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21일간 벌였다. 일부 의대생은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의대 정원을 겨우 400명 증원하려던 정부는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재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가 2020년에 이어 또다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이 9.4 의정 합의를 파기한다는 이유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국민의 생존이 위협당하는 국면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는 의협의 몰지각한 파업은 충격적이었다. 2023년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가 시위를 강행한다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지탄과 분노는 명약관화하다. 

 현재 한국은 의사 부족 국가다.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은 3,058명으로 노무현 정부였던 2006년 이후 '18년째' 묶여있다. 내가 사는 지역만 해도 소아청소년과는 아예 없다. 하나 있는 이비인후과나 안과도 몇 년 후에도 있을까 걱정이다. 한 지방 중소도시 공공의료원은 3억~4억원의 고연봉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수의 지방환자가 울며 겨자 먹기 신세가 되어 서울로 몰린다. 서울 아산병원을 비롯해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 종합병원 등의 인근에는 이른바 ‘환자촌’이 형성됐다고 한다. 이런 의료 원정은 눈물겹다.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가족들 모두가 동반 고생길이다.

이처럼 지역의 의료 현실이 최악임에도 대한의사협회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는 의사 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고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한다.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억지 주장이다.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지나치다. 집단이기주의의 끝판왕을 본 것 같다. 

외국 사례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독일은 4.5명, 호주는 4.0명, 프랑스는 3.2명이다. OECD 평균은 3.5명이다. 한국은 2.6명으로 OECD 38개 국가 중 37위다. 그런데도 2023년 한국 의사 대표자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합리적 근거와 대안도 없이 어불성설만 나불거리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포장하고 자신들이 마치 항전 결사대인 것처럼 위장까지 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의사 증원이 웬 말이냐”,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는데 대학들이 엄청난 의대 정원 증원을 원한다니 무슨 만용인가?” “반도체 자동차 산업이 주력인 우리나라에서 의대생만 배출하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이냐?” 등 아무말 대잔치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 대한의협 성명대로 우리의 생명을 담보 삼아 총파업을 하겠다면 한번 해보라. 당신들이 그런다면 우리 역시 당신들을 상대로 국민 총궐기대회로 맞설 수밖에 없다. 의사 당신들에게는 우리 모두 합심하여 생활필수품은 말할 것도 없고 물 한 방울까지도 팔지 않을 수 있다. 당신들이 버린 오물과 쓰레기는 누구도 치워주지 않고 당신들이 고스란히 안고 있게 만들 수 있다. 우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데 이보다 더한 것이라도 못할 게 무엇이겠는가? 

이참에 정부는 독점적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의사면허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정하라. 의사면허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발급해 주었으니 정부에서 회수도 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의사는 면허를 정지시켜 면허증이 자신들이 쟁취해 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합의로 발급된 것임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더 이상 이성을 잃어버린 대한의사협회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국민이 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누리는 온갖 특혜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의사들의 안락한 삶과 사회의 존경은 당신들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의사가 되고 싶어도 의대를 못 가고 엉터리 진료에도 눈물로 견뎌내는 우리들의 희생과 배려가 항시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이 글을 쓰기 전, 의사인 지인들에게 의사들이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배나 동료 의사가 있는지 물었더니 이종욱 박사를 들었다. 타계한 이종욱 박사는 의료계 종사자뿐 아니라 많은 일반 국민들이 존경하고 신망하는 분이었다. 모두가 이종욱 박사가 될 수는 없지만, 삶의 지향점이라도 이종욱 박사가 되었으면 한다. 의사는 수능 전국 수석도, 유치원생도 갖고자 하는 선망받는 직업이다. 우리 의사도 사회를 선도하는 엘리트로서 사적 욕망을 넘어 공적 책임을 자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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