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한학자
▲김규정/한학자

◆雪潭大師 詩文

-雪潭自優 大師(숙종35년1709~영조46년1770)

▶訪芙蓉庵 부용암을 찾아가며

山開仁者路 산은 어진 자에게 길을 열어 주고

水洗智人心 물은 지혜로운 사람 마음을 씻어 주네.

淸磬從何處 풍경의 맑은 소리 어디서 들려오나

小庵隱樹林 나무 숲 흐릿한 작은 암자라네.

▶贈別霞上人 하 상인과 작별하며 지어 주다.

太白山中人 태백산 속의 사람

貌淸心又古 깔끔한 모습에 마음도 예스럽네.

飄然一錫歸 갑자기 훌쩍 돌아간다니

愁緖亂如縷 실오라기 엉키듯 시름겹네.

▶送惺沙彌歸雙峯 쌍봉사로 돌아가는 성 사미를 보내며

圍燈覔句信毫揮 등불 주위서 정성들여 시구를 적어

贈爾南行遠道歸 먼 길 남쪽으로 돌아가는 그대에게 주노라.

衰俗全稀生鐵鑄 쇠퇴한 세속엔 쇠 같은 굳센 신념 드무니

勉將佛日更騰輝 힘써 부처님 지혜로 더욱 드날릴지어다.

▶次雲嵓軸中韻 운암의 시축詩軸에 차운하다.

君癖探幽絶 그대는 외진 절경 찾아가

長思臥翠烟 푸르른 안개 속에 머물며 오래 수련하였다.

寒身依白衲 흰 가사에 차가운 몸 가누고

空鉢任蒼天 푸른 하늘에 빈 발우를 내맡겼다오.

衰謝憐吾最 나는 잘해야 가련한 노인네일 뿐이고

淸高愛爾偏 그대는 청고한 뜻 몹시 사랑한다네.

南中多勝地 남쪽에 명승지가 많다지만

山水說剛泉 산수에 있어서는 강천산 말씀한다.

▶謹次東岡先生韻 題詩札卷後 

동강 선생의 시를 삼가 차운하여 시찰 권 뒤에 쓰다.

追憶東岡老 동강 노인 추억하니

悲愁忽上眉 갑자기 눈썹 가에 슬픈 시름 짙어진다.

乘雲遼影跡 구름 타고 떠난 아득한 그림자 자취

搜篋古書詩 상자 속에서 옛글과 시문들 더듬어본다.

皂盖歸田處 일산 받치고 전원으로 돌아가던 곳 

淸風滿袖時 맑은 바람이 옷깃에 가득했던 때란다.

此生浮宇宙 우주 사이에 부침하는 이 삶 

猶感舊恩知 외려 옛날의 은혜로운 지기에 감동한다오.

원운 原韻

東閣秋僧至 가을날 동각에 승려 찾아오니

黃浮老守眉 늙은 수령의 눈썹에 봄빛이 돌았네.

小盤分午粥 소반 점심 죽 나누어 먹고

休紙覔前詩 얼마 전 휴지에 쓴 시를 찾았네.

圓覺金剛趣 원각경과 금강경의 지취는

高雲晩景時 저물녘 풍경의 높은 구름과 같네.

今宵成對宿 함께 이야기하며 오늘 밤 지새우니

郡事吾何知 고을의 일 따위는 내 어찌 알랴.

▶題蓮臺庵壁上 순창 강천사 연대암 벽 위에 쓰다.

孤庵粉牓枕寒流 외딴 암자 흰 문패는 찬 시내를 베고

古樹陰生夏似秋 고목은 여름이 가을 같이 그늘을 지우네.

逈隔人寰塵慮薄 인간 세상 멀어 속된 생각 없어지고

重圍蓮嶂道心幽 연 산봉우리 겹으로 포위해 도심은 깊어가네.

簷臨絶壑雲栖壁 처마는 가파른 골짝 임해 벽에 구름 서리고

殿出層空月入樓 전각은 높은 하늘로 솟자 달은 누각에 드네.

最是湖藍淸勝界 최고의 밝은 하늘색 맑은 승경이라도

鉢囊還戒下山遊 바랑과 계를 반납하고 하산하여 유랑하네.

그 두 번째 시(其二)

蘭若巋然壓瀑流 암자는 우뚝하여 폭포수 진압하고

一園風物欲成秋 한쪽 정원 풍물은 가을이 오려는 듯하네.

蕭踈風韵寒林靜 쓸쓸한 풍치에 차가운 숲은 고요하고

淡泊烟光古洞幽 담박한 안개 빛에 예스런 골짜기는 그윽하네.

花影庭心紅上榻 뜰 복판 붉은 꽃 그림자 탑상에 오르고

檜陰堦面翠侵樓 섬돌 위 느티나무 그늘 누대에 비취빛 수놓네.

升堂忽有如存感 법당에 오르자 홀연 살아있는 듯한 느낌드니

師席周旋記舊遊 대사 법석에 두루 힘쓰자 옛날 유람 기억나네.

▶題漱玉樓 수옥루에 쓰다.

畫樓明麗壓湖天 화려한 누각 아름다워 호천을 압도하고

漱玉泉鳴寶塔前 보탑 앞의 수옥천은 숲속을 울린다.

淸唄搖風喧洞裏 맑은 범패소리 바람에 흔들려 골짝을 들레고

踈鍾和月落雲邊 성긴 종소리 달과 어울려 구름 가에 사라지네.

五派禪從曺水滴 선종 다섯 종파는 조계의 물방울을 좇고

六時香起佛爐烟 여섯때의 향불은 사찰향로 연기로 피어나네.

長廊晝靜僧無語 고요한 낮 긴 행랑 승려들 말이 없으니

山鳥成羣每下筵 산새들 무리지어 매번 대자리에 내려앉네.

▶夜 밤

秋天寂歷竹風淸 적막한 가을날 대숲 바람은 맑구나

明月窺窓旅夢驚 밝은 달은 창을 엿보며 나그네 꿈 깨우네.

醉轉瑤堦霜菊影 옥섬돌 서리 맞은 국화 그림자 하늘거리고

寒穿玉洞梵鍾鳴 옥동 범종 소리 추위를 뚫고 울리네.

江湖千里他鄕客 강호천리를 떠도는 타향 나그네

雲鴈一聲故國情 구름 속 기러기 한 울음에 고향 그리워하네.

起步前庭矯首望 뜰 앞으로 발걸음 옮겨 고개 들고 바라보니

三星明滅上高城 삼성은 높은 성곽 위에서 명멸하네.

注)

三星 - 심성(心星)을 가리킴. 28수(宿)의 다섯째 별.

▶情愛 따뜻한 사랑

情愛吾今欲釋然 따뜻한 사랑을 내 이제 내버리려 하나

運爲無奈每逢緣 운명은 어쩔 수 없이 늘 인연을 만나게 되네. 

偶分袖袂柔膓惱 우연한 이별은 여린 마음에도 괴로우니

長憶容顏片夢懸 오랜 기억 속의 얼굴 조각 꿈에도 나타나네.

根結塵寰寧易斷 속세간 얽힌 업의 뿌리야 어찌 자르기 쉽겠는가마는

燈迷劫海苦難傳 아득한 세월에 희미한 법등은 전하기가 너무 어렵네.

何時鍊得金剛劒 어느 때나 금강 검을 단련시켜서

斬破深株莫使連 깊은 그루터기 베고 파내어 잇지 못하게 할까.

注)

金剛劒 - 금강리(金剛利)란 반야바라밀금강리검(般若波羅蜜金剛利劒)이다. 능히 번뇌 종자와 일체의 싹을 자른다. 금강리는 드러난 명칭으로는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이라 한다. 이 까닭에 이 보살은 손에 금강검(金剛劒)을 지닌다.

▶謹呈雪山崔使君 範恒 옥과 현감 최 범항 에게 삼가 바치다.

霜染千林葉盡酣 온 숲 단풍이 들어 무르익다 지구나

夢牽秋興正難堪 꿈속 같은 가을 흥취에 이끌려 견디기 어렵네.

賔鴻陣陣從天北 이따금 기러기 떼 북녘 하늘서 날아오고

落木飄飄下郭南 잎 떨어진 나무 남쪽 성곽아래 펄펄 나부끼네.

露滴濕雲時樸面 이슬방울 젖은 구름 때로 얼굴에 달라붙고

泉流鳴壑或成潭 골짝을 울리며 흐르는 샘물은 연못을 이루네.

停車却望餘心在 미련남아 물러나서 수레 멈추고 바라보니

錦繡旋帷素練嵐 수놓은 비단 장막 펼치자 흰 명주 펄럭이네.

注)

雪山 - 전라도 옥과 현의 서북쪽 13 리에 있는 진산(鎭山)이다. 현감ㆍ훈도(訓導) 각 1인이 다스린다.

旋帷 - 周旋帷幄.

▶玉泉送友 옥천에서 벗을 보내며

淸宵欲曙月西沉 맑은 밤 새벽달은 서산에 잠기려하고

津送高朋古壑陰 나루에서 고귀한 벗 보내니 옛 골짝에 그늘이 지네.

峽路風寒秋序晩 산속 좁은 길 바람 차가워 가을이 저물고

溪楓霜醉錦文深 계곡의 단풍은 서리에 취해 비단 무늬 수놓는구나.

相忘道義魚游水 물고기가 물에서 노는 것처럼 세속 도의 잊고 

自愼栖遲鳥擇林 새가 숲을 가리듯 스스로 삼가며 쉬고 노닐어보세.

歲色駸駸人易老 세월은 빨리 달려 사람은 쉽게 늙어가니

南歸須莫負懃心 남쪽으로 돌아가거든 근심하지 말고 지내게나.

이상은 출전 [雪潭集]上

◇설담 자우 雪潭自優(숙종35년1709~영조46년1770).

法名은 자우(自優). 字는 우재(優㦲). 法號는 설담(雪潭). 全羅道 潭陽 고을 金氏로 系出은 金海이다. 父는 김원삼(金元三)이고 母는 대방 양씨(帶方梁氏)다. 모은 지훈(暮隱智薰)의 불법을 전수했고 사법 자(嗣法者)는 二十餘人으로 上足弟子는 해남현 대둔사 13대강사 나암 승제(懶菴勝濟)이다. 전라도 순창 강천사(剛泉寺) 연대암(蓮臺庵)에서 입적했다. 세수는 62세이고 법랍은 47년이다. ⟦설담집雪潭集⟧이 전한다.

‶雪潭大和尙塔誌″는 全羅道 康津縣 月出山 白雲洞 別墅 主人 桐岡 李毅敬(1704~1778)이 庚寅年(1770)에 지었다.

▲화순 쌍봉사
▲화순 쌍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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