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정/한학자
▲ 김규정/한학자

◆雲住洞佛塔修理後重建藥師殿勸善文
-雪潭自優 大師(숙종35년1709~영조46년1770)

有神人 兒名道詵 法諱慶甫 字光宗烟起其別號者 於朗州西鳩林聖基洞 無人道而生 父姓無傳焉 盖其崔 呑苽於冬月而誕焉 其墓在於順天地 師所剏玉龍寺僧守護 而尙傳崔氏墓云 可考信不誣 而其跡也 彷彿乎商之契 周之棄首尾 三韓末入唐國沒 得一行禪師骨髓道力餘風堪輿妙術 亦有精見處 時稱先河後海也 我東地形 行舟如也 物無鎭 未免欹危漂沒 銓綾州雲住洞 目以爲舟腹 樹千佛千塔 使之鎭安息靜

戰爭兵革 可謂國之重坊也 命釋苑上士普德和尙 剏一庵 扁之曰 藥師 守護焉 開天寺亦和尙所剏也 臨歸寂 囑令人屬繼護 歷數百載云 法久成廢 漸不克終 求利俗子 毁佛壞塔 墾田作畓 或肆然置塚 以汚放生淨界 而終不禁戢者 勢不及之致也 騷人墨客。不勝愁惱 方袍圓頂寧有顏面 有曰禪敎宗正某 於營門地主 俱得諾筆 起近邑緇衆 作勞董役 昔之埋佛欹塔 起之正之 可謂物極則返者也 堪可幸㦲 然後無

守直禁護 則一因舊貫 丁寧不可不重 建藥師殿 使之烟起監之 而蜀山已童 須達久仙 非一力所能 玆命化士 持勸文 普告好施仁君子 伏願思國師爲國效勞之勤 感我國永世奠安之德 咸署芳名於斯券 而舍財重建 則其爲功德之勝大 不獨專美於國師當時也 

[雪潭集]下

◆운주동 불탑 수리 후 중건한 약사전 권선문

어떤(a certain) 신인(神人)이 있었으니 어렸을 적 이름(兒名)은 도선(道詵)이고 법휘는 경보(慶甫)이며 자는 광종(光宗)이다.

연기(烟起)는 그의 별호(別號)이니 낭주(朗州, 전라도 영암) 서 구림(西鳩林) 성기동(聖基洞)에서 사람의 도리 없이(無人道, 남녀의 교합 없이) 태어났다.

아버지의 성(父姓)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최씨(崔氏) 인듯하고 그의 어머니가 동짓달(冬月)에 오이를 먹고(呑苽) 임신하여 탄생했다고 한다.

그의 묘는 순천 땅에 있는데 국사가 창건한 옥룡사(玉龍寺) 승려들이 수호하고 있고 아직도 최씨 묘라고 전해오니 거짓이 아님을 고증할 만하다.

그의 사적은 상(商)나라 시조인 설(契)과 주(周)나라 시조인 기(棄)의 탄생설화(首尾)와 방불하다.

삼한 말(三韓末)에 당(唐)나라에 들어갔는데 나라가 망하자 일행 선사(一行禪師)의 골수 도력(骨髓道力)과 나머지 풍수지리 감여의 묘술(風堪輿妙術)을 습득하고서 정미하게 깨달은 곳(精見處)이 있었으니 당시의 사람들은 선하후해(先河後海)라고 칭송했다.

우리 동국은 지형이 물에 떠가는 배(行舟)와 같은데도 진압하는 물상이 없어(物無鎭) 위태롭게 기울어지고 물에 둥둥 떠 있는(欹危漂沒) 형상을 면하지 못하였다.

도선 국사가 능주 운주동(綾州雲住洞)을 저울질하다가 이곳은 배안(舟腹)에 해당한다고 지목하고서 천불 천탑(千佛千塔)을 세웠다.

천불 천탑으로 진압하고 안정되게 하여 전쟁을 쉬고 고요하게 하였으니 나라의 요충지 비보사찰(重坊裨補)이라고 말할 만했다.

불가의 상사(釋苑上士) 보덕화상(普德和尙)에게 명하여 암자 한 곳을 창건하게 하고는 편액을 걸기를, “약사암(藥師庵)”이라 하고서 이 비보사찰을 수호하게 하였으며 인근 능주(綾州) 개천사(開天寺)도 화상이 창건하였다.

귀적(歸寂)에 임하여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수호하기를 부탁하여서 수백 년이 지났다고 한다.

법규가 오래되어 폐기되자 점점 끝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익을 추구하는 속세의 사람들이 불상을 훼손하고 불탑을 파괴하여 밭을 개간하고 논을 만들거나 혹은 방자하게 분묘를 조성하여 청정한 불계를 추잡하게 내쳤다.

마침내 엄격하게 금지하지 못한 것은 기세가 미치지 못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시인 묵객들도 시름을 이기지 못하였으니 승려(方袍圓頂)들의 안색은 어떠하였겠는가.

선교의 종정(禪敎宗正)인 아무개가 영문의 지주(營門地主)들에게 편지로 모두 승낙을 받아냈다.

가까운 고을의 승려들에게 공사 감독(董役)의 힘든 일을 시작하게 하여 옛날 땅속에 묻혔던 불상을 일으키고 기울어진 탑을 바로 잡았으니 이른바 주역에서 ‘액운과 길운이 각각 극점에 이르면 반대로 되돌아온다.’고 말할 만하니 참으로 다행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나중에 숙직하면서 지키고 금지하여 위호하는 사람이 없으면 하나의 원인은 예전 그대로 돌아갈 터이니 정녕 진중하게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약사전 건립에 관한 건은 그들로 하여금 향불을 피우고 감독하게 하였으나 촉산(蜀山)은 머리가 다 빠져 대머리가 되었고(已童) 오랜 선인 수달 장자(須達長者) 한 사람의 힘으로(一力)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화사(化士, 化主. 불사에 필요한 재물을 구해오는 일을 하는 승려)에게 명하여 권선문을 가지고 인덕(仁德)을 잘 베푸는 군자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였다.

삼가 도선 국사께서 나라를 위해 애쓴 현저한 공적(效勞)을 생각하고 우리나라가 영원히 대대로 안정되는 공덕에 감사하여 모두가 이 권선문에 꽃다운 이름을 서명하기를 바라니 재물을 희사하여 약사전을 중건하는 일은 그 공덕이 수승하고 방대하여(勝大) 당시의 국사보다 아름다움을 독차지 할 뿐만이 아니다.

注)

先河後海 - 하천에 앞서고 바다의 뒤에 있다는 말로 학문과 덕행이 모두 그 근원에 앞서서 냇물에 맞닿아 있으면서도 깊이와 넓이가 바다보다도 그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須達長者 - 수달(須達: sudatta)은 석가모니불과 같은 시대에 인도 사위성에 살던 큰 부호.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어 석가모니불에게 드렸다고 한다. 자비심이 많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이 보시하였으므로 급고독장자(給孤獨 長者)라고도 한다.

◆呈月和講伯 三首 월화 강백에게 바치다. 3수
-금명 보정錦溟寶鼎(철종12년1861~1930)

和尙形儀本自淸 화상 얼굴과 자태는 본래 청정한지라

傳聞新語使人驚 새로운 말 전해 듣자니 사람 놀라게 하구나.

逗機時說漚和頌 중생 근기에 걸 맞는 설법 방편 게송은

聾耳應知壯大聲 먹은 귀도 응당 아는 장대한 소리라.

鈯斧受來身佩印 무딘 도끼 받아와서 몸에 인끈을 차고

華藏呑盡肚如鯨 화장세계 다 삼키자 배는 고래같이 불렀다.

闡提亦有菩提種 선근이 끊어진 천제도 보리 심으니

願洒餘波歇苦情 바라건대 비 흠뻑 뿌려서 고충 다 사라지라.

注)

闡提 - 부처가 될 바탕이 전혀 없는 사람.

菩提 - 佛, 緣覺, 聲聞이 각각 그 果에 따라 얻는 깨달음의 智慧.

其二

師如鵬擧扶搖風 대사는 붕새가 날아올라 회오리바람을 타는 것 같아

那繫淸緣小海東 어찌하여 작은 해동에서 좋은 인연에 묶일 필요 있나.

鳥知鳴拍携朋喚 새는 우는 박자를 알아 벗들을 불러 모으고

花識裁紋待葉紅 꽃은 무늬를 마름질 할 줄 알아 단풍을 기다린다.

世事荒唐歸白地 세상일은 황당무계하여 까닭 없이 돌아가고

禪心淸淨越蒼空 청정한 선심은 푸른 하늘을 초월한다.

龍爪虎牙兄先得 용 발톱 범 이빨은 형이 먼저 얻었으니

誰換卞珠價滿城 누가 구슬 값을 바꾸고 바로잡아 성 가득하게 할 거나.

注)

換卞 - 改換卞正. 바꾸고 바로잡다.  

其三 

每日松粮計一升 날마다 솔 양식 한 되 헤아리니

無貪知足是眞僧 탐하지 않고 만족함을 알면 참된 승려라.

洗心良藥瓶藏水 마음 씻는 양약은 병에 담은 물이고

貞性䂓矩墨有繩 곧은 품성은 표준이 되는 일정한 법도 있다.

形儀須若蕭韶鳳 소소 연주하자 모습은 꼭 봉황 같고

動止唯憎太末蠅 움직이다 그치면 오직 파리만 미워한단다.

報國雖非如犬馬 견마 같지는 않더라도 보국해야하니

那堪用意似梟鷹 어찌 감히 올빼미 매 같이 뜻을 세우겠는가.

출전<茶松詩稿>

注)

蕭韶 - 소소는 순(舜) 임금의 음악 이름이다.

月和講伯 - 월화 인학(月華仁學, 1826~1894)이다. 범해 각안의 강당에서 처음 제자들을 가르쳤다. 말년에는 장흥 보림사에서 선을 수행하기도 했다.

▲운주사 석탑
▲운주사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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