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평공 김길통(金吉通:1408~1473)선생은 전라도 관찰사를 두 번(1455년, 1465년) 재임(在任)하면서 장흥군 부산면 부춘리 춘정마을을 자주 찾아와 아름다운 산수풍광을 즐겼다는 인연 때문에 그의 후손 김기성(金基成:1801~1869)은 1838년에 부춘원(富春院)과 부춘정을 인척지간이었던 남평문씨 춘정공파 집안으로 부터 매입했다.

그런데 1868년 서원 철페령으로 부춘원이 훼철당해 사우를 중건하지 못한 채 1899년에 단(壇)을 설치하고 위패를 복설(復設)하여 매년 음력 9월 6일 김길통의 선조이신 청원부원군(淸原府院君) 청풍김씨 대유(大猷)를 주벽으로 하고 월천군(月川君)김길통과 청풍김씨 현사(賢士) 등 아홉(9)분을 배향하고 있다.

월천군 김길통은 점필재 김종직(1431~1492) 선생에게 수학하여 25세 때 과거시험 문과에 장원 급제하고 1470년(성종1)호조판서를 행하였다.

김길통 선생은 1465년 58세의 나이에 형조참판을 하다 다시 전라도 순찰사로 임명받아 당시 우리 고을을  순찰하고 남긴 시 한수를 소개한다.

문평공이 본군을 순찰하고 당시 장흥도호부 청화루에 쓴 시

(文平公巡察時題淸和樓韻)

凡庸幸遇聖君知(범용행우성군지)

범상하고 용렬한 사람을 거룩한 임금님이 알아주시니

杖鉞何嫌白首時(장월하혐백수시)

백수 늙은이로되 그 중책을 어찌마다 하랴

冣好巡遊湖海路(취호순유호해로)

가장 좋은 것은 호남을 순찰하는 길이거든

不須高步鳳凰池(불수고보봉황지)

행여 높이 뛰어 재상되기를 바라지 않느니

乾坤未必分輕重(건곤미필분경중)

하늘과 땅의 뜻에는 가볍고 무거운 것에 나뉨 없는 것

梅杏終然有早遲(매행종연유조지)

매화와 살구나무도 끝내는 빠른 것 늦은 것이 있듯이

世事元來皆此類(세사원래개차류)

세상살이란 원래 다 이와 같은 것이랴

儒冠初豈誤身基(유관초기오신기)

유생으로서어찌 처음부터 내 몸 처신의 기초를 그르칠까 보랴.

동헌(지방관청으로 고을 원님이 업무를 보던 건물)에 쓰다

(題東軒)

役役巡諸郡(역역순제군) 꼬박 꼬박 여러 고을을 두루 살피고

行行度幾山(행행도기산) 이산 저산 넘고 넘어 여기에 왔거늘

如何心轉倒(여하심전도) 어찌 할꼬 냄 마음 거꾸로

客裏見春還(객리견춘환) 이 봄에 고향 가는 객지의 꿈을.

또 쓰다(又)

何時趨殿陛(하시추전폐) 어느 때나 돌아가 조정에 설고

每日望京城(매일망경성) 날이면 날마다 서울을 바라보느니

飜疑爲我生(번의위아생) 바꿔 생각하면 더불어 살아가라는 귀띰 아니랴.

崇禎紀元浚回庚申春三月   1860년 3얼에 

後孫基錫 重刊  후손 김기석(1799~1862) 다시 세기다.

※자료출처: 월천집(문평공 김길통 탄신600주년 기념, 청풍김씨 총회 2008년 발행)

□ 하고 싶은 말

자난 8월 8일 장흥군 정사회를 장흥 부춘정에서 장흥부군수. 전라남도의원, 장흥군의원, 내외귀빈 등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장흥군 정자문화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공로패를 받은 후 장흥 선비정신을 계승 전승하는 모임의 취지에 맞게 부춘정에 1880년 편액되어 게첨되어 있는 있는 김길통의 시를 낭송했다. 

그런데 모임에 귀빈으로 참석한 영광김씨 종친회 임원 김기홍(전 장흥문화원장)은 필자에게 근거 있는 시를 낭송했냐고 핀잔을 주었다. 

김기홍 유생(儒生)은 장흥 탐진강변 8정자 편액 번역서<문림의 향기Ⅰ(2016년 장흥군 발행)>를 번역하는데 참여했고 그 책자 p.111에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장흥군 정사회는 조선시대 7정자(용호정, 동백정, 농월정, 서륜당, 독우재, 경호정, 영귀정)마다 독특한 시회(詩會)를 운영해오다가 1962년에 경호정에서 다시 조직되어 60여년 동안 매년 입추날에 개최해 오고 있다.

예양강(탐진강)변에는 현재 8정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옛날에는 부산면에 20여개 정자가 자리하여 향사회, 낙양회, 죽계회 등 모임이 있었고, 양사회와 강친계가 활동했던 것으로 보여 문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위재원 정사회 회장은 “옛부터 정자가 많이 자리했던 부산면은 아름다운 지역이며 선비정신을 길러냈던 유서 깊은 고장이여서 정사회 모임을 발전시키고 현실에 맞게 운영하여 후손에 전승해야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2018년도에 부산면장으로 재직하면서 잊혀진 옛 정자 15개소(농월정, 서륜당, 삼가정, 지천정, 독우재, 소옹정, 읍청정, 월계당, 병간정, 수인정사, 화수정, 풍암서실, 서경당, 송암정, 묵우당) 홍보안내판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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