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연구에서는 지역축제의 성공 요인으로 지역축제의 주제, 주민참여, 조직의 네트워킹과 안정성, 평가, 전문성, 인프라 등을 꼽는다. 이러한 요인들은 지역축제가 명확하고 공유할 수 있는 테마를 설정하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직이 잘 협력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객관적인 평가와 전문성을 갖추고, 축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축제의 계절이 오고 있다. 대학 다닐 때는 ‘축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렜다. 나 혼자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함께 하니 더욱 흥겨운 마당이다. 공연 한마당에 참석은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개인과 군중의 열정이 함께 어우러지는 게 바로 축제다. 그러나 대한민국 지자체의 축제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ㆍ가을이면 앞다퉈 지역축제를 연다.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 숫자만 무려 1200여개에 이른다. 그래서 인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이 대세다. 지자체들의 축제가 특색 없이 비슷하고 내실이 부족한 이유는 간단하다. 축제 전, 축제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한시적인 태스크포스팀(TF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TF팀에 속한 위원들이 각종 협회, 단체 등과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도 다들 형님, 동생으로 맺어져 있다.

여기다 전국의 각종 축제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가수들의 노래잔치요, 또 다른 하나는 각종 미인대회와 경품이다. 해당 지역만 갖고 있는 문화와는 전혀 다른 이런 대회는 왜 여는지 모르겠지만, 전국적인 축제라기보다는 ‘군민 체육대회’라 칭하는 것이 더 적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지자체 축제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리 역설해도 꿈쩍을 안 한다. 그 이유는 지자체 축제가 지자체장의 얼굴 알리기와 표 다지기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학연ㆍ지연으로 똘똘 뭉친 축제위원회에서는 이권단체로 전락, 새로운 대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축제를 여는 가장 큰 목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다. 물론 지역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고자 개최하는 사회ㆍ문화 축제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특산물, 관광 테마 이벤트와 향토 축제이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제한적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배정함에도 여러 축제에 나누다 보니 공멸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렇다면 축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서 대한민국 지자체 축제의 대안을 제시해 보자.

첫째 선진국 사례로 본 지자체 축제 개선안으로 지역축제에 국제적인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겸한 온리원(only one) 전략으로 수정해 보자.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전시산업에서 전 세계 1위 도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다. 우리도 지역축제에만 머무르지 말고, 전시회 혹은 학술대회를 함께 열어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개최해야 한다.

둘째, 지역축제의 독특한 기획을 위한 전문가 영입이 관건이다. 우리 지자체 축제의 일등 브랜드는 당연히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다. 1998년 한 해 관광객이 20만 명이 채 되지 않던 관광 불모지였던 함평이 나비축제를 치르면서 전국에서 인파가 몰렸다. 이런 변화는 1998년 방송 PD 출신 함평군수 이석형,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12년 동안 방송 PD를 하면서 농업ㆍ환경문제를 주로 다뤘던 함평 군수는 나비 전문가를 곤충연구소장으로 특채하고 나비축제를 기획, 성공리에 진행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축제 연출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 주제의 선정 및 집행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가 혹은 전문가 집단을 초빙해야 할 것이다.

셋째, 축제기간을 장기간으로 연장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 오리건주의 애슐랜드 시는 인구 2만인 도시이지만 연간 4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이유는 1935년부터 시작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때문. 운동장처럼 넓고 유서 깊은 극장에서 아서 밀러의 비극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등의 연극을 봄부터 11월까지 거의 1년간 진행한다.

그래서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편안한 시간에 고즈넉한 마을의 풍취를 만끽하며,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을 연극무대에서 계속 보여주는 행사를 1년 내내 함으로서 축제의 기간 개념을 수정한 셈이다.

넷째,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고자 적극적인 글로벌 영업에 힘을 쓰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세계 이동통신의 수도(Mobile World Capital)’로 불린다. 내세울 만한 휴대폰 업체 하나 없는 스페인이 이런 칭호를 얻은 데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2018년까지 이 전시회를 바르셀로나에서 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지난 2006년부터 매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앞으로 35억유로(약 5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흥도 세계 물 포럼 등 국제행사 유치에 노력하자.

우리 축제 현상을 한마디로 요약해 주는 한국 거주 미국인의 말이 인상 깊다. “지방 축제 4~5군데를 가 봤다. 그런데 한국 지방 축제에는 사물놀이ㆍ난타ㆍ연예인 말고는 없더라.” 우리 지자체 축제는 일본처럼 100년 역사의 마쯔리가 아니어도 좋다. 제발 지자체장 임기마다 주제가 바뀌는 불상사만은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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