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畵雁帖(제화안첩)/양곡 소세양
해 저문 물가에 외로운 기러기
강 언덕 어둑한데 붉은 여뀌 꽃
옛 친구 불러 보는데 알지를 못하겠네.
蕭蕭孤影暮江潯    紅蓼花殘兩岸陰
소소고영모강심   홍료화잔양안음
謾向西風呼舊侶    不知雲樹萬重深
만향서풍호구려   부지운수만중심

구름 낀 나무숲엔 너무 깊어서 알지 못하네(題畵雁帖)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1486~1562)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14년 사가독서를 하였고, 직제학을 거쳐 사성이 되었던 인물로 알려진다. 1521년 영접사 이행의 종사관으로 명나라 사신을 맞았다고 한다. 그 뒤 왕자사부 등을 지냈던 것을 비롯하여 전라도관찰사를 지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해 저문 물가에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가 보이고 / 강 언덕엔 어둑한데 아직도 남아 있는 붉은 여뀌 꽃들 // 부질없이 바람 따라 옛 친구 불러 보나 / 구름 낀 나무숲엔 너무 깊어서 알지 못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기러기를 그린 그림첩을 보고]로 번역된다. 기러기는 북쪽이 고향이다. 몹시 추운 겨울을 보내기 어려워 우리에겐 차갑지만 그들에겐 따스한 남쪽의 겨울을 나는 새다. 동남아로 갔던 제비와 임무교대를 한다. 기러기는 나는 떼를 지어 자태며, 때를 알아 자취를 감추는 기상이나 빼어남을 많이 사랑스럽게 여겼다. 기러기의 상상은 늦가을과 연상을 짓는다.
시인은 기러기가 그래도 못 잊어 사냥을 기다리는 모습과 연관을 짓는 모습이며 여뀌 꽃과 관련지으려는 속셈까지 보인 시상을 만난다. 해 저문 물가에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에, 강 언덕은 어둑한데 아직도 남아 있는 붉은 여뀌 꽃을 끌어들이고 있다. ‘요화(蓼花)’라고 하였는데, ‘뇨화’라 하였다. 여뀌 꽃은 여름 꽃으로 6∼9월에 피는데 가급적 빠르고 날라 온 기러기와 대비한다.
화자는 멀리 날아온 기러기를 의인화 하여 자기만족과 도취에 또 다른 시상을 만족해한다. 부질없이 바람 따라 옛 친구 불러 보나, 구름 낀 나무숲 너무 깊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 같이 있을 때는 심심찮게 친구를 찾았건만 이제는 그들도 잊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해 저문 물가 기러기 보며 강 언덕 여뀌 꽃, 옛 친구를 불러 보나 나무 깊어 알지 못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蕭蕭: 소소하다. 孤影: 외로운 그림자. 暮江潯: 해가 저문 강가. 紅蓼花: 붉은 여뀌 꽃. 殘: 남아 있다. 兩岸陰: 양 강 언덕이 어둑하다. // 謾向: 부질없이 향하다. 西風: 서풍. 呼舊侶: 옛 친구를 부르다. 不知: 알지 못하다. 雲樹: 구름 숲. 萬重深: 만 겹이나 될 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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