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한학자
▲김규정/한학자

◆用南漢天機師二律贈自澄上人 

-游齋 李玄錫(1647~1703)

남한산성 천기대사의 율시 2수 시운을 사용해서 자징(自澄) 상인(上人)에게 드리다. 

頗恨雲溪失壯遊 

천기대사 웅지 꺾여 자못 한스럽더니

空門勝友着心求 

불문 멋진 벗 자징은 일에 마음 붙인다.

吾師韻格澄如水 

우리 대사 시격은 물처럼 명징하고

禪話淸熒爽得秋 

맑고 빛나는 선문답 가을기운 얻어 반짝인다.

過影方摸金像面 

네모난 금상 얼굴에 그림자 지나니

伴筇還負玉峯頭 

옥봉 머리에 육환장 동무삼아 지고 돌아간다.

那堪明日分携後 

내일 헤어지면 어떻게 견딜까

獨上山中歇錫樓 

산중 누대 혼자 올라 석장과 쉬겠다.

그 두 번 째 시(其二)

手把金剛一卷文 

손에 금강경 한권 문자 쥐고서

不妨麋鹿與同群 

사슴 노루와 벗 삼아도 상관없다오.

定來爾似無波井 

그대 잔잔한 우물에 파문일지 않아도

閑去吾如出岫雲 

난 산굴 나온 구름처럼 한가롭게 간단다.

未過虎溪猶顧笑 

호계 건너지도 않고 돌아보며 웃으니

乍登獅座又相分 

잠깐 사자좌에 올라서는 다시 헤어진다.

山樓別恨祗林外 

절간 밖 산중 누각 별리의 정한은 

百道川聲徹夜聞 

일백 갈래 냇물소리 되어 밤새도록 들린다.

■天機師 - 天機大師. 천관산의 名僧이다. 號는 雲溪. 전라도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에서 밀양 박씨 후예로 태어났다. 문장과 필법이 알려졌다. 禪敎都摠 扶宗樹敎 八道都摠攝 兼僧兵大將을 지냈다. 僧兵將 碧岩大師 覺性(1575~1660)을 도와 남한산성을 축조했다. 東溪 朴泰淳, 游齋 李玄錫, 戀齋 李端夏, 西河 李敏叙, 雙栢堂 李世華, 老峯 閔鼎重 等 賢人과 名士들이 매우 아끼고 가까이 했다. 문집 <雲溪集>이 전한다.

注)

獅座 - 부처가 설법하던 자리를 말하며 사자좌(獅子座)라고도 한다. 부처가 중생의 지존임을 백수의 왕인 사자에 비유한 말이다.

▶次南漢天機上人韻 남한산성 천기 상인 시에 차운하다.

蓬島天慳俗客窺 

하늘이 아낀 봉도 속객이 엿보니

風塵辜負十年期 

십년을 벼르던 일

 풍진 속에 저버렸구나.

仙區勝槩今歸我 빼어난 경치 별천지 난 오늘 찾으니

淨界眞朋更要誰 

청정법계 참다운 벗은 다시 뉘에게 청할까.

白社靑蓮空外契 

백련사 이태백은 하늘 밖의 벗이고

石泉上人槐火夢中詩 

석천상인 홰나무 불씨는 꿈속의 시라.

春山蠟屐違携手 

봄 산은 나막신 신고서 손잡고 가고 

擬趁霜楓似錦時 

서리 맞은 단풍 흠뻑 물들 때는 동참합시다.

注)

蓬島(봉도) - 선인(仙人)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동해 봉래산(蓬萊山)을 가리킨다.

天慳(천간) - 하늘이 비장(秘藏)하여 아껴 둔 땅이라는 뜻으로 범상한 인간의 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길지(吉地)나 명소(名所)를 가리킨다.

石泉上人槐火夢中詩 - 소식이 황주 태수(黄州太守)로 있을 때 서불사(西佛寺)의 선승 참료(參寥)와 친하게 지냈다. 한 번은 꿈속에 그와 만나 시를 주고받았는데 깨고 나자 ‘한식 청명 모두 지났으니, 우물과 홰나무 불씨 일시에 새롭네 <寒食淸明都過了 石泉槐火一時新>’라는 두 구절만 기억났다. 이후 7년 뒤에 소식이 항주 태수를 지낼 때 참료가 지과사(智果寺)에 머물렀는데 그곳으로 소식이 찾아왔다. 날은 청명 다음날인데다 절 옆에 돌 틈으로 샘물이 솟고 있어 옛날 꿈속에서의 일과 꼭 맞아떨어졌다. 이에 소식이 “불씨는 청명절이 되면 새로 바꾸는 법이지만 우물은 왜 새로워졌다고 했는가?” 하고 묻자 참료가 이 절엔 청명절이 되면 우물을 쳐내는 풍속이 있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東坡志林>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8 淘井>

蠟屐(납극) - 밀랍을 칠한 나막신을 말한다. 남조(南朝) 송(宋)나라 때 사영운(謝靈運)이 산에 오를 적에는 반드시 나막신을 신은 데서 온 말이다.

▶次機師韻送還南漢 

천기대사 시에 차운해 남한산성으로 돌려보내다.

旅恨欺人欲白頭 

남 속인 나그네 한에 머리털 세려하니

怡神暫得韻禪留 

선승 시운 보내주자 잠시 마음 달래본다.

玄談落影池邊月 

연못 가 달은 현담 그림자 드리우니

吟興昭陽水上樓 

소양강 물 위 누각서 시 읊는 흥취 좋구나.

三笑罷回山掃翠 푸른 산 그리다 세 사람 웃고 돌아오니

一筇飛去草添愁 

시름 풀 날로 자라 지팡이 짚고 날아간다.

那堪斜日分携後 

석양에 헤어지고 어떻게 견뎌낼까

獨看溪雲樹外流 

숲 너머 흘러가는 운계 홀로 바라본다.

注)

溪雲 - ‘雲溪’는 천기대사의 法號이다.

이상은 출전 <游齋先生集>

■이현석李玄錫(인조25년1647~숙종29년1703) 향년 57

본관은 全州(敬寧君의 8世孫), 南人學者. 字는 하서(夏瑞), 號는 유재(游齋). 실학자인 이수광(李睟光)의 증손. 父는 호조좌랑 이당규(李堂揆), 母는 강대수(姜大遂)의 女이다.

29세 때(숙종1년1675) 乙卯 增廣試 乙科 4位(7/34). 

가문의 文翰을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았으나 치열한 黨爭期에 당론에 참여하지 않아 南人 집권기에도 현달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학술과 역량을 저술에 집중하여 <四子經綸集>ㆍ<明史綱目>ㆍ<游齋集> 등을 남겼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