鏡浦別墅次韻(경포별서차운)/기재 신광한
물가에 있는 마을 해 저물어 가는데
저녁 이슬 내리어서 옷 적시려 하구나
주인이 돌아오구나 개 짖는 소리 들리니.
沙村日暮扣柴扉    夕露微微欲濕衣
사촌일모구시비    석로미미욕습의
江路火明聞犬吠    小童來報主人歸
강로화명문견폐    소동래보주인귀

별장이나 정자에 앉아 시를 음영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어느 웃어른이 운자를 내면 그 운자로 시를 짓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분이 지은 시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운자는 몰론 시상이란 바탕에 따라 짓는 차운시가 있었다. 차운시를 또 차운하는 차운시도 있어서 시 짓은 우리네 풍습을 엿볼 수 있다. 강 따라 난 길에 불 밝고 개 짖는 소리 들리니, 작은 아이 와서 주인이 돌아온다고 알린다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저녁 이슬이 가늘게 내려 옷을 적시려 하구나(鏡浦別墅次韻)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1484∼1555)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사간원 정언으로 전임되었다가 체임되어 승문원 교검에 임명되었던 인물이다. 호조 좌랑, 공조 좌랑을 거쳐 홍문관 부교리로 임명되었다가 사간원헌으로 옮겼다고 알려진다. 1516년(중종 11) 홍문관 교리가 되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물가에 있는 마을에 해가 저물어 사립문을 두드리니 / 저녁 이슬이 가늘게 내려서 옷을 적시네 // 강 따라 난 길에 불 밝고 개 짖는 소리 들리니 / 작은 아이 와서 주인이 돌아온다고 알리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경포별장에 있는 운을 차운하며]로 번역된다. 이 시 부제로 다음과 같은 글이 달렸다. [崔同年鏡浦別墅卽事次昌邦韻: 최동년의 경포별장에서 있은 일을 가지고 창방의 시에 차운하다]임을 볼 때 최동년이란 사람이 경포 별장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창방이란 사람의 시를 차운하여 짓는 시상이다. 원운은 알 수 없지만. 운자는 [衣, 歸]인 듯하다.

시인은 밤이 돌아와 물가에 있는 마을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선경의 시상을 그리는 바쁜 모습을 본다. 물가에 있는 마을에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는데 저녁 이슬이 가늘게 내려 옷을 적시려 한다고 했다. 땅거미가 지면서부터 이슬이 서서히 내리면서부터 말랐던 옷에 이슬이 촉촉하게 젖는다는 시상이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의 시상은 사실에 기반을 두고 쓴 시상으로 후정後情보다는 선경先景을 보충하는 정도의 시상으로 보인다. 강을 따라 난 길에 불은 밝고 개 짖는 소리도 쩌렁쩌렁 들리는데, 작은 아이가 와서 주인이 돌아온다고 알렸다고 했다. 다독이는 시상 속에 도톰한 후정을 요청했지만 시인을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 모습이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가을 해가 사립문을 저녁 이슬 옷 적시고. 개는 짖고 밝은 불빛 주인 귀가 알린 소동’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沙村: 물가의 마을. 日暮: 해가 저물다. 扣柴扉: 사립문을 두드리다, 夕露: 저녁 이슬. 微微: 가늘게 내리다. 欲濕衣: 옷을 적시려 하다. // 江路: 강의 길. 강둑의 길. 火明: 불이 밝다. 聞犬吠: 개 짖는 소리가 들리다. 小童: 작은 아이. 來報: 와서 알리다. 主人歸: 주인장이 돌아오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