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정/한학자
▲ 김규정/한학자

 

敬次月渚堂韻 삼가 월저당의 시에 차운하다

 

日月爲雙燭

해와 달은 두 개의 촛불이 되고

乾坤作一廳

하늘과 땅은 하나의 대청이로구나.

渴飮淸溪水

목마르면 맑은 시냇물을 떠 마시며

探看海藏經

해장의 경전을 탐구한다네.

 

)

海藏經 - 바다 속 용궁에 보관된 경전이라는 뜻으로 화엄경을 가리킨다.

 

附元韻 원운을 붙이다.

 

古今幾晝夜

고금은 며칠간의 밤낮이고

天地一虛廳

하늘과 땅은 하나의 빈 대청이라.

日月燈明下

해와 달의 밝은 등불 아래서

流觀普眼經

보안의 경전을 훑어본다네.

 

)

普眼經 - 普眼法門을 설한 경전이라는 뜻으로 화엄경을 말한다.

 

寄海月講軒 해월 강헌에 부치다.

 

肚裡藏書卷

뱃속에는 서권 갈무리하고

杖頭掛明眼

지팡이 끝에는 밝은 눈이 달렸다.

南天名價重

남녘에서는 이름가치 무겁고

北海世心輕

북해에서는 속세의 마음 여읜다.

開敎生淸響

강론하면 맑은 메아리 나고

弄禪出梵聲

선가 희롱하는 염불소리 울린다.

聽徒稍益進

승도는 조금만 더 나아가면

想必化將成

생각건대 반드시 교화를 이루게 되리라.

 

)

海月 - 장흥부 가지산 보림사 승려로 <月波集>編錄했다.

講軒 - 고승들이 경전을 가르치고 법을 설하는 장소를 가리킨다.

 

贈戒益沙彌 계익 사미에게 주다.

 

少年才已老

소년으로 재주가 이미 노성해서

傳播四隣中

사방 인근에는 소문이 자자하구나.

莫恨爲僧道

승려가 된 것을 한탄하지 말라

猶勝世英雄

세상의 영웅보다 그래도 낫지 않겠는가.

 

贈戒益沙彌 계익 사미에게 주다.

 

汝出新安奇勝處

그대는 신안의 절승지 출신으로

英靈才氣獨超人

영령한 재기가 홀로 남보다 뛰어났다.

尼丘曾學三綱道

공자의 삼강 도리를 일찍 배우고

鷲嶺今看五敎眞

영취산의 오교의 진리를 지금 살피는구나.

落落詩聲驚地鬼

높고 높은 시의 명성은 땅 귀신 놀라게 하고

嵬嵬賦格動天神

우뚝한 부의 격조는 천신을 감동시킨다.

春秋未滿弱冠歲

나이는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는데

不世高名遠邇伸

불세출의 높은 명성이 원근에 파다하구나.

 

敬次淸虛堂韵 삼가 청허당 서산대사 시에 차운하다.

 

芙蓉門下傳衣鉢

부용 영관 문하에서 의발을 전해 받고

見性當年聽午鷄

견성할 당년에는 대낮에 닭 울음소리 들었다.

不世高風揮萬古

불세출의 고풍을 만고에 드날렸으니

淸虛道德孰能齊

청허휴정의 도덕을 누가 능히 겨루겠나.

 

附元韵 원운을 붙이다.

 

萬國都城如蟻垤

만국의 도성은 개미 둑과 같고

千家豪傑若醯鷄

일천 가의 호걸은 초파리와도 같도다.

一窓明月淸虛枕

창 가득한 명월은 나의 베개를 비추고

無限松風韻不齊

무한한 솔바람은 소리곡조도 많구나.

 

)

蟻垤(의질) - 개미가 집을 짓기 위하여 파낸 흙가루가 땅 위에 수북하게 쌓인 것. 가장 하찮은 산수의 뜻으로 轉用.

醯鷄(혜계) - 술 단지에 생기는 초파리 종류의 하루살이 벌레, 주색(酒色) 등 향락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자들의 비유로 쓰인다.

 

杜鵑 두견이

 

前作何緣今作鳥

전생 무슨 인연으로 지금 새가 되어

含愁抱恨喪精神

시름 안고 한 품고서 정신을 잃었는가.

血淚山中無用處

산중에서 피눈물 흘려도 소용없으니

不如緘口過殘春

입 닫고 늦은 봄 보내느니만 못하리라.

 

寄玩星講案 완성 강석(講席, 講案)에 부치다.

 

袖拂塵緣修淨業

옷소매 속진 인연 털고 정업 닦으며

或登楓岳或峩嵋

간혹 풍악에도 오르고 아미에도 오른다.

洗神玉洞千溪水

옥동의 일천 시냇물로 정신을 씻고

濯足武陵萬瀑池

무릉의 일만 폭포수로 발을 씻는다네.

開敎對機宣妙法

교학을 열어 근기에 맞춰 묘법을 펴고

叅禪看栢折高枝

참선으로 잣나무 보며 높은 가지 꺾는다.

去來南北探玄趣

남북을 오가며 현묘한 지취를 탐구하고

處處講塲大化之

곳곳에서 강장을 차려 크게 교화 한다네.

 

雨後秋景 비 온 뒤의 가을 경치

 

雨霽秋天雲散盡

구름 죄다 흩어진 비 갠 가을 하늘

森羅萬景最奇觀

삼라만상 풍경 중에 가장 기이한 경관이라.

溪聲彷彿雷霆吼

냇물 소리는 우레가 우는 것과 방불하고

山色依俙錦繡斑

산 빛은 알록달록해 수놓은 비단 무늬로다.

捲箔松軒簷影泠

발 걷자 송헌은 처마 그림자 차갑고

開牎石室壑風寒

창문 열어젖히자 석실은 골짝바람 썰렁하다.

無窮勝槩眞如此

무궁한 승경은 진실로 이와 같으니

終日沉吟意自閑

온종일 시 읊조리자 뜻은 절로 한가하다.

 

呈龍岩禪案 용암당 선안에 드리다.

 

仙儀幸對薩江濱

선인 위의 청천강 가에서 마주하니

道態元非世上人

도인 자태는 원래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碧海千尋龍變化

용 천변만화는 푸

른 바다 천 길 깊이고

丹霄萬里鶴精神 학 같은 정신은 일만 리 높은 하늘 날아간다.

松風蘿月澄心慮

송풍나월은 마음 맑게 하고 생각 쉬게 하니

玉洞淸流洗垢塵

옥동의 깨끗한 물은 속진 더러움 씻겨낸다.

物外烟霞寥寂處

세상 밖 안개노을 호젓하고 고요하니

逍遙獨坐養天眞

홀로 앉아 소요하며 천진을 기르는구나.

 

)

龍岩 - 龍岩大師. 장흥부 가지산 보림사 老宿으로 연담대사에게 <大乘起信論><金剛經>을 가르쳤다.

禪案 - 선탑(禪榻), 선안(禪案), 선좌(禪座), 선상(禪床) 등은 평교 사이 아니면 손아랫사람에게 쓴다.

薩江(살강) - 옛 이름은 살수(薩水)이다.

松風蘿月(송풍라월) - 솔바람과 여라(女蘿)의 덩굴에 걸려 보이는 달.

澄心慮 - 징심 식려(澄心息慮).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쉬게 한다.

天眞 - 변함이 없는 참된 마음.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심(眞心).

 

次內院庵韵 내원암 시에 차운하다.

 

一庵蕭洒碧空懸

말쑥한 한 암자 푸른 하늘 걸렸으니

白衲天然絕食烟

천연한 백납은 세속 밖에서 절식하는구나.

瑞草生庭眞勝境

서초 뜰에서 자라 정말 좋은 곳이고

琪花落地是丹田

고운 꽃 대지에 떨어지는 바로 신선세계라.

瞻星望月修心子

별 보고 달 바라보며 修心 養性하고

奉燭明燈禮佛仙

촛불 받들고 등 밝혀 부처에게 예불 올린다.

這裡淸風禪學在

이 맑은 풍도 가운데 선학이 있으니

西來衣鉢此應傳

서쪽에서 온 의발은 이로부터 응당 전하리라.

 

)

白衲 - 중들은 누더기를 겹겹이 꿰매어 입었다. 長衫(장삼). 장삼은 검은 베로 지은 길이가 길고 소매가 넓은 중의 옷이다.

禪學 - 선에 관한 학문.

衣鉢 - 가사(袈裟)와 바리때를 아울러 이르는 말.

스승이 제자에게 전해 주는 불교의 교법(敎法)이나 오의(奧義)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別覺慧師 각혜 대사와 작별하다.

 

邂逅峩嵋境

아미산 경계서 해후하니

問經頻又頻

자주자주 경전 물어 보았다.

同吟香岳月

묘향산 달 똑같이 읊고

共詠武陵春

무릉도원 봄 함께 노래 불렀다.

玄態壺中客

현묘한 자태는 선경 객이고

淸心物外人

맑은 마음은 세상 밖 사람이라.

今朝離我後

오늘 아침 나와 이별한 뒤

何處更怡神

어디서 다시 정신 즐겁게 할까.

 

)

覺慧師 - 覺慧大師. <寶林寺重創記>에 따르면 정조4(1780) 보림사 주지를 지냈다.

壺中 - 선경인 별천지(別天地).

 

寄翫月禪案 완월 궤홍 선안에 부치다.

 

初逢幻夢法幢下

환몽 법사 법당 아래서 처음 만나고

再遇虎岩禪室中

호암 체정 선실에서 두 번째 조우했다.

南地共叅諸善友

여러 선우와 남녘땅에서 참선하고

北山同悟一眞空

하나의 진실한 법계 북산에서 함께 깨달았다.

我栖香岳年衰老

나는 묘향산에 살지만 늙어 노둔해도

君處月峯化盛雄

그대 거처하는 월봉산은 법화가 웅성하구나.

彼此歸源應不遠

피차 근원에 돌아갈 날 응당 멀지 않으니

對顏難㝎恨無窮

얼굴 마주하면 무궁한 정한 가누기 어렵겠다.

 

)

翫月 - 함월 해원涵月海源(1691~1770)의 고족제자 완월 궤홍(翫月軌泓)이다.

法幢(법당) - 법기(法旗). 불법(佛法)을 표시하는 깃발.

 

虎岩禪室 - 호암체정虎岩體淨(숙종131687~영조241748).

법명은 체정(體淨), 법호는 호암(虎岩). 성은 김씨. 전라도 흥양(고흥)고을 사람이다. 세수는 62세이고 법랍은 47년이다. 환성에게 법통을 이어 받고 대부분 합천 해인사와 양산 통도사에서 주석 했는데 가르침을 받기 위해 따르는 대중들이 늘 수백 명에 달했다.

▲천은사 보제루 동국진체 계승자 창암 이삼만 글씨
▲천은사 보제루 동국진체 계승자 창암 이삼만 글씨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