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

5.16 군사혁명 동지로서 생사를 함께한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이러려고 혁명했느냐고 울분을 토하고 유신 정부의 종식을 외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김재규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최후 진술하고 끝내 형장에 이슬로 사라진다. 영화 속에서 박정희와 김재규의 생각과 관점이 혁명 당시와 세월이 흐르는 사이 변했으며 대화와 토론으로 옳은 길을 찾는데 실패한 것이다.

나는 사형제도의 폐지론자다. 사형제도의 잔인성, 무가치성, 책임 회피성 등 사형제도 폐지론의 근거를 들라면 수십 가지라도 댈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형 폐지론자라는 이름도 붙일 자신이 없다. 사형제도가 인간을 구원하지 못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살인으로 국가가 개인을 대신해서 복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머문다.

생각이나 관점이란 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또 바뀔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나 관점이란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자리잡는 것일 뿐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의 인격까지 의심하면서 서로 대립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불완전한 관점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에게 하나의 진실을 추구해 나가는 동반자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적과 인종과 종교를 넘어서서 하나의 인간이며 개개의 존재다. 시스템이라는 경고한 벽에 직면한 깨지기 쉬운 계란이다.

최근 김성 장흥군수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1심 판결을 두고 시중에 의견이 많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부터 유권무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으며 호사가들은 선고 형량을 예측했으며 결과도 맞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본 언론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재판부가 공정한 눈으로 양쪽(검찰과 피고인) 당사자들의 입장을 온전히 살펴본 다음 균형 잡힌 판사의 눈으로 판결하였으리라 믿고 싶다.

재판부의 판결에 불만인 사람들은 사법부의 높고 단단한 철벽을 깨부수고 싶겠지만 모두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데 한숨 쉬며, 법은 만인에게 정말 평등한 것일까?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장흥군수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당선 무효형을 면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남은 3년의 임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군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를 찾아가는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행정을 펼쳐야 하며 그 잣대는 7월1일 첫 정기인사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재임 1년 동안 각종 선거법위반 사건, 청첩장 사건 등 군민께 심려 끼친 점을 사죄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인사로 장흥에 내일을 설계해야 한다. 불공정한 인사라면 공직자들도 군수를 외면하겠지만 군민들도 외면할 것이다.

우리는 동반자다. 초심을 버리지 말고 장흥발전을 위해 땀 흘리자. 때론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 가야 한다.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스페인 격언이다. 통합으로 발전을 꿈꾼다면 혀로 하는 소리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군민과의 대화라야 민ㆍ관이 하나 되어 동반자로서 발걸음이 힘차고 가벼울 것이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