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정/한학자
▲ 김규정/한학자

◆용암당 대사 시문 -龍巖堂體照(1713~1779)

▶白羊山雙溪樓 장성 백양산 쌍계루

雙溪樓在洞天深 쌍계루에 있는 동천은 깊으니

選勝幽人逸興尋 은자는 절경 각별한 흥미 찾는다.

勝槩多中何事最 많은 경치 중 무슨 일이 으뜸인가

淸詩滿壁古人吟 고인은 맑은 시 벽 가득 노래했구나.

注)

逸興(일흥) - 세속을 벗어난 흥취. 각별한 흥미.  

▶吟贈軒師 헌 선사에게 시를 지어주다.

住錫名山問幾年 몇 해 명산에 주석하느냐 물으니

一塲同會是前緣 한 도량 같은 모임은 전생 인연이었다.

東樓越見松臺鶴 동쪽 누대서 송대암 학 넘겨다보고

西岳回看淨土蓮 서방 큰 산악 극락정토 백련사 돌아본다.

寶筏眇浮宣敎說 넘치고 아득한 불법 교설 펴고

桂輪高朗播禪傳 둥근 달은 높고 밝은 간화선 전파한다.

又能諸子百家語 또 능히 제자백가 말할 수 있으니

蔭覆兒孫萬里天 만 리 먼 하늘 아손은 그늘에 덮였구나.

注)

松臺(송대) - 송대암(松臺庵). 장흥부 가지산 보림사 山內 암자이다.

寶筏(보벌) - “불법(佛法)을 보배 뗏목[寶筏]이라.” 하는데 이는 생사고해(生死苦海)의 바다에서 중생(衆生)을 건너 주는 보배로운 뗏목이란 뜻이다.

桂輪(계륜) - 둥근 달의 異名. ‘헌사(軒師)’의 法名이거나 法號일 수도 있다.

간화선(看話禪) - 화두(話頭)를 참구하여 본래 성품을 바로 보는 참선법이다. 본래 성품을 보면 깨닫는 것이다. 화두를 타파하여 깨닫는 것을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한다. 견성성불이란 자기 마음을 바로 보아 부처가 되는 것을 말한다. 

兒孫(아손) - 한 스승에게서 불법을 이어받아 대를 이은 제자들.

▶上霜月法叔 상월 법숙에게 올리다.

坐閱乾坤幾歲月 앉아 천지를 점검하니 몇 세인가

春秋七十又餘年 춘추는 일흔에 또 남은 햇수가 있구나.

東西宣說華嚴敎 동서에서 화엄학 교설 베풀고

南北擧揚格外禪 남북에서 격외선 찬양하며 드높인다.

能使四生輪業免 능히 사생 윤회업보 벗어나게 하고

必令三有久痾痊 반드시 삼계에서 오랜 고질병 치유하게 한다.

人天百萬圖繞衆 인천 백만 聖衆이 에워싼 불타

最好龍潭一笑傳 가장 좋아하는 용담에게 한번 웃고 전한다.

注)

霜月法叔 - 상월새봉霜月璽封(1687∼1767)이다. 

법명은 새봉(璽封). 자는 혼원(混遠), 호는 상월(霜月). 속성은 손씨. 전라도 순천고을 사람이다. 설암 추봉(雪岩秋鵬)의 法을 받았다. 

格外禪(격외선) - 말과 문자로 된 경전의 이론이나 지식의 범주를 초월하여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을 격외선이라고 한다.

고려 중기의 지눌(知訥)도 “정혜쌍수(定慧雙修) 밖에 본분종사(本分宗師)의 별전 선지가 있다.”라고 하였고 조선 중기의 휴정(休靜)도 >선교결(禪敎訣)>에서 격외선을 강조하였다.

四生(사생) - 일체의 생물이 네 가지 방법으로 출생한다는 말. 난생(卵生)ㆍ태생(胎生)·습생(濕生)·화생(化生)이 그것이다.

三有(삼유) -  삼계(三界)에서 제각기 생존하는 모습. 욕계의 생존인 욕유(慾有), 색계의 색유(色有), 무색계의 생존인 무색유(無色有)를 이른다.

人天(인천) - 인간계(人間界)와 천상계(天上界).

圖 - 부도(浮圖). 불타(佛陀). 부처.

聖衆 - 성자의 무리.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 및 부처를 따르는 사람들을 이른다. 極樂世界에 있는 모든 보살 및 天衆.

龍潭 - 龍潭慥冠大師(1700~1762)이다. 상월대사의 제자이다. 

▶次龍興寺洗塵樓韻 용흥사 세진루 시에 차운하다.

一笻遙指碧山頭 지팡이는 머나먼 푸른 산머리 가리키니

中有高樓㝡勝遊 이곳 높은 누대는 가장 뛰어난 유람 터란다.

水滿雙溪時九夏 물 넘치는 쌍계사 여름 구순 안거에 들고

風淸孤閣月三秋 외로운 불각은 가을 달빛에 바람이 청량하다.

含泥玄鳥簷端入 제비는 진흙 물고서 처마 끝으로 들고

喚友黃鶯檻外留 꾀꼬리는 난간 밖에 머무르며 벗을 부른다.

終日看雲閑獨步 온종일 구름 구경하다 한가로이 홀로 걸으니

行裝蕭洒洗塵愁 행장은 말쑥하고 깨끗해 속세시름 씻겨낸다. 

注)

龍興寺 - 전라남도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 몽성산(夢聖山)에 있는 절. 

숙종19년(1693)에 궁녀 최복순(崔福順)은 이 절에서 기도하여 임금 영조(英祖)를 낳은 뒤 절 이름을 용흥사(龍興寺)라 하고 산 이름을 몽성산(夢聖山)이라 하였다. 당시 이 절에는 일곱 개의 암자가 있었으며 고승들이 머무르면서 50여 년 동안 불교를 크게 전파하였다.

九夏 - 여름의 구순 안거, 夏安居, 結夏라고도 한다.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일체 외출하지 않고 이 기간 동안 한데 모여 수행하며 정진을 한다.

▶寄白雲雪潭丈室 백운산 설담 방장실에 부치다.

伴像南遊爾獨雄 형상 따라 남녘유람 그대 특히 대단하니

幾人說示轉成空 돌아서면 공인 것을 몇에게 말씀하여 보였나.

三冬擧足頭流頂 겨울철에는 발 들어 두류산 정상 밟고

九夏騰身俗離中 여름철에는 몸을 날려 속리산 속 들어간다.

床下談眞揮麈白 선탑에서 진리 담소하며 흰 불자 휘두르고

窓前演妙落花紅 창 앞에서 묘법 강연하자 꽃은 붉게 떨어진다.

黃金世界雪潭月 황금 세계는 눈 내린 연못에 비치는 달

任運相隨佛祖風 운수대로 서로 따르니 부처 조사 유풍이라.

▶次八鵬韻 팔붕의 시에 차운하다.

飛筇歷盡幾叢林 석장 짚고 몇 총림을 다 지나 왔던가.  

起予看君玉振吟 옥 소리로 시 읊는 그대 보면 날 일으킨다.

黃檗山中難得意 황벽 산중에서는 뜻 얻기 어렵고

大愚筵下易醒心 대우 법연에서는 깨닫기가 쉬웠구나.

靑雲九夏頭流勝 한여름 푸른 구름에 두류산은 뛰어나고

赤樹三秋皆骨深 구월 단풍나무에 개골산은 깊다.  

別我還尋南岳去 나와 작별하고 다시 남악 찾아가니

溪邊悵望送光陰 시냇가에서 애처롭게 세월을 전송한다.

注)

黃檗 - 황벽 희운(黃檗希運, ?∼850). 임제문중(臨濟門中)에서 마조(馬祖) 선사 아래 백장(百丈), 백장 선사 밑에 황벽 선사인데, 바로 그 아래가 또 임제 선사이다.

▶和迂軒公寄法師韻 우헌 공이 법사에게 부친 시운에 화운하다.

床頭落札寄吾師 책상 위 서찰은 우리 대사께서 부친 거라

爲問雙眉覆眼垂 안부 묻자 두 눈썹은 늘어져 눈을 가리구나.

菴裏扣鍾修佛戒 암자에서 종 치고 불가 계율 닦을 적에

城中明燭送僧詩 성안에서는 촛불 밝히고 승려에게 보낸 시라.

人間失路誰非感 길 잃은 인간 누군들 느낌 없으랴만

物外知音却有思 세상 밖 마음 아는 벗 문득 생각난 거겠지.

萬水千峰花發日 수많은 산천에 꽃 만발하는 날

禪窓只待更來期 선창에서 다시 온다는 기약만 기다린다.

▶寄人 어떤 사람에게 부치다.

每要相訪雨何爲 찾아가려 할 때마다 비는 어이 내리고

況復看經未暇時 하물며 다시 경 보느라 바쁘기만 할 때라.

早晩天晴行露盡 조만간 날 맑고 길 이슬 마르면

此僧飛錫下山歸 이 소승 석장 짚고 하산하여 돌아가리라.

▶贈禧成 희성에게 드리다.

往年何事叩禪扉 지난날 무슨 일로 선방 문 두들겼나

憶弟看雲隻影歸 아우 생각나 구름 보자 한 그림자 돌아가네.

莫戀風塵聲與色 풍진 세상 가무와 여색 연모하지 말고

名山淨界一筇飛 명산 청정세계에서 지팡이 한번 날리시라.

▶寄李先達 이 선달에게 부치다.

玉笛歌聲無限興 옥피리 노랫소리 끝없는 흥겨움에

當時何事未從容 당시에는 무슨 일로 정답지 못했던가.

儒禪各有參差路 유자와 선객은 길이 달라서라

別後相思夢幾重 이별 후 그리움에 꿈은 몇 번이던가.

▶次金提學游白羊山 김 제학의 시 “백양산에 노닐다”에 차운하다.

春秋紅綠景 봄가을 붉고 푸른 경치에

歸客幾留鞍 돌아갈 손 몇 번이나 안장 붙들었을까.

廣野林風散 광야에 숲 바람 흩어지고

高山水月寒 높은 산에는 물과 달이 차갑네.

思家連日苦 집 생각에 날마다 괴롭다가

尋寺片時歡 절 찾으니 잠시나마 즐겁구나.

此夕一場話 이 밤 한바탕 얘기

方知意味寬 이제야 그 넓은 의미 알리라.

또 又

五柳生涯薄 오류선생 생애는 담박하고

三閭世事艱 삼려대부는 세상일 어려웠어라.

曾遊淸洛月 일찍이 한양의 맑은 달과 노닐다가

今入白羊山 이제야 백양산 들어왔구나.

芳草溪邊綠 향기로운 풀들은 시냇가 파릇하고

閑花階下斑 한가한 꽃은 섬돌아래 아롱진다.

翛然留杖屨 어느새 장구지소 멈추니

疑是赤松班 바로 적송의 행렬이 아닌가 한다.

注)

五柳 - 오류선생.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

三閭 - 삼려대부(三閭大夫)로 있다가 조정에서 쫓겨난 초(楚)나라 굴원(屈原).

杖屨 - 杖屨之所. 지팡이와 신, 이름난 사람이 머문 자취.

출전<龍巖堂遺稿>

▲장흥 유치 보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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