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민주당 전남도당 대변인

정남진 장흥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회 각 분야의 숨은 ‘실력자’들이 많다. 현대문학의 거장들을 다수 배출한 장흥은 문학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학 외에도 전통한옥 건축 명장과 호랑이 그림의 대가, 수십년 간 천관산 사진만 전문적으로 찍어온 사진가, 수 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요리계의 명장 등 다양한 전문가와 장인들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짱’들이 많은 장흥의 숨은 실력자들을 발굴해 소개한다.
 

▲한상현/빈티지 오디오 장인
▲한상현/빈티지 오디오 장인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빈티지 오디오 ‘각광’

오디오 매니아들 전국에서 청음 발길

 그가 주력하는 오디오 기기는 빈티지 스피커들이다.

현대의 하이-엔드 급 스피커들은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했지만

음질은 결코 과거의 빈티지 스피커들을 

따라잡지 못한다.

오디오 공방 ‘어쿠스틱’은 진공관 앰프와 오래된 극장용 스피커 등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빈티지 오디오의 명가(名家)이다.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 있는 이 공방은 장흥 출신의 오디오 장인 한상현씨(59)가 운영하고 있다. ‘어쿠스틱’은 주로 50~60년대에 생산된 미국과 유럽의 빈티지 스피커들을 개조해 현대의 하이엔드(high-end) 급 스피커 이상의 성능으로 리뉴얼하는 곳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내 오디오 매니아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한씨는 지난 2014년부터 공방을 개설,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 등 빈티지 오디오를 제작, 수리하거나 보급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그가 빈티지 오디오의 세계에 입문한 시기는 27년 전인 지난 1995년 무렵이었다. 당시 우연히 청음하게 된 1950년 대 생산된 미국산 알텍 스피커가 진공관 앰프와 어우러져 내는 환상적인 소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똑같은 브랜드의 오래된 오디오 구입을 원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손 재주가 좋았던 그는 엄청난 가격에 놀라 직접 제작하고야 말겠다는 욕심을 갖게 됐다. 이 때부터 해외 전문서적을 구입해 각종 회로도와 오디오 서적들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해박한 이론과 탁월한 손재주로 이름을 알려나갔다.

처음엔 동호회 회원들의 오디오에 대해 조언을 해주다 고장을 수리해주고 직접 앰프와 스피커를 제작해 매칭해주는 장인의 경지에까지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공방은 그가 만든 오디오 기기들을 청음하거나 기기의 매칭에 대해 상담하려는 매니아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의 창작품은 앰프와 스키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목공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러시아산 자작나무를 수입해 트위터를 만들고, 검은 외관이 돋보이는 먹감나무로 턴테이블 받침대를 제작하기도 한다. 

그가 주력하는 오디오 기기는 빈티지 스피커들이다. 현대의 하이-엔드 급 스피커들은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했지만 음질은 결코 과거의 빈티지 스피커들을 따라 잡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현대 스피커들은 지독히도 비효율적이어서 사운드와 오디오의 세계를 알게 되면 십중팔구는 결국 빈티지 오디오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예컨대 앰프를 통해 100w의 소리 에너지를 전달하면 85%는 열로 손실돼 사라진다. 불과 15% 정도만 운동 에너지로 변환돼 진공판을 때려서 우리의 귀로 들을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하이-엔드급 오디오 스피커들은 필연적으로 큰 출력의 앰프를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 

과거 1W의 출력으로 재생할 수 있었던 사운드를 현대 스피커들은 100W 정도를 보내야 동일한 음량으로 재생할 수 있다. 최신 스피커들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음의 왜곡 등 여러 가지 조건에서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W의 신호로는 꼼짝하지 않기 때문에 굵은 전기 신호를 흘려줘야 하고 작은 신호들은 까먹기 십상이다. 따라서 디테일한 사운드의 재생은 결국 큰 출력을 필요로 하지 않은 올드 스피커들이 더 낫다. 

한씨는 “빈티지와 현대 스피커들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요소는 출력이 아닌 내입력(파워 핸들링)과 능률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스피커 스펙(Spec)의 내입력, 또는 파워 핸들링은 “스피커를 손상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앰프로부터의 입력의 한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스피커가 손상없이 낼 수 있는 소리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현대의 스피커들은 내입력 값이 훨씬 높아서 1kw의 전기 신호에도 버틸 수 있는 반면 출력은 정 반대로 더 낮다.

출력과 능률은 올드 스피커들이 훨씬 높다. 오래된 빈티지 스피커들은 능률이 훨씬 높아서 작은 출력의 앰프로도 엄청난 굉음을 토해낼 수 있다.

그는 “이 곳에 있는 이 스피커(젠센 트리플렉스)의 사촌 격인 비슷한 크기의 동일 브랜드 스피커들이 과거 광주시내 극장에서 사용되면서 수 백평 크기의 극장 객석을 쾅쾅 울려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디오의 기술력은 1950년대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씨는 “1950년 대의 진공관 오디오와 스피커 기술수준이 정점이었고, 그 이후에는 오히려 쇠퇴했다”고 주장한다. 

“오디오에 탐닉하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란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씨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빈티지 스피커의 해상도와 출력, 능률을 그대로 간직한 수제 스피커들을 제작해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즐기는 오디오 문화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오디오 카페 개설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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