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뿌리내린 호남의 가사문학 중심지이며,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쭉 내려오면 나오는 지역, 장흥! 내 고향이다.
장흥하면 첫 번째로 과거 89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천관산이 장흥을 품고 있다. 호남의 5대 명산 천관산은 가끔 흰 연기 같은 신기한 기운이 서린다 하여 신산(神山)이라고 한다. 이 가을 천관산 능선을 따라 은빛의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북쪽으로 향하면 가지산 봉덕계곡에는 천년고찰 보림사가 있다. 동양3대보림 중 하나로 역사의 흐름과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사를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있으면 나의 몸과 마음은 저절로 경건해진다.
장흥 일대를 흐르는 탐진강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꺽저기가 서식한다. 작은 규모의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멋스러운 한국징거미새우, 곱게 물든 각시붕어, 초록빛이 선명한 떡납줄갱이 등 풍부하고 다양한 종들이 있다.
그리고 장흥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의로운 고장이다.
국내 유일 안중근 의사의 사당인 해동사, 조선시대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 설치한 회령진성, 동학농민혁명의 최대ㆍ최후 격전지인 석대들전적지 등 학술적 가치가 높고 역사의식이 서린 공간이 산재해 있다.
장흥은 걸출한 문인들도 많이 배출했다.
조선시대 관서별곡의 저자 백광홍, 위백규 등 뛰어난 문장가들이 장흥문학을 빛냈다. 지금은 그 명맥을 이어받아 이봉준 서예가, 한국문학의 거장 이청준, 바다의 삶을 감동과 시흥으로 표현한 한승원, 민중의 삶을 그려낸 송기숙 등 많은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어 남도 최대 문인 촌이라 불린다.
장흥은 건강한 먹거리의 고향이다.
정남진 장흥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청정자연을 자랑한다. 비옥한 땅에서 기른 건강한 농산물과 바다에서 건진 신선한 해산물로 어우러진 장흥 특산품들은 4계절 입을 즐겁게 한다.
참나무에서 자라 향과 영양이 풍부한 표고버섯,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 장흥을 대표하는 장흥한우를 함께 구워먹는 장흥삼합은 별미 중에 별미다.
여름철 스태미나 음식의 대명사인 갯장어 샤브샤브는 간과 신장의 기능을 왕성하게 만들어 폭염으로 상한 기를 보강해준다. 거기에 구수한 된장으로 맛을 낸 회진면 된장물회는 된장의 담백함과 회 본연의 맛이 어우러져 차별화된 맛을 선사한다.
그리고 장흥에는 육지에서 생산되는 무농약 농산물과 같은 무산김이 있다. 염산이나 유기산을 사용하지 않고 김발을 햇빛에 노출시키는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하는 무산김은 고유의 맛과 향이 깊다. 무산김의 양식과정은 생태계도 살리고, 소비자의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식품이다.
이렇듯 장흥은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내가 장흥을 사랑하고 남들에게 더 자랑하고 싶은가보다.
나는 지금까지 마을 이장을 시작으로 대덕 새마을 금고 이사장, 장흥군의원, 전남도의원을 역임해오면서 마음 한 편엔 장흥을 전남의 중남부권 중심지로 부흥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지역의 현장을 살펴보다 보면 장흥이 가진 문화유산과 천혜의 자원에 비해 인프라 불균형, 예산 부족, 정책 부실 등으로 사업이 부진한 경우들을 많이 봐 왔다.
2014년부터 조성해온 승마체육공원은 대회 규격 부적합으로 공식 대회도 열지 못하고 전남 유일의 ‘한국말산업고’의 지원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해양레저 이용자와 어촌을 생계 터전으로 생활하시는 주민들 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 간 불균형은 심화되고,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는 장흥을 소멸 위험 지역으로 진입시켰다.
나는 장흥을 장흥답게 만들고 싶다.
장흥은 집권 여당의 힘 있는 사람이 이끌어가야 한다. 기존에 추진되어 온 다양한 사업들을 한데 묶어 장흥을 찾은 관광객이 장흥에서 체류하고 재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연령대와 취향을 고려한 관광문화트렌드를 육성해야 한다. 도심에선 만나기 힘든 자연과 생태를 교감하면서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 어른들에게는 과거 향수를 불러낼 고향의 정과 맛을 담아내고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장흥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먹거리와 문학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곳!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내뿜는 휴양림에서 치유와 휴식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장흥이 흥이 넘치는 지역이 되길 바란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갈 집이 있어서라는 말이 있다. 잠시 다른 장소로 휴식을 떠났다 돌아온 집이 가장 좋고 편하게 느끼게 되는 것처럼, 삭막한 도심 속의 푸른 공원처럼, 생태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장흥을 만들어내고 싶다.
장흥을 나만의 고향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향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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