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주시 다도면에서 살다가 2008년도에 이곳 청정지역인 장흥에서도 유치면, 맑고 깨끗하며 양지바른 소양리에 제2의 둥지를 튼 76세 할머니예요.
이곳 장흥에는 연고지가 하나도 없는데 집앞에 흐르는 개울물을 보고 이곳으로 왔지요. 물론 우리고장 다도면도 산새는 좋지만물이 짧아 이곳 저곳 이 근방 지역을 두루두루 살피다가 유치면으로 오게 됐답니다.
우리 마을 소양리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하고 마을 중앙으로 냇물이 흐르는 마을입니다.
저희 둥지는 마을 앞 큰길에서 산 쪽으로 더 올라와 산 속에 자리 잡고 있지요. 산속이라 공기가 너무나도 맑고 깨끗하며 달아,처음에는 자연이 너무 좋고 마음이 설레 맨 처음 하는 일이 큰 길에서 집까지 꽃길을 만들고자 하고 열심히 만들었지요. 마을 앞공터에는 조그마한 꽃밭도 만들고 쉼터를 만들기 위해 등나무도 심고 몇 년을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제 산속이라 자급자족을 해야겠기에 밭농사를 짓다보니 길가의 꽃들은 잡초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꽃밭은 지금 콘테이너가 자리잡고 있지요. 잡초 속에 남아있는 꽃들은 제가 지나가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저희들을 돌봐주세요’ 하고 속삭이지요. 저희 집에 지인들이 놀러오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렇게 한 번 놀다 가는 것은 좋으나, 여기 살려고 하면 못살겠다고 하지만 저는 심심하다, 외롭다 할 겨를이 없어요. 왜냐면 이곳 생활은 머리와 손과 발이 바쁘니까요.
사면이 산이라 눈이 닿는 곳마다 산새들의 작품으로 이곳 저곳 나무들 사이사이로 산벚꽃이 만개하거든요. 여름에는 하루가 다르게 싱그럽게 변해가다가 가을에는 날마다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구경하고요. 겨울에는 눈이 오면 앙상한 가지에 피어난 설화가 장관이고요. 온천지가 눈꽃나라가 되지요.
눈 한 송이 한 송이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나부끼며 춤을 추다가 살포시 지면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하 맞아, 우리 인간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순리에 따라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살아간다면 이렇게 힘겨워 하지 않고 고통스럽고 슬퍼하지 않고 조금은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터인데’ 자기의 것이 모두 자기의 것인 양 움켜쥐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면서 살아가기에 인생살이가 너무 고달프고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언 땅을 뚫고 갓 나온 어린 쑥을 캐서 쑥차도 만들고, 땡감나무, 어린순 녹차 잎도 따서 감잎차, 녹차도 만들고. 어린 머우잎을 캐다가, 가시오가피 어린순 따다가 장아찌도 만들고. 산마늘잎을 따서 명이나물을 만들고, 각종 산야초를 캐서 효소도 만들고요. 가을에는 땡감, 꾸지뽕, 다래열매 따다가 식초를 만들어야 하구요. 몸은 조금 고달프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즐겁고, 행복한 생활이지요.
아침에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모닝콜 소리에 잠이 깨어,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날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기는 광경, 다람쥐가 앞마당까지 놀러오고, 꿩과 노루가 찾아오지요. 여름밤에는 반딧불이 춤을 추고 다닌답니다.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요. 자연이 주는 선물이지요. 자연에서는 내가 심지도 않고 가꾸지도 않았는데, 값없이 나에게 풍요롭고 넉넉한 먹거리를 제공해주지요. 손과 발이 부지런히 움직이면 지천에 먹거리가 널려있거든요.
우리가 아프면 먼저 의술에 의존하여 병원을 찾고 약을 먹지만 우리 자연이 주는 먹거리에는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효능이 있답니다.
나는 자연이 주는 것을 나누기 위해 지인들을 초대해 자연 밥상을 대접하며 맛있게 먹고,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덩달아 행복해지고 고생한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진답니다.
처음으로 나는 여기서 눈오는 것이 그렇게 멋진 모습인 것을 깨달았답니다. 60년 동안 눈 내리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서 보는 광경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황홀하여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 잊을 수가 없지요.
그러다가 올해 다시 일자리를 하게 될 때에 저는 생각했어요.
정부 방침이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하는 사업이니까. 이왕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면 좋을 것 같아 반장님께 건의하고 반원들이 찬성해서 일하기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이완시킨 뒤민요 가락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데, 박수도 우리 손에는 인체가 있기에 관절과 생식기와 치매예방에 도움을 주는 박수를 치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가 웃었다가 반복하여 뇌를 운동시킨 다음 본격적으로 웃는데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에게 ‘니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고, 평안하다’하고 속삭이면서 웃고 난 뒤, 이제 박장대소로 웃는데 가슴을 펴고, 허리띠를 풀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마구 웃다가, 기절할 정도로 웃고,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숨고르기를 한 뒤 손을 마구 비벼따뜻해지면 눈에 대고 반복해서 한 뒤 귀에도 우리 인체, 태아가 거꾸로 있는 모습이거든요. 이 귀를 마사지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몸ㆍ팔ㆍ다리를 쓰다듬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요. 우리가 언제 자기 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 있었나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만큼 좋은 언어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사랑이란 말은 꽃들도 춤추게 하고 물도 아름다운 결정체를 만들게 하며, 밥도 용기에 담아놓고 사랑한다고 말하면 하얗고 예쁜 곰팡이가 핀다고 하지요.
이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굳어있는 몸이 풀리고 마음이 상쾌해 진답니다.
지금은 전 세계 국민과 우리나라 온 국민이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있고, 두려움과 공포 속에 살아가면서 웃음이 사라지고, 사랑과 온정이 메말라 가는 이 때. 우리 소상공인들, 자영업자들, 너무나 고생하고 계시는 의료진들, 전 국민들, 우리 다같이 한번 호탕하게 큰소리로 마음을 열고, 온 힘을 다해 정신없이 웃어 봅시다.
하. 하. 하. 하. 호. 호. 호. 호. 히. 히. 히. 히. ... ... ... 어떠한가요.
우리가 언제 이렇게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어본 적 있었나요.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번지거든요. 억지로라도 웃으면 우리 뇌는 미련하여 ‘아, 정말로 좋은 일이 있나보다’하고 즐거워하면서 우리 몸에서 엔돌핀이 팍 팍 나오게 된대요. 어차피 우리의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 지금 이 순간 순간 웃으면서 즐겁게 남은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 이제 우리는 버리는 것을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젊어서는 자식들하고 먹고 살아야 하고 자식들 가르쳐야 했기에 움켜쥐고 모으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이제 나이 먹은 우리들은 하나하나 탐욕도, 욕심도, 욕망도, 시기와 질투도 다 버리는 작업을 잘해야 노년을 아름답게 살아가는길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이제 마지막 소망이 있다면 석양에 지는 해가 있는 힘을 다해 서쪽 하늘과 바다를 빨갛고, 아름답고, 황홀하게 물들이며지듯이, 나의 남은 여생도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고픈 마음이에요.
나는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저 나무들처럼 자신보다 상대를 생각하고 모든 면에서 상대방의 입장을먼저 헤아려 보자하고 다짐합니다.
저 나무들은 우리 사람들에게 시원함과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주기 위해, 자기가 선 자리에서 모진 비바람과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도 말없이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했나요. 우리 생명의 원천인 땅을, 우리의 젖줄인 물을 누가 오염시켰나요. 소중한 땅이, 자연이 신음하며 아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나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자랑스런 금수강산을 누가 망쳤나요.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 어떤 자연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왜 생겼을까요.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나쁜 바이러스가 생길까요.
심각한 이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이 자신을 뒤돌아보고 내가 선 자리에서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어떻게 해야할까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이곳 산 속에서 자연에게 비우는 것을 배우고, 받고 누리며 지낸답니다. 저희 집은 맨 처음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를
시작으로 봄ㆍ여름ㆍ가을 갖가지 꽃들이 만발하다가 마지막 11월에 녹차 꽃으로 겨울을 맞이하거든요. 보이는 것은 모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하고 시름을 달래주어요.
자연은 온갖 만물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며 우리 사람에게 풍요로움과 기쁨과 넉넉한 마음을 주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 도우며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면서 양보하며 살아갈 때에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언젠가 뉴스에서 본 아름다운 장면이 떠오르네요.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하는 친구들이 서로 달리지 않고 몸이 불편한 친구의 손을 서로 꼭 잡고 나란히 걸어서 들어오는 모습.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생각이고 행동인가요.
우리 어른들이 이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혼자서는 못살아 독불장군은 없다고 하지요. 서로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생각만 바꾸면 이 삭막한 사회가 조금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저는 지금, 몸은 비록 여기 저기 고장이 나서 거동은 조금 불편하지만, 항상 마음만은 편하고 행복하며 즐겁거든요. 이 기쁨을 주는 자연에게 날마다 날마다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장흥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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