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3월 중순, 양력으로는 ?4월 20일 무렵을 달력에서 살펴보면 ?곡우(穀雨)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으로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며 걱정할 정도로 농사에서는 중요한 절기 중 하나라고 한다. "곡우"의 촉촉함으로 초목의 연둣빛 생명력이 아름다운 이 계절, 우리네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전시회를 소개한다.

?최세영 작가는 충청북도 제천에서 태어나 40년 전의 인연으로 관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988년부터 천관산의 매력에 푹 빠져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천관산의 사계를 뷰파인더에 담아온 그는 최근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1년 전인 2020년 4월 2일, 장성 백양사를 방문했을 때 조우하게 된 기왓장의 그림들은 최세영 작가를 또 다른 예술 장르로 인도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후 기왓장을 캔버스로 다양한 작품을 그려온 최세영 작가는 그림의 매력을 “소재와 색감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재해석과 재창조”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록적이며 또 빛과 끊임없이 타협하고 싸워야 하지만, 그림은 작가만의 감각을 펼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기에, 한 번 붓을 잡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단다. 게다가 일반적인 캔버스와 달리 기왓장은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물감의 농도와 덧칠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독학으로 기왓장에 적합한 붓과 물감 농도를 터득한 그는 1년에 걸쳐 150여 점의 작품을 완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세영 작가의 자택 돌담 위에 전시된 기왓장 그림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져 전남ㆍ광주 미니다큐멘터리에도 방영되었다.

천관산 자락 아래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기왓장 그림이 빚어낸 풍경을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최세영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제 이웃이, 넓게는 장흥군민들이 코로나로 아주 힘든 요즘, 야외에서 그림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는 힐링을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외적인 요인으로 침체한 장흥군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고 싶다는 최세영 작가는 자신의 이런 작은 행보가 훗날 장흥군에 테마별 문화예술 향유공간 조성이라는 결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소망 또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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