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Ⅶ   /국역: 정민(한양대 국문과교수)

淫圖天命恣豺狼
천명을 몰래 꾸며 시랑(豺狼)처럼 군림했네. 
英英大耳起涿郡
영특할사 귀 큰 유비(劉備) 탁군에서 일어나자 
伏龍鳳雛從飛驤
복룡 봉추 두 분 선생 머리 들어 따랐다네. 
燒船赤壁破操兵
적벽에서 배를 태워 조조 군대 깨뜨리고 
仗鉞成都伐劉璋
부월(斧鉞) 기대 성도에서 유장(劉璋)을 무찔렀지. 
假令帝壽延數年
만약에 황제 수명 몇 년만 늘였다면 
鼎足可一臣萬方
정족 형세 만방을 한 신하로 만들 것을. 
堪嗟永安日已沈
안타깝다 세상 뜨니 해는 이미 잠기었고 
寥落五丈寒星芒
쓸쓸해라 오장원에 찬 별이 떨어졌네. 
瞻烏爰止司馬屋
까마귀가 사마씨의 집 위에 모여드니 
杜預王濬俱才良
두예와 왕준은 재주가 뛰어났지. 
羊車竹葉忘遠謀
양거(羊車)와 죽엽군(竹葉軍)으로 먼 꾀를 깜빡 잊고
盡去武備踈邊防
무비(武備)를 다 버려서 변방 경계 소홀했지. 
長嘯東門志跋扈
동문에서 휘파람 불며 발호에 뜻을 두니 
淸談滿朝崇老莊
조정 가득 청담(淸談)으로 노장을 숭상했네. 
銅駝荊棘已發歎
동타(銅駝)가 덤불 싸임 이미 탄식 발하더니 
靑衣行酒增慨傷
청의(靑衣)로 술 따르니 더욱 마음 아파라. 
定鼎江表歎元帝
나라 세운 강엄(江淹)의 표 원제가 탄복했고 
委鹿賊藪悲安康
위록(委鹿)의 도적 소굴 안강제(安康帝)가 슬퍼했네.
南北兵塵纔欲息
남북의 전쟁 먼지 겨우 그치나 했더니만 
隋煬一心復淫荒
수양제(隋煬帝) 한 마음 황음함을 되찾았지. 
桃李皇后走楊州
도리(桃李)의 황후가 양주로 달아나니 
龍恣日表興晉陽
황제께선 날마다 진양 흥함 표했었네. 
金戈大揮掃八紘
칼과 창 휘둘러서 온 천하를 쓸어내니 
九功舞袖風飄揚
구공(九功)의 춤 소매가 바람 따라 나부낀다. 
玄齡如晦摠王佐
방현령(房玄齡) 두여회(杜如晦)는 임금 도울 인재니
凌烟功烈垂煌煌
능연각(凌烟閣)에 그 공렬이 휘황하게 드리우리.
遠在房州六尺孤
방주 땅에 6척 고아 멀리 홀로 떨어지니 
咄咄武后蓮花郞
안타깝다 측천무후 연화랑을 끼고 노네. 
誅奸反正倡大義
간적 베고 반정(反正)하여 대의를 일으키니 
平王忠凜橫淸霜
평왕의 늠름함은 맑은 서리 빗겼구나. 
中宗睿宗及玄宗
중종과 예종, 그리고 현종은 
佚遊自忘戒苞桑
행락 빠져 뿌리 다지는 경계를 다 잊었네. 
羽衣霓裳樂未罷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연주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어양 땅에 북이 울려 미앙궁(未央宮)에 다다랐지. 
路長西蜀翠華迫
서촉 길 아득하고 취화(翠華)는 박두하여 
花落馬嵬空斷腸
마외파(馬嵬坡)서 꽃 지니 한갓 애를 끊는구나.
奉冊靈武仗李郭
영무를 봉함은 이광필(李光弼) 곽자의(郭子儀)니
安史亂賊還掃襄
안사(安史)의 난적들은 다시 소탕되었도다. 
終南王氣已蕭條
종남산에 왕기(王氣)가 진작 쓸쓸 하더니만 
屹干凍雀何不翔
흘간산에 언 참새는 어찌 날지 못하는가? 
五季腥塵厭河洛
오계(五季)의 비린 먼지 하락(河洛)이 지겨워서 
甲馬營中生異香
갑마(甲馬)의 영중에선 기이한 향내 났네. 
黃袍一着點檢身
황색 도포 한번 입고 몸을 점검 하더니만 
塵靖復見邦之臧
티끌을 가라 앉혀 나라를 회복했지. 
五星聚奎文章盛
다섯 별이 규(奎)에 모여 문장이 성대하니 
庶與三伐齊其韁
세 번 쳐서 그 고삐를 가지런히 놓았도다. 
濂洛源通洙泗派
염락(濂洛)의 근원은 수사(洙泗)로 통하였고 
紫陽峯接泰山崗
자양(紫陽)의 봉우리는 태산에 잇닿았다. 
奈何金陵誤正學
어이하여 금릉은 바른 학문 그르쳐서
竟致國步之頹僵 
마침내 나라 운명 시들해짐 불렀던고. 
痛矣皇天不佑宋
아프도다 하늘이 송나라를 돕지 않아 
姦徒輩出成痛瘡
간신배가 나타나 아픈 상처 내었구나. 
完顔猾夏孰招禍
완안(完顔)과 활하(猾夏) 중에 뉘 화를 불렀던고 
蔡京童貫張邦昌
채경(蔡京)과 동관(童貫)이 나라 기운 펼치었네.
北天雙盖不復返
북녘의 두 수레는 다시 못 돌아오니 
南京幾日胡虜强
남경에선 몇 날이나 오랑캐가 강성하리. 
慷慨大理忠魂飛
강개한 대리에선 충성된 넋 스러지고 
流離社稷爰誰將
사직은 유리하여 뉘 장차 이끌런고. 
當時有斬秦檜者
당시에 진회(秦檜)의 목을 벤 자가 있었으니 
我欲與之秋霜鋩
가을 서리 같은 칼날 나도 참여 하고 싶네. 
兩日之瑞已烟滅
이틀의 상서로움 연기처럼 스러지매
龍舟大海沉洋洋 
용주(龍舟)는 대해에서 아득히 가라앉네. 
群臣奔竄孰忠義
신하들 달아나니 충의로움 그 누군가 
惟見秀夫與天祥
수부(秀夫)와 문천상(文天祥) 두 사람 밖에 없네. 
胡元天地久淪沒
원나라 세상으로 오래 깊이 잠겼더니 
大明日月還昭彰
대명(大明)의 해와 달이 다시 빛을 되찾았지. 
有德而得無德失
덕 있으면 얻게 되고 덕 없으면 잃나니 
嗚呼天命信靡常
오호라 천명은 일정치가 않도다. 
爲善紀善惡紀惡
선을 하면 선으로, 악을 하면 악으로 기록하니 
永永萬古流臭芳
만고에 오래도록 악취와 향기 풍기누나. 
歷覽七八卷未畢
7,8권을 두루 읽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瞭然十九代興亡
또렷이 19대의 왕조가 일어났다 망했구나. 
余雖未能筆且削
내 비록 부족하나 붓을 다시 깎아서 
皮衷褒誅槪可詳
겉과 속의 상과 벌을 상세히 할 만해라. 
紛紛末俗日偸薄
어지러운 말세 풍속 날로 각박해져가니 
常思聖代終不忘
성대(聖代)를 늘 생각해 끝내 잊지 않기를.       ▲/정리,편집=昊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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