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마친 들판이 휑합니다. 그보다 농민들 마음은 더 허망합니다.
보기와 달리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임대료 주기도 팍팍하다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신기록을 갱신한 최장 장마와 그 이후에 닥친 태풍으로 농작물은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허약해졌고 열매가 튼실하지 못했습니다. 농민들도 당연히 수확이 줄겠지 했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흉작입니다.
사람이 꼭 먹어야 하는 농산물은 자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다른 산업분야는 첨단기술로 자연환경을 제어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오히려 농업은 이상기후로 인해 자연재해가 더욱 커지고 잦아지고 있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기후위기 고통을 농민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입니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농작물 재해보험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정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업정책금융원을 통해 NH농협손해보험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책보험이라는 것인데 운영 뿐 아니라 지원금도 내려줍니다.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지원하고, 30%정도는 지자체, 그리고 나머지 20% 이하를 농민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협보험사의 운영비는 정부가 100% 지원합니다. 여기에 보험사의 손해율이 180%가 넘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처리합니다.
일단 정책보험을 통해 농협정책금융원과 NH농협손해보험은 안정적 지위를 확보되어 있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금이 적으니까 처음에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재해가 발생해도 농민들은 재해 보험금을 받기가 힘들고 보험료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요?
재해가 발생해도 자기부담율(10∼40%)을 제외하고 피해율을 산출합니다. 여기에 미보상감수량이라고 해서 농민책임을 이중으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한, 한번 보험금을 받게 되면 평균수확량이 떨어지게 설계되어 기준점이 내려가게 됩니다.
기준점이 내려가면 웬만한 피해가 아니고서는 보험금을 받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해 피해가 심한 농민이 막상 보험을 접수하고 나니 재해보험금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보험금을 받으면 농민들은 보험료가 올라가는데, 할증제 자체도 문제지만 어처구니 없는 것은 보험금을 타지 않는 농민도 연대책임같이 덩달아 올라가게 됩니다.
농민들과 달리 농협보험사의 수익률은 다른 보험상품보다 높다고 합니다.
농협보험사가 그만큼 안정적이다는 것인데, 2015∼19년 동안 순보험료보다 보험금 지급이 많았던 적은 2019년 한 해 뿐이며, 5년 동안 전남의 경우 보험료는 4,181억원이었으나 농민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2,32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막대한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농협 예산이 쓰여지고 있지만 그 돈은 농협보험사로 들어가고 농민에게 온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차라리 보험제도를 없애고 정부예산을 그대로 농민에게 쓴다면 더 나을 상황입니다.
자연재해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농민에게 ‘있는 농업예산’이라도 세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회와 농식품부의 책임입니다.
현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정부가 외면한 농작물보험제도 개혁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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