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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봉 백광홍(1522-1556) 다시 읽기/장흥의 가사문학 깊이 읽기기획/특집/기봉백광홍선생기념사업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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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1  10: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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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봉백광홍의 인간과 문학(2)

   
▲기봉백광홍선생문화인물선정기념비  ▲기봉백광홍선생문화인물선정기념비


그의 작품 세계의 주목할만한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부(賦)와 칠언고시 장편에 보이는 확고한 유학자적 면모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옥루(屋漏)’와 ‘오곡은 종자 중에 훌륭한 것(五穀種之美)’ 같은 작품은 진작에 신독(愼獨)과 구인(求仁)의 공부가 얼마나 깊은 단계에 이르러갔는지를 징험해 보인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고사리 캐는 노래(採薇歌)’와 ‘부귀는 하늘에 달려있다(富貴在天)’ 등은 그의 평소 품은 뜻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밖에 ‘동지(冬至)’와 ‘맑게 개인 출정하는 아침(會朝淸明)’, ‘하늘의 운행은 굳세다(天行健)’, ‘아름다운 이름은 덕을 싣는 수레(令名德之輿)’, ‘기수에 목욕하고(浴乎沂)’ 같은 작품들은 경전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가의 핵심되는 가르침을 시적 언어로 압축한 보석 같이 영롱한 작품들이다.

또 칠언고시 ‘한유의 불골표를 읽고(讀佛骨表)’는 7언 40구의 장시로 불교의 폐단을 통렬하게 비판한 한유(韓愈)의 ‘불골표(佛骨表)’를 읽은 소회를 피력하였다. 관념적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절묘한 리듬을 흐트리지 않았다. ‘사략을 읽고(讀史略)’은 7언 146구, 1022자에 달하는 장시다. ‘십구사략(十九史略)’을 읽고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를 한편의 시 안에 압축해 놓았다. 벅찬 포부와 득의에 넘치던 젊은 날의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둘째, 앞서와는 전혀 달리 도교적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한문학사에서 낭만풍의 대두는 아우인 백광훈을 포함한 삼당시인(三唐詩人) 이후에 본격화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허난설헌의 ‘유선사(遊仙辭)’ 87수 같은 연작이 등장하면서, 신선 세계를 향한 상상과 동경은 선조대 문단의 한 조류로 자리를 잡아간다. 그러나 기봉은 허난설헌보다 30여년 전에 이미 본격적인 유선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그의 장편 부 ‘봉래산 노래(蓬萊山辭)’는 비슷한 시기 다른 문인의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유감스럽게도 중간에 탈락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후대 유선문학이 보여주는 유선(遊仙)의 모식을 정확하게 가장 앞선 시기에 재현하고 있다. 또한 묘사가 핍진하고 방불하여 우리나라 도교문학사에서도 특별히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또 신기루를 그린 그림을 보고 지은 ‘신기루 그림(海蜃圖)’이나, ‘강원도관찰사로 떠나는 임억령을 전송하며(奉送石川按節關東)’ 같은 작품에서 보이는 초월 공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보면 그가 도교적 신선 세계에 대해서도 폭넓은 독서와 깊은 관심을 가졌음이 확인된다. 이로 보면 도교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다음 시기 낭만풍의 대두가 이미 그에게서 싹터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어, 그 문학사적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셋째, 가전풍(假傳風)의 실험적 작품의 존재도 흥미롭다. ‘시와 술의 전쟁(詩酒戰)’이 그것인데, 술을 의인화 한 국군(麴君)과 시를 의인화 한 시왕(詩王) 간의 전쟁을 자못 실감나게 그린 작품이다. 전쟁은 시왕의 승리로 끝난다. 환백장군(歡伯將軍)과 청주종사(靑州從事)를 비롯하여 중산공자(中山公子), 오성묵객(烏城墨客) 등 다양한 등장인물을 설정하여 술 마시고 시를 짓는 과정을 재치 있게 의인화 했다. 이는 소설사적 맥락으로 볼 때 주목할만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시기 임제(林悌)의 ‘수성지(愁城志)’와의 관련도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문학적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 최초의 기행가사인 ‘관서별곡’은 기봉 문학에서 단연 정채로운 부분이다. 그간의 가사 연구자들은 이 작품이 정철의 ‘관동별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관동별곡’ 중에 귀에 익은 많은 구절들이 대부분 기봉의 ‘관서별곡’에서 차용하거나 약간 변용시킨 것임을 거듭 확인하였다. 금번 문집 전체를 번역하면서 보니, 7언고시 ‘강원도관찰사로 떠나는 임억령을 전송하며(奉送石川按節關東)’와 같은 작품에서도 많은 구절들이 ‘관동별곡’ 속으로 녹아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 구절 중에 “황정경 한 글자를 잘못 베껴 썼지”나, “휘황한 옥절(玉節)이 앞 길에 빛나도다”, “사선(四仙)은 한번 가고 마침내 소식 없고”, “양양 현산 길에 꽃이 활짝 피었네” 외에 여러 구절들은 ‘관동별곡’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번에 연상되는 구절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송강은 기봉의 ‘관서별곡’뿐 아니라 한시까지 녹여서 한편의 ‘관동별곡’을 완성했고, 이 작품에 미친 기봉의 영향이 단순한 어구의 차용 이상임을 확실히 알게 해준다.

“말의 운치가 호방하고 굳세고 담긴 뜻이 빼어나 그 사람됨을 떠올려 볼 수 있다”고 한 조우인(曺友仁)의 언급이 아니래도 ‘관서별곡’은 16세기 우리말 표현의 아름다움이 뛰어나게 구현된 작품이다. 이제는 그 문예미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겠다.

이상 간략하게 기봉 백광홍 선생의 학문과 인간, 그리고 그 문학 세계의 특징적 국면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그간 그의 문집은 학계에 크게 알려진 바 없어, 연구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세도(世道)의 운수와 관련된 것이지 그의 문학적 성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한 시대의 흐름은 결코 평지돌출로 튀어나오는 법이 없다. 선조조 목릉문단(穆陵文壇)의 풍웅고화(豐雄高華)의 빛나는 바탕에는 기봉과 같은 숨은 존재들의 선창(先唱)이 있었다. 이 책은 그 점을 더욱 분명히 밝혀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 시기 문단이 유독 호남(湖南) 출신 시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점도 우리의 흥미를 끈다. 쟁쟁한 문성(文星)들이 한 지역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종적 횡적 연대(連帶)를 가지면서 한 시대 문풍(文風)을 이끌었다. 우리 한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한 시기를 이들이 열었다.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  //정리,요약/昊潭

기봉의 유품 ‘풍아익’ 해설

   
▲풍아익 (보물1664호)

이 책의 편저자 유이(劉履)(1317~1379)는 주자를 숭배하는 학자로 주자의 뜻에 따라 『문선』에 수록된 시에서 212편, 도연명(陶淵明)의 시집을 비롯한 여타 서적에서 34수, 도합 246편의 시를 8권으로 편집하여 『선시보주(選詩補注)』라 하였고, 요순(堯舜)이래 진(晉)대에 이르는 옛 가요 42수를 뽑아 2권의 『선시보유(選詩補遺)』를 엮었다. 이어서 당송(唐宋)시대 시인 13명의 시 132수를 뽑아 『선시속편(選詩續編)』 5권을 엮었다. 이 세 책에는 기존의 주석을 참고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신의 의견으로 주석을 달고 이를 보주(補注)라 하였는데, 주석의 체재는 주자가 시경의 집전(集傳)을 편찬한 방식을 따랐다.
이들 3편 15권(420편)은 인간의 성정 도야에 있어서 『시경(詩經)』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묶어서 「시경의 나래(보조)」라는 뜻인 『풍아익(風雅翼)』으로 명명하였다. 문학을 너무 철학적으로 해설한 점에서 후대의 평가는 높지 않지만 성리학이 학문과 정치의 중심이었던 조선시기에는 중요한 시학(詩學)교과서로 기능하면서 널리 읽혀졌고, 중국은 물론 조선에서도 여러 차례 간행되었다.
제15권 말에는 주자발(鑄字跋) 3편 <권근(權近)의 계미자(癸未字)주자발, 변계량(卞季良)의 경자자(庚子字)주자발, 김빈(金鑌)의 갑인자(甲寅字)주자발>과 함께 「정통칠년(正統七年)(1442) 六月日印出」이라는 기사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초주갑인자로 인출된 책이기는 하지만 판면을 살펴보면 보자(補字)가 다수 혼입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이 기보다 뒤인 내사기에 기록된 1553년 경에 인출된 책으로 판단된다. 조선 전기에 금속활자로 간행된 서적 중 규모가 방대하고 시학(詩學)의 교과서적인 역할을 담당한 점에서 시문학의 연구 및 도서 출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울러 국내에 전존하는 유일한 완질본이다. 2010년 10월 25일 국가문화재 보물 1664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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