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부모 중 누구를 닮으셨나요? 어머니? 혹은 아버지? 그 ‘닮음’에 자부심을 느끼시나요?  그렇지 못한 많은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질문을 드린 저의 마음도 괜스레 무거워 집니다.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이 결혼을 하신 기혼자라면, 그리고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거나 다 키워낸 부모라면 여러분의 자녀는 누구를 닮았습니까? 그 중에 여러분을 닮은 아들이나 딸이 있나요? 여러분을 닮았다는 이유로 유독 그들이 더 사랑스럽고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시나요?..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닮은 자식에게 좀 더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엄마를 꼭 닮았네요 또는 아빠랑 똑같네요 하면, 멋적게 하하 웃으시지만 분명 그 안엔 묘한 기분좋음과 자랑스러운 기대가 섞여 있거든요. 그런데..그렇지 않은, 아니 아주 정반대인 경우를 저는 보았습니다. 그 것도 아주 아프게 정 반대인 경우를 말입니다.
 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이 엄마는 자기 자신을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는 인간 쓰레기이며 존재하는 것 자체가 세상에 민폐라고 생각하는, 그야말로 자존감 바닥의 에너지를 가지고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 지옥같다고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엄마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요? 짐작이 되고도 남으실 겁니다.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 준 적이 없는 엄마, 허드렛일은 싫어도 으레 자기 몫이었고, 언제나 천덕 꾸러기 였던 존재. 어린 나이에 짐승처럼 심한 매질을 당해도 보호해 준 적 한 번 없는 무심한 아버지의 방치 속에서 그야말로 나는 왜 태어났나? 쓸모없는 나는 왜 세상에 태어나서 모두에게 괴로운 짐이 되며 살고 있는 것일까를 수도 없이 되뇌이며 살았습니다. 그랬던 사람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네요? 그랬더니 그 중 한 아이가 그렇게 몸서리쳐지게 싫은 자기를 닮아있는 겁니다. 세상의 쓰레기이므로 없애 버리고만 싶은 자신이,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또 눈 앞에 나타나 있으니 이 엄마의 심경에 어떤 분노와 증오의 불길이 타 올랐겠습니까. ‘자기증오’ 그 불길의 이름은 자기증오였습니다. 그리고 그 것은 세상을 삼킬 듯 무시무시하게 타올라 자신을 닮은 그 딸아이에게 그대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신체 폭력, 자신이 어렸을 때 당했던 짐승같은 매질은 물론, 신체 폭력보다 더 무서운 상처를 남긴다는 언어폭력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심지어 다 같이 가족여행 때에도 이 아이만 집에 남겨두고 떠나는 현대판 콩쥐팥쥐,  슬프고도 무서운 ‘나홀로 집에’ 스토리가 실제 삶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가혹한 거절과 온갖 학대를 당하며 자란 그 딸아이는, 그렇게 서러운 분노를 머금고 커서 훗날  자녀를 낳았을 때, 어떤 엄마가 될까요? 가슴 아픈 한숨이 나오시지요? 그 것이 바로 상처의 특성인 ‘대물림’이라는 겁니다. 이 아이의 죄 목은 ‘닮은 죄’입니다.  단지 엄마와 닮았다는 죄 말입니다.
 또 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그냥 미운 것이 아니라 죽도록, 죽이고 싶도록 미웠습니다. 상처 때문에 그런 것이었죠. 자식 중엔 남편을 닮은 아이가 반드시 하나쯤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을 꼭 닮은 아들이 태어 낫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팽대한 남아 선호 사상이 전통인 이 나라에서 아들로 태어나서 오히려 온갖 거절과 학대를 받고 자란 그 아이, 그 아이가 가진 죄 목도 역시 ‘닮은 죄’입니다. 세상엔 참 죄의 종류가 많기도 하지요?    문득, 성서에서 말하는 ‘죄’란 어떤 것들까지 포함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굳이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개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그 ‘죄’를 깨끗이 없애 주시려고 기꺼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는데, 그 분의 죽음은 어느 죄까지 포함하는 걸까요..아무 이유없이 그저 닮았다는 죄만으로 온갖 거절과 학대를 당해야만 했던 아이, 분명 그 억울한 죄는 꼭 포함될 것마 같습니다. 그래야만 그들의 아픈 원통함이 조금이라도 싸매어지고 갚아지고 위로가 될테니까요. 세상의 어디엔가, 누군가 억울한 사람을 위한 위로는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그 위로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다면, 아직도 고마운 세상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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