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의 특성은 이 성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 분의 성격은 어떠십니까? 내성적이신가요? 아니면 외향적 이신가요? 사교성이 좋으신 편입니까? 아니면 수줍음을 많이 타십니까? 혹시..성격이 급하신가요? 누군가 심기를 건드리면 갑자기 ‘욱’하고 올라오는 성질이 있으신가요? 우리들의 이런 ‘성격’은 언제, 또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한국 사람에게 어쩌면 가장 보편적이라는 이 ‘욱’하는 성질, 이 급한 성격은  그냥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타고난 기질인 걸까요?...아니면 단순히 부모나 조부모들로부터 유전된, ‘물려받은’형질일까요?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아 내가 성질이 급해서 말이야’ 또는 ‘난 누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얌전한 사람이야. 건드리니까 욱하고 터져 나오는 거지.. 과연 그럴까요. 여기서 한 술 더 뜬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난 뒤끝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죠. 폭탄은 이미 터졌고 그 폭탄에 이미 여러 사람이 다쳐 나동그라졌는데 자기는 뒤끝이 없다니 대체 무슨 말입니까... 
 걔중에는 자라난 환경에 관계없이, 정말 단순히 유전적인 성향자체가 좀 급한 성격인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성미가 급한 정도가 아니라 좀 심각한 정도라면, 아니면 그 심각성이 도를 지나친 정도라면, 그 것은 그 근원을 찾아 들어가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도가 지나친 성질이 자신은 물론, 세상의 행복까지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그 욱하는 성질의 심각한 정도에 따라 그가 과거에 받은 상처의 크기도 다를 수 있습니다. 혹시 평소에는 아무 일없이 괜찮다가 유독 화가 촉발되는 지점에 와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 그가 가진 상처의 크기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제가 의뢰받아 만났던 어떤 분은 평소에는 더할 나위없는 신사인데 한 번 욱하고 치밀어 오르면 주변의 아무 것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어든 그 것은 그대로 흉기가 되곤 했습니다.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거지요....사연은 이랬습니다 법은 그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알고보면 참 아픈 사연이었지요. 그의 아버지는 심한 알콜 중독자였습니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은 물론, 날이면 날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 닥치는 대로 부수고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어린 아들은 늘 숨을 죽이고 집안 눈치를 살펴야했고 언제나 두렵고 불안했지요. 아이가 9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폭행과 학대를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아이를 남겨둔 채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이글이글 타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엇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더욱 흉폭해져서  쉴 새없이 술을 마셔대고 어린 아들에게까지 손찌검을 해댔습니다. 아버지의 분풀이와 학대가 날로 심해지면서 아이의 마음속에 분노의 불씨도 커졌습니다. 어린 자기를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 자식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새 삶을 찾아 가정을 등진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미워서 견딜 수 없엇던 겁니다. 점점 거세어지는 아버지의 매질이 가해질 때마다 이를 악물고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나를 남겨두고 집을 나간 엄마, 그래서 아버지에게 이렇게 매를 맞게 한 엄마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가 커서 엄마를 찾으면 내가 당한 만큼 꼭 갚아줄 거야, 꼭 갚아줄 거야.....   매가 아파서만 였겟습니까 아이에게 매질보다 더 아팠던 건 거절감이었습니다. 자신을 낳은 엄마로부터 버려졌다는 거절감, 그 거절감은 평생을 따라 다니며 그를 괴롭혔습니다. 만나는 누구든지 엄마처럼 자기를 버리고 떠날 수 잇다는 불안함, 그리고 그 불안함을 넘어선 분노..삶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분노는 증오로 커졌고 급기야 자신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다른 남자에게로 간 여자친구를 폭행한 죄로 그는 수감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상처는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그냥 욱하는 성질도 상처가 만든 것이지만 도를 넘어선 욱하는 분노도 상처가 만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상처가 있으신가요? 혹시 버려졌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거절감을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그 아픔이 승화되어 삶에 새 활력이 되었나요? 아니면 아직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애꿎은 다른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까?
 어떤 버려짐의 아픔이던지 이겨내려면 그 것을 덮을 만큼 큰 사랑을 만나야만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 그런 존재를 만나야 한다는 뜻이지요. 여러분에게는 지금 그런 존재가 있습니까? 있다면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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