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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호의 물결은 달빛을 받아 밝기만 하구나장희구 박사(206회)/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관리자  |  ch23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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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0  0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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舟中夜吟(주중야음)/소화 박인량
고국 삼한 아득한 데 마음만은 뒤숭숭
외로운 배 하룻밤에 모진 꿈 꾸었는데
동정호 물결 달빛은 휘황 찬란하구나.
故國三韓遠    秋風客意多
고국삼한원      추풍객의다
孤舟一夜蒙    月落洞庭波
고주일야몽      월락동정파

   
 

고국을 떠나있으면 고국산천이 그립다. 밤이면 밤마다 그리움이 뒤범벅이 되어 아련하게 찾아오는 고국산천은 꿈길의 한 모서리만을 채워주지는 않는다. 그것도 지금 고국을 찾아오는 그런 시기였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몇 날이며 몇 달이 걸리는 그런 시기에 성큼성큼 물이라도 딛고 찾아 가고픈 고국산천이었을 것이다. 외로운 배에서 하룻밤 고운 꿈을 꾸었는데, 중국 동정호의 물결은 달빛을 받아 더욱 밝기만 하였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동정호의 물결은 달빛을 받아 밝기만 하구나(舟中夜吟)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소화(小華) 박인량(朴寅亮:?~1096)으로 고려 전기의 학자이다. 문종 때에 과거에 급제하여 문한의 여러 벼슬을 거쳤다. 1080년(문종 34) 예부시랑으로 부사가 되었다. 1089년(선종 6) 동지중추원사에 오르고 우복야를 거쳐 참지정사를 지냈다. 시문이 뛰어나고 문장이 우아하였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우리 고국 삼한은 아득히 멀기만 한데 / 가을바람에 나그네 마음 하염없이 뒤숭숭하기만 하구나 // 외로운 배에서 하룻밤 고운 꿈을 꾸었는데 / 중국 동정호의 물결은 달빛을 받아 밝기만 하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밤배를 타고 시를 읊다]로 번역된다. 꿈길에서 평상시 하지 못했던 욕구를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동정호洞庭湖는 중국 호남성 북부, 장강長江이라는 양자강 남쪽에 위치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다. 동정호는 산천이 아름답고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하여 예부터 '동정호는 천하제일의 호수다'라는 칭송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시인은 꿈길에서 중국 장강에서 밤배를 타가가 문득 떠오른 시상을 일으키면서 일구어낸 작품으로 보인다. 고국 삼한은 아스라이 멀기만 한데, 가을바람에 나그네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하다고 했다. 나그네가 향수에 젖은 나머지 이국땅의 소소한 가을바람 맛을 보면서 마냥 출렁거리는 마음으로 시심 발동을 잠재우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화자는 고향을 향하는 마음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해 꿈길에서 고향을 향하지 아니 할 수 없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외로운 배에 하룻밤 꿈을 꾸었는데, 동정호의 물결은 달빛이 밝기만 하다고 했다. 이백과 두보도 동정호와 악양루에 올라 천하제일의 절경을 보고 시심을 거두지 아니할 수 없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고국 삼한 아득하고 가을 바람 뒤숭숭해, 하룻밤의 고운 꿈들 동정호엔 달빛 받고’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故國: 고국. 三韓: 삼한 땅. 곧 우리나라. 遠: 멀리만 있다. 秋風: 가을바람. 客: 나그네. 意多: 뜻이 많다. 뒤숭숭하다. // 孤舟: 외로운 배. 一夜蒙: 하룻밤의 꿈. 춘몽일장과 같은 뜻으로 쓰임. 月落: 달이 떨어지다. 달이 비추다. 洞庭波: 중국에 있는 동정호의 물결. 흔히 ‘동정호’라고도 함.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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