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참 좋은 말이죠? 이 말을 들었을 때 여러분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종종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찬사 아닌 찬사가 있습니다. ‘너는 우리 집안의 기둥, 집안의 대들보’ 라는 말이지요. ‘아 그 말이 어때서요? 나도 듣고 자랐는데요.’ 아니면 ‘우리 형도 듣고 자랐는데요?’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물어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자라는 동안, 기분이 어땠느냐고요. 여러분 자신이 형이었다면 자신의 내면에게  한 번 조용히 물어보십시오. 혹 형은 ‘어떻긴 뭐 어때? 그냥 그러려니 내가 우리 집안의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가 보다했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그거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입니다. 기억의 거대한 저장고인 잠재의식의 진실과는 상관없는 말이라는 말씀입니다. ‘집안의 기둥’, ‘집안의 대들보’, ‘네가 우리 집안의 몇 대 장손이고 장남이니 착실하게 자라서 집안을 책임져라.’ ‘동생들을 책임져라 아비는 이제 늙어 힘이 없어질 것이니 네가 해라. 너만 믿는다.’ 혹은 ‘엄마를 이해할 사람, 엄마가 의지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 이런 말들..꼭 해야 할 말이라면 몇 살쯤이면 들어도 괜찮은 말일까요? 즉 몇 살쯤 되면 등에 쌀가마니쯤 지고 뛰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몇 살쯤이면 그 등에 부모가 업혀도 되는 걸까요?....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입니다. 자기 자신은 약하고 부모는 모든 것을 가진 강한 능력자이지요. 그래서 아이는 부모에게 자기의 생존을 의지하고 그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갖 것을 다합니다. 뺏기는 날엔 곧 생존에 위협이 오니까요. 그런 절대적인 부모가 ‘나보다 네가 강하니 네가 해라. 나는 약하니 너만 믿는다.’ ‘부모인 나보다 네가 똑똑하고 잘났으니 너를 의지하고 살아야겠다.’는 말....어떠십니까? 하도 흔하게 들은 말이라서 오히려 의아하십니까? 너무나 오랜 세월 익숙해져 온 말이라 오히려 당연하고 편안하십니까?
 작고 어린 아이는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본능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없이는 본능처럼 두렵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두려운 자신에게, 자신을 지켜줄 태산인줄 알았던 부모가 나는 약해서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너에게 기대야겠다 고 할 때,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을 상상해 보십시오. ‘세상에 나를 지켜줄 것은 아무 것도 없구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이의 잠재의식에 심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훗날 성인이 되면 이유 없이 세상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이 불안합니다. 그럴만한 외적인 이유가 하나도 없이 말입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기에 누구에게도 말 못할 두려움과 불안을 그래서 혼자 지고 살아가는 겁니다. 어렸을 때, 자신을 지켜줄 줄 알았던 부모를 오히려 지켜야 한다는 힘겨운 부담을 지고 살았던 그 모습을 그대로 재연이라도 하듯 말입니다. 아직 자라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는 아무 부담도, 짐도 지워서는 안됩니다. 그 것을 책임감을 가르쳐 주는 일종의 가정교육인줄 알고 행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납니다. 아이는 절대로 크고 강한 사람으로 자라지 못하고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소심한 인물로 자라날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적어도 ‘부모가 너를 지켜줄 테니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마라 너는 부모가 책임져준다.’ ’ ‘너는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자라나라’는 말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자라면 나약해지고 커서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손이나 벌리는 자식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철없는 자식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그렇다면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정말 다 커서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자립 못하는 자식이 누구인지, 그들이 실제로 부모에게 듣고 자란 말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알아보십시오. ‘부모가 지켜주겠다, 부모가 책임져 준다.’ 는 말, 아이를 안심시키고 자신감의 부자로 만들어준 말을 듣고 자란 자식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말을 듣고 자란 자식인지 현실속의 증거를 분명히 확인하시란 말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잠재의식을 풍요롭게 하는 말로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부모가 되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새에 참 가슴 아픈 많은 일들을 자식에게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에게는 깊은 성찰과 성장이 필요합니다. 무지한 가운데서 저지른 우리의 죄를 다시 반복하지 않고 그 하나의 영향도 자식의 자식에게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살피는 일입니다. 물질의 공급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 못해준 따뜻한 부모의 역할을 말하는 겁니다. 지금 말하고 지금 살피십시오. 더 늦기 전에 ....
그동안 연재했던 내 안의 ‘나’를 찾아 떠나는 치유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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