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 문호 세익스피어의 비극의 주인공 햄릿을 기억하십니까? ‘사느냐 죽느냐 이 것이 문제로다..’그가 남긴, 전 인구에 회자되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죠. 바로 오늘 날, 크고 작은 중요한 일이 앞에 주어질 때 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데 너무나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결정장애’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정장애’를 다른 말로 햄릿 중후군이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그런데 이 결정장애, 다른 말로 햄릿 증후군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몇 해 전 어느 대도시에서, 잘 알려진 교육가이자 청소년 지도자인 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의 마무리에 그 분은 이런 말을 하셨죠. 어느 남자 대학생이 학교가 마친 후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비가 오자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나요 ‘엄마 지금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가 오거든? 이럴 땐 어떡해야 돼? 버스타고 가야 돼 지하철 타고 가야 돼?’..좌중은 갑자기 어이없는 웃음바다가 됐지만 강사 분은 이렇게 일축 하셨습니다. ‘아 나 이런 놈 우리 집 사위로 들어 올까봐 지금부터 걱정이요...그리고 곧 이어 왜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지를 꼬집어 말씀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 하루 종일 짜여진 스케쥴로 바쁘기 짝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 한 아이 앞에 평균 서너개의 학원 전전은 기본인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키우려면, 귀얇고 마음 조급한 엄마들은 장거리 원격 리모콘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요.
학교에서 돌아 온 아이에게 어서 오라고 말해주는, 두 팔을 벌려 안아주는 엄마는 없고, 대신 냉장고 앞에 붙여진 쪽지가  말합니다. ‘아무개야 돌아왔니? 일단 손 씻고 간식 먹어. 간식은, 냉장고 둘 째 칸~왼쪽에서 두 번째 우유팩 옆에 있는 것들 중에 맨 위 에 꺼 먹으면 돼. 간식 다 먹고 나면 숙제해. 입을 옷 꺼내놨으니까 교복 벗어놓고 갈아입고 시간 맞춰 피아노 학원에 가.  피아노 연습은 했어? 안했으면 가기 전에 5번 치고 가고. 피아노 학원 끝나고 나면  태권도장이야, 알지? 그리고 오늘 수학 쌤 오시는 날이니까 늦지 않게 집에 와야 돼? 선생님 기다리시지 않게..알았지?’....하루 스케쥴은 물론, 냉장고 어느 칸의 몇 번째 어느 간식을 먹어야 할지까지도 정해 주는 엄마..아이가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자라 성인이 된 아이에게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과연 남아 있을까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메일에 올라온 한 상담의 글을 들어 보시지요.‘대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집이 너무 멀어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마다 너무 힘듭니다. 집에 있을 때는 엄마한테 물어보면 바로바로 답이 나왔거든요. 9시 강의가 있는 날 꼭 머리를 감고 가야 하나요? 머리만 안 감으면 5분을 더 잘 수 있는데 제 머리가 안 감으면 금방 떡이 져요. 사소한 것 같지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 스트레스입니다. 집에 있으면 엄마가 감아야 할지 그냥 나가도 될지를 가르쳐 줬을 텐데 하필 지금 미국에 가셔서 카톡을 안 보시는지 답이 없네요. 상담사님이 좀 결정해주세요.’.....
 결정장애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내면은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둘 중 어떤 결정을 하던 그 결과가 불안하고 자신이 없는 거지요.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아까운 그 무엇인가를 상실할 것만 같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막급한  결과에 불행까지 따라올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중요한 결정과 선택을 앞두고 잠깐의 망설임이나 고민, 때로 긴 심사숙고를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만약 결정 장애로 삶이 괴롭기까지 한 분이 있다면, 자신의 내면에 불안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아십시오 . 이 ‘알아차림’이 치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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