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意(고의)/혜환재 이용휴

시골마을 풍경이 나날이 꽃다워져
금빛의 잠자리와 은빛의 나비들이
채마밭 동산 속에서 내 마음껏 나르네.
村郊景物日芳菲    閒坐松陰玩化機
촌교경물일방비    한좌송음완화기
金色??銀色蝶    菜花園裏盡心飛
김색청령은색접    채화원리진심비

시제가 담고 있는 깊이는 감칠맛이 났을 것이다. 한가한 농촌의 풍경이나 산촌의 조용한 풍경은 모두 고의(古意)에 연유하겠다. 텃밭이라고 하여 배추를 심고 무를 심어놓으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벌과 나비들이 극성을 부린다. 노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채소를 심었는지 벌나비를 기르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시골 마을의 풍경이 날마다 꽃다워지니, 솔 그늘에 편히 앉아 때가 변함을 무심코 바라보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금빛의 잠자리와 은빛의 나비들이 날아와서(古意)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혜환재(惠?齋) 이용휴(李用休:1708∼1782)로 조선 후기의 문인, 실학자이다. 실학파 중심인물인 이익의 조카로 가학을 바탕으로 문학 활동에 참여한 성호학파의 대표적 문인이다. 근기 남인을 포함한 다수의 재야문인뿐 아니라, 이언진을 비롯한 여항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시골 마을의 풍경이 날마다 꽃다워지니 / 솔 그늘에 편히 앉아 때가 변함을 무심코 바라본다네 // 금빛의 잠자리와 은빛의 나비들이 온통 어디서 날아와 / 채마밭 동산에서 마음껏 날면서 놀고 있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옛스러운 정취의 한가로움]으로 번역된다. [古意(고의)]에 대한 해석은 몇 가지가 있다. [옛스러운 정취. 옛날을 그리는 정(情). 예부터 내려오는 뜻. 또는 옛날에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뜻] 등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일단 여기에서는 시적 내용의 흐름으로 보아 시제와 같이 풀어 보고자 한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세사가 복잡해졌을 뿐 우리 농촌의 풍경을 한가롭기 그지 없다.
시인은 시제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한가한 농촌 풍경을 남김없이 그려보려고 했던 모양이다. 선경의 시상에서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 날마다 꽃다워지니, 솔 그늘에 편히 앉아 때가 변함을 바라본다네 라고 했다. 봄이었던 모양이다. 날씨가 포근해 지면서 곳곳에 물이 오르고, 마을은 온통 꽃다운 풍치를 더했을 것이다.
나무 밑에 앉아 화사한 봄을 즐기고 있는 화자의 시선에 들어오는 건 잠자리와 은빛 나비들이었던 모양이다. 후정의 시심은 금빛의 잠자리와 은빛의 나비들이 온통 날아와, 채마밭 동산에서 마음껏 날면서 놀고 있다네 라고 하여 채마밭의 풍치를 그려놓았다. 약동의 계절에 자연의 춤이자 꽃동산을 연상했으리.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시골 풍경 꽃다워지니 솔 그늘에 편안하니, 잠자리 나비 어디에 채마밭에 놀고 있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村郊: 시골의 교외. 景物: 풍물. 풍경. 日芳菲: 날마다 꽃다워지다(菲: 엷을 비). 閒坐: 한가하게 앉다. 松陰: 솔 그늘 밑. 玩化機: 때가 변함을 완상하다. // 金色: 금빛의 색. ??: 귀뚜라미와 잠자리. 銀色蝶: 은색 나비. 菜花園: 채마밭. 채소 꽃동산. 裏: 안. 속에. 盡心飛: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놀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