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감 선거가 민족 대 명절 장터 마냥 대목장이 되어가고 있다.
필자는 유년시절 장흥집 가까이에서 닷새마다 열리는 장을 잊을 수가 없다. 산에서 나는 버섯부터 바다에서 나는 조개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었고,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흥 장에는 소식도 있었고, 정도 있었고, 흥을 타고 신명을 두드리는 멋도 있었다.
그런 장이 요즘 우리의 주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름 아닌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전남교육감 선거장이다.
콕 집어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전남도지사 선거장은 이미 파장이 된 듯한 분위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 남은 교육감 선거장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요즘 전남교육감 선거장에는 볼거리가 사뭇 많다.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인지 교육청 간부들의 눈빛이 볼만하다. 이곳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저곳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눈만 굴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도 굴리는 것 같아 흥미롭기까지 하다. 연일 방송과 신문은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소식으로 넘쳐난다.

남악과 순천에 설치된 후보들의 선거사무실에는 드나드는 인걸들로 가득하고, 밤이 늦은 데도 휘영청 불빛이 밝다. 후보들이 운영하는 밴드에는 수천 지지자들의 멘트로 가득한데, 보험이라도 드는 심정인지 이 곳 밴드에도 저 곳 밴드에도 같은 이름이 셀 수가 없다.

전남교육감 선거장이 왜 이토록 신명나는 장이 되었을까. 순전히 오인성 후보 출발에서부터이다.
3월 20일 오인성 후보가 출마 기자 회견을 하기 전 까지는 말만 장이지 소리가 겹쳐지고, 사람이 부딪치고, 사고파는 이가 실랑이하는 필자 유년 시절의 장흥장과 같은 장 맛 나는 장은 아니었다.
일방적인 결과를 예견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선거일자가 아직 남아서 인지 헤아리기 어렵지만, 교육청 간부들의 눈도 한 곳 만을 응시한 것 같았고 썰렁하기까지 했다.

돌아보면 4년 전 전남교육감 선거도 썰렁했다. 대부분 일방적이 될 거라고 예견했고, 결과 역시 예견대로였다. 장만채 후보가 56.26%(534,876표), 김경택 후보가 29.24%(278,012표)로 표 차이가 27.02%(256,864표) 났다. 적어도 오인성 후보가 나오기 전 까지는 6.13 전남교육감 선거가 4년 전 선거마냥 썰렁했고 전남교육감 선거장이 서지 않았다.

고석규 후보는 비록 등록은 오인성 후보보다 늦었지만 진즉부터 후보로 거론 되어오던 터라 일찍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고 봐야한다. 목포대 총장 경력을 바탕으로 문재인 후보 교육공약 개발 경력을 앞세워 자신이 중앙정부와 선이 닿아있는 후보라며 전남교육예산 5조 시대를 열겠다는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제일 늦게 출발한 오인성 후보는 전남 초중등 교육에 40년 가까이 몸담아오면서 벽촌 초등학교 교사에서 부터 도교육청 최고위급 간부를 거쳐 나주교육장까지 쌓은 다양한 경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남교육 행정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후보는 자신뿐이라며, 교육감은 결코 연습을 해서는 아니 되는 막중한 자리라며 전남 곳곳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석웅 후보는 민주진보교육감 전남추진위가 추대한 후보임을 강조하며, 교육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희생의 한 평생을 배경으로, 교육에 아직도 누룽지처럼 눌러 붙어있는 권위주의를 청소할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광화문의 촛불이 절해고도의 검은 눈동자에게까지 훤히 비추도록 하겠다면서 주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농민회 조직을 파고들고 있다.

고석규 후보는 두 후보에게 없는 문재인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강조한 반면, 오인성 후보는 전남교육감은 전남 사람이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 장석웅 후보는 전남교육계에 남은 적폐를 청산할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남교육감 선거 유세장이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필자는 유년 시절 저 장흥장 마냥 흥겹기가 한량이 없다. 이 얼마나 행복한가. 장을 장답게 만들어 주고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 오인성 후보 출마 기자
회견에서 부터 신명나고 장 맛 나는 전남교육감 선거장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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