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새벽 3시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 여관에서 화재가 일어나 여관에 투숙하고 있던 6명이 변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방화한 이 사건으로 변을 당한 사람 중에는 방학을 맞은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서울여행을 온 모녀가 포함되었는데, 이들이 장흥에 사는 주민으로 밝혀져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로 숨진 세 모녀는 방학을 맞아 어린 두 딸과 함께 전국 여행길에 올라 마지막 여행지인 서울에 도착하여 묵은 여관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 때문에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아내와 두 딸만 보내야 했던 아쉬움으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아버지의 허탈한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출 수 없다. 이 슬픔과 참담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겠으며 어찌 말로 이 고통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늘도 무심하기 짝이 없다는 깊은 탄식만이 있을 뿐이다.

세 모녀는 넉넉지 못한 여행비를 아끼고자 숙박비마저 저렴한 이 여관을 찾았을 것이다. 어린 두 딸들이야 여행의 설레임과 서울의 번화한 거리를 거닐 기대에 여관이 누추하던 불편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련만, 남편이 마련해 준 경비를 헛 쓰지 않으려는 마음에 좀 더 깨끗하고 좋은 잠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겠지만 물가도 비싸고, 몇일 동안 서울의 이곳저곳 돌아다니려면 모든 것이 녹녹치 않을 경비를 생각하면 잠자는 숙박비야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더 다양한 서울의 관광으로 아이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위해서 선택한 엄마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세 모녀는 고향 장흥을 떠나 서울에 오기 전 까지 5일 동안 국내 유명 관광지를 두루 다녀 온 것으로 경찰의 사건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여행의 즐거움 못지않은 피곤함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한 아버지는 그들의 여행 소식을 들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흡족했겠으며, 또한 세 식구가 아프지 말고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더딘 시간의 흐름이었을까

아이들은 여행길의 마지막인 서울에 늦게 도착하여 들른 여관에 들어와서 내일의 서울 구경에 들떠 있는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는 상상이다. 엄마는 서울지도를 보며 어디부터 가야하고 어디를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열심히 그 곳을 찾기 위해 지도에서 눈을 띠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딸아이들이 전에부터 자주 엄마에게 묻고 바랐던 고향에서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을 이번 서울여행에서 실컨 먹이고 싶은 마음에 스마트 폰으로 음식점을 찾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을 것이다. 문득 문득 남편의 얼굴을 떠오르면서 남편에게 줄 선물 생각에 깊은 사랑도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세 모녀는 여행의 피곤함도 잊은채 웃음과 기쁨의 대화로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화재가 난 새벽 3시경에는 세 모녀는 여행의 피로가 온 몸에 깊이 파고들어 깊은 잠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화재가 일어나면서 온 여관이 화염에 깊이 번지기전에는 전혀 그 열기를 감지 할 수 없을 정도로 세 모녀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취한 김에 주위 주유소에서 구입한 휘발유를 여관 1층에 뿌리고 불을 지른 50대의 한 남자가 저지를 끔찍한 짓이 한 가정의 사랑과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말았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이웃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하던 그 들을 잃은 우리들은 너무나 엄청난 슬픔에 말을 잊고 있을 뿐이다.

아내와 두 딸을 잃은 남편을, 아버지를, 한 가장의 슬픔을 무슨 말이,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찌 이런 가혹한 아픔을 우리가 맞이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슬퍼만 해야 하는 것은 고인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가 아닐 수 있다. 방화범을 미워하고 서울을 탓하기 전에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고향 장흥을 더 사랑하고 우리의 모든 생활전선에서의 안전불감증에서 깨어나는 터닝포인트의 기회로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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