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 1주기 문학의 밤

지난 6월28일 저녁 6시30분 서울 어린이문화연대 소강당에서는 한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김녹촌 선생 추모 1주기 문학의 밤’ 행사가 그것이었다.
이날 선생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왔던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의 이주영회장은 “김녹촌 선생 추모 1주기 문학의 밤은 오랫동안 회장과 고문을 맡아주셨던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오늘의 모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녹촌 선생은 2012년 6월 28일 오전 4시 서울 홍은동 동신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이날 추모 문학의 밤은 ▲1부= 김녹촌 선생님 삶과 문학/김녹촌 선생님 동시 낭송/김녹촌 선생님 동요 부르기(백창우, 이영근)/유가족 대표 인사 ▲2부=김녹촌 선생 유고집 출판 기념/책 소개와 출판 과정 안내/김녹촌 선생 교육 이야기 ▲3부=뒤풀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선생이 작시한 동시에 작곡가 백창우씨가 곡을 붙인 노래 ‘비행기’ '산 위에서 내려다 보면‘등 10여 곡의 동요가 불려지기도 했다. 생전에 선생의 동시들은 많은 동요가사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기차놀이' '밤바다'등 무려 40여 편의 시들이 동요 작시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날 모임의 주요 핵심은 선생이 유작으로 남긴 유고집 <글쓰기 나무심기>의 출판이었다.

■유고집 <글쓰기 나무심기>

장흥 출신으로, 한국 아동문학의 거봉으로, 향년 85세에 이르러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병상의 침대에 누운 채 한국의 국어교육과 글쓰기 교육에 대해 지대한 애착으로 이번에 유작으로 남긴 <글쓰기 나무심기> 교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선생이었다.

별세 하기 전 2,3년전 까지만 해도 8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고향 장흥의 문학인대회에 ‘학생들의 문학현장 강의’ 강사로 참석, 침을 튀겨가며 어린 학생들에게 열강을 펼치시기도 했던 분이었다.

‘시인 교장 선생님이 우리 모두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가 달린 <글쓰기 나무심기>는 아동문학의 현장에서 아동문학을 위해 평생을 불살라 왔던 선생이 잘못된 ‘한국의 국어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 원인 분석과 함께 해결방안을 제시한, 한국 국어교육의 비전을 제시한 감동 깊은 책이다. (필자도 이 책을 읽어보고 비로소 그동안 선생이 펴낸 글쓰기 관련 도서를 수집하여 통독해 보고 있는 중이다)

선생은 한국 국어 교육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국 국어의 미래가 있다고 강변한다. 요즘 세상에 감히 어느 누가 이런 강변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아동문학, 국어교육의 현장에서 평생을 살아 온 선생이기에 기능한 일일 것이다.

시인이요 아동문학가요, 국어 교사요 교장이었던 선생이 한국의 국어 교육계가 통회하며 지금이라도 제 길을 가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선생의 톤 높은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 가슴을 때린다.
목차만 봐도 대단하다

▲제1장 논설문 ‘광풍’으로 잃어버린 글쓰기교육 -1.한국교육의 잘못에 대한 어느 미국 대학교수의 폭탄선언/2.그릇된 논설문 광풍으로, 잃어버린 글쓰기교육 30년!/3.한글도 하나 못 가르칠 바엔 차라리 초등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4.한국 최초로 글쓰기 시험을 친 인하대학교 박덕유 교수/5.한국에서는 우등생, 미국에서는 열등생 어느 노 아동문학가의 뼈저린 증언/6.《조선일보》특집기사‘글과 담 쌓은 세대’

▲제2장 글쓰기교육의 기초 다지기=1.생활문 쓰기 교육은 글쓰기 기초 다지기 작업/2.쓰는 법도 모르는데 써 오라고만 하는 ‘독후감’ 숙제/3.원고지 쓰기 지도는 빠를수록 좋다/4.아니, 국어책을 학교에 놔두고 다니라니……/5.학원에 안 보내고 ‘기본’에만 충실한 유태인의 자녀교육/6.200자 원고지와 400자 원고지/7.미국 유학만을 서두르는 넋 나간 한국 어머니들

■<글쓰기 나무심기>의 의의

김녹촌 선생은 오랜 세월 교단에 선 교사이자 또 한편으로 수많은 동시를 지은 시인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생은 많은 책읽기 및 글쓰기 지도서를 써 왔는데, 그 가운데서도 이번 책 《글쓰기 나무심기》는 그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난 저자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글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랜 교단 생활에서 느낀 글쓰기 교육 부재의 안타까움과 옳은 글쓰기 교육의 방법에 대해 수필 형식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조금은 강건한 어조에 평소 저자의 동시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낯설음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오늘날 글 쓰기 교육 상황에서 느끼는 선생의 안타까움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또 그만큼 우리나라의 잘못된 글쓰기 교육의 현실을 직시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대상으로 했던 어린이들이 아닌, 교사나 학부모가 읽어야 할 책인 것이다.

■김녹촌, 그는 누구인가

김녹촌 선생. 선생은 살아 생전로 60년 동안 국어교육 바로잡기 전령사로 활동 해온 아동문학가였다.

“한 나라의 국민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은 국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병들고 상처 난 한글로는 우리의 미래가 없습니다.

…현재 우리 국어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모든 글은 자신의 마음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인데 논술 열풍이 불며 어릴 때부터 학원에서 시험을 위한 논설문 외우기 교육에 급급해 하고 한글도 옳게 모르고 글 한 줄 제대로 못 쓰는데 외국어교육과 어학연수에 열중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겨레의 혼이 담겨 있고 국어교육의 기본 중의 기본인 가갸거겨 등 ‘기본음절(한글 본문장)’ 하나 옳게 읽지도 외우지도 못하는 어린이들이 어떻게 국어공부를 할 수가 있겠으며, 또 어떻게 한국혼이 담긴 올바른 인간이 될 수 있겠습니까?”

몸은 젊은 시절 같지 않지만 한글 사랑은 식지 않고 오히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글쓰기 교육에 열중이던 선생이 4년 전, 장흥문학인대회 강사로 참석했다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당시도 선생의 모국어에 대한 애착과 학생들의 올바른 글쓰기에 대관 관심은 놀라울 정도였다.

선생은 1947년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전남 장흥군 부산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해 92년 경북 경주시 현곡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선생의 애틋한 국어사랑과 열정은 삶 그 자체였다.
선생은 교감 시절인 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연’을 출품했다가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그의 동시 작품인 ‘겨울아이들’, ‘들국화’, ‘연’은 현재 초등학교 4, 5, 6학년 교과서에 실려 아이들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자신이 지도한 어린이의 글을 모아 만든 문집은 20여 권에 이른다.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동요대상 본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선생의 국어교육 연구는 현장에서 배어나온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가 교장으로 재직할 때 아이들의 형편없는 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전교생 ‘받아쓰기’였다. 학년마다 각 반을 돌면서 10여개의 단어를 가지고 받아쓰기를 해보면 정답률은 부끄럽다 못해 참담할 정도였다. 그는 가는 학교마다 ‘한글 바르게 쓰기 운동’을 벌이며 힘겹게 이끌고 나가느라 가슴앓이도 많이 했으며 한풀이 술을 혼자서 많이 마시기도 했다.

“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은 맞춤법이 틀려도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며 탓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교육이 잘못됐습니다. 글자를 틀리게 쓰면 야단을 쳐서라도 정확히 알도록 해야 합니다. 1학년 한글 입문기 지도 때 받아쓰기 후 그냥 넘기지 말고 정착 여부를 확인한 뒤 치료까지 해서 완벽을 기해야 한글을 제대로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집을 지을 때도 기초 다지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모래땅 위에 세운 건물은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우리사회의 ‘국어교육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 학습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는 있지만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는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어려서부터 본보기 글을 베껴 써 보고 ‘마음속 비밀친구’인 일기를 성실히 써 나가는 것이지요”

정년퇴임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의 강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발 벗고 나섰던 선생이었다. 그러한 경험위에 써진 책이 글쓰기 이론서인 ‘글쓰기 박사 되는 길 1, 2, 3’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글쓰기 박사 되는 길> 이후에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 <글쓰기 나무심기>다.

선생은 갔지만, 선생이 남긴 유자 <글쓰기 나무심기>가 지금 한국사회 국어 교육계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故김녹촌(본명 浚璟)선생 프로필

▶1927년에 전남 장흥군 부산면 내안리에서 태어남.▶부산초등학교, 광주사범학교심상과 졸업(1947)하고, 중?고등학교 국어과 교사 자격검정고시에 합격.▶부산초등학교와 장흥초등학교 및 대구 경북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야간)에서 45년간 교직에 종사하셨으며, 1992년에 경주 현곡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함.▶1968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연’이 당선.▶제10회세종문화상(1977), 제7회대구시 문화상(1987), 제9회 대한민국 동요대상(노랫말부문,1996),우수노인 히로인상(2006)등을 수상.▶정년퇴직(1992)후 kbs 래디오 프로그램에서 자녀교육 칼럼을 2-3개월 동안 매일(09시) 방송.▶서울로 이사하신 후 최근까지 작품 활동과 ‘글짓기 이론서’등의 책 저술하면서 전국 순화활동하며 글짓기 지도와 자녀 교육에 관한 강의를 해 왔음.▶고향(장흥)활동=2006년부터 5차에 걸쳐 장흥에 와 장흥학당과 장흥초등학교 및 장흥청소년수련관 등에서 초등학생 및 어머니를 대상으로 글짓기 지도 강의. 2009년 제1회 전국문학인대회 때 장흥여중에서, 2010.7.30 제2회문학인대회 때 회덕중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의 ▶동시집 ‘소라가 크는 집’, ‘언덕빼기 아이들’,‘독도 잠자리’, 등수많은 동시집과 수필집 ‘토함산 노랑제비꽃’ 일기 생활문 시쓰기 이론서인 ‘시 쓰기와 시 감상지도는 이렇게’ ‘올바른 시 쓰기와 생활문 쓰기 지도는 이렇게’ ‘글쓰기박사가 되는 길(초중고)’, 초중고생 대상 ‘독후감 쓰기’ 등 집필 ▶2008.8.1 ‘제1회 정남진(장흥)물 축제’ 를 계기로 동요집 ‘ 내고향 바다’ 출간(CD 포함.▶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동시=4학년 2학기:‘겨울 아이들’/5학년 2학기:‘들국화’ /6학년 2학기:‘연’▶음악교과서에 실린 동요 = 3학년 : 산새 발자국/독도잠자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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