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로 지정된 제와장(製瓦匠) 기능보유자로 조선기와를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드는 장인이었던, 그리고 국보 1호 숭례문 복원공사에 참여헸던 한형준(향년 84세)씨가 20일 별세했다.

고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 기와의 전통 제작기법과 공정을 이어 온 장인이다. 열네 살에 전남 보성에서 기와공장을 하던 이모부를 따라 전통 기와 제작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70여 년간 가마 앞을 지켰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내는 전통 기와는 공장에서 찍어낸 기와보다 흡수율이 높고 무게도 1.5배 이상 가볍다. 또 모양이 하나하나 다르고 뿜어내는 빛깔도 은은하다.

1970년대 이후 싸고 만들기 쉬운 공장제 기와가 보급되면서 전통기와의 수요는 급격히 줄었지만 고인은 1년에 200~300장을 구워내며 전통 기와의 명맥을 지켰다.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해 8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 공사에 참여한 그는 숭례문에 있던 공장제 기와를 전통 기와로 교체했다. 보다 아름답고 내구성이 좋은 전통 기와를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의 버려진 가마터를 돌며 시험 제작한 일화는 유명하다. 고령에 거동이 쉽지 않았지만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설치된 가마터에서 직접 숭례문 기와 제작 공정을 지휘했다.

"국보 1호 복구에 참여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라고 한 그는 기와 제작 완료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현재 숭례문을 장식한 전통 기와 2만3000장이 고인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됐다. 유족은 부인 마순례씨와 9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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