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삼림욕장’ 개장과 장흥 현대문화를 생각하며


장흥에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과거에서 현대로 그 전통과 향맥이 이어지는 대표적인 ‘문화 현상’이 바로 ‘文林 고을’에서 ‘장흥 文學’으로 이어진 전통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과거의 대표적인 주류의 문화가 탐진강의 ‘정자문화’였다면, 현대적 장흥문화는 탐진강에 펼쳐지고 있는 ‘정남진 물 축제’이다. 과거의 선인들이 탐진강의 여러 누정에서 여가를 즐기고 학문을 연마하고 인생을 노래했다면, 현대인들은 탐진강 둔천에서 현대적 여름휴가를 체험하고 즐긴다.

현대문화의 특질은 극적인 변화와 변천 즉 급변성에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고 시도된다. 오늘의 창조, 오늘의 산물이 내일이면 구태의 것이 되고 마는 급변의 시대이다. 현대문화의 흐름도 다르지 않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현대문화의 주도적인 흐름은 靜的인 것보다 動的인 것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왜 정남진 물축제가 성공하고 있는가. 축제의 주제가 물이고, 그 본질이 動的인 것에 있는 까닭이다. 국내 수많은 지역 축제들의 주제가 주로 靜的인 것에 기반하고 있다면, 정남진 물축제는 이들과 달리 動的인 것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즉 정남진 물축제는 현대 문화의 특질인 動的인 것에 기반, 당초 출발부터 성공 가능성을 잠재하고 담보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과거의 유산인 儒林勢가 가장 강하고 保守勢 역시 다른 어느 곳보다 강한 곳이 장흥이다.

이러한 장흥에 ‘정남진 물축제’라는 현대적 문화의 창출 외에 또 하나 ‘현대적 문화’가 시도되고 있다. 바로 우드랜드에서의 ‘누드 삼림욕장’ 개장이 그것이다.

현대문화에서 이른바 ‘누드’는 가장 급진적인 현상에 다름 아니다. 이 새로운 누드문화가 도시화의 핵인 수도권, 하다못해 지방의 도시권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다. 대한반도의 맨 끄트머리 남쪽 해안을 가진 ‘正南津 장흥’, 시골 중의 시골이며 도시 중심권에서 가장 변방 중의 변방인 장흥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래서 전국이 ‘화들짝’ 놀라고 있으며, 인터넷 관련뉴스에 수백 명이 댓글을 달며 갑론을박, 이러쿵저러쿵 싸우며, 단연 전국 톱 뉴스가 돠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골 장흥에서 전국에,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누드’, ‘누드 삼림욕’이라는 화두를 던진 셈이다.
과거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시골 중의 시골에서, 가장 현대적이며 도시적인 문화의 유입, 이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에 다름 아니다. 이 문화 현상 역시 動的인 것이고 가장 현대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문화 역시 정남진 물축제처럼 출발부터 성공을 담보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는 변한다. 문화도 역사처럼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오늘’에 내일의 비전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역사는 늘 연속성이고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어제의 역사가 오늘에 이어지고, 오늘은 또 내일로 이어진다. 이 역사의 본질을 외면하면 역사는 곧 중단되고 만다.

장흥에서 과거를 지워버리면 역사는 물론 전설도, 설화도 사라지고 공허한 현대의 것만 남는다. 그것은 더 급진적인 것만 수용하게 되어 가변성은 더더욱 증폭된다. 그 문화는 깊이도 없으며, 이야기(story)도 빈약하고, 때론 가볍고 천박해질 수 있으며, 오래가지 못한다.
장흥에 과거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장흥의 문예부흥, 거기에 현대적인 것만의 수용이라면 위험한 일이다.
과거를 무시해 버리고 과거 역사를 외면하고, 지극히 현대적이며 급진적인 것만의 수용이라면 내일의 비전은 그만큼 희박해진다.

그동안 장흥군은 ‘전국 최초 주말시장인 정남진 토요시장’ ‘토요시장 쇠고기 직판장’ ‘제주-장흥 노력항 개항’ ‘정남진 물축제’ 그리고 ‘우드랜드 누드 삼림욕장’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며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돌발적이고 현대적이다. 이것들 모두 ‘혁신적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산물들이다. 하여 우리에게 내일의 비전을 담보하고 또 희망을 주고 있음도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보다 건강한 장흥문화의 창출도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전제되는 것이 바로 과거, 장흥의 과거에 대한 돌아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호 바로 이 난에서 지적했지만, 탐진강의 문화 창출에서 정자문화의 복원은 필수적인 것이며 전제적인 것이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탐진강 생태공원과 정남진 물축제, 그리고 정남진 토요시장.-여기에, 석대들 동학전적지의 국가사적지 지정과 새로 조성되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을 비롯 전남도 기념물인 장흥천도교당, 장흥향교, 예양서원, 영회당 등이 연계되고, 그리고 여기에 탐진강의 정자문화도 가미되는 이른바 ‘교촌-예양리 일대 장흥역사 복원’의 장기적인 계획도 고려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장흥에 장흥의 과거가 살아나고 그 과거의 전통이 오늘에 이어지면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장흥의 독특한 문화가 육성될 때, 비로소 장흥문화는 진전한 문예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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