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정부가 보지 못하는 통일의 물길 열 수 있다
정남진, 정북진 주민들에 따뜻한 남녘의 동포애 전했으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26일 전격적으로 중국의 장춘ㆍ지린ㆍ투먼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곧 이어 신화통신을 통해 중국이 두만강 유역에 국경을 초월한 경제특구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다시 북한은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하면서 수해 복구 지원도 요청해 왔다. 금강산관광객 피격에 이어 천안함 사건까지 터지면서 악화 일로를 걸어오던 남북관계에 해빙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변화의 조짐들이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도 임기 후반에 진입하면서 나름대로 국정운영의 가시적인 성과를 축적해야할 시점이어서 어느 때 보다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 같은 기회를 잘 살려내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며 국정운영 역량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인접하고 있으며 미국 등 국제정치적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역학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자칫 남북문제를 잘못 다루면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정되고 이끌려가게 된다. 천안함 사건이 국제문제로 비화된 이후 그 처리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을 교훈삼아 우리가 당면한 문제로 관심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이다.

중국은 창지투 개발사업을 북중 경협과 연계하여 2020년까지 약 35조원을 투자하여 중국의 대표적 경제특구인 상하이 푸동을 능가하는 동북지역의 신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구상을 발표하였다. 중국의 창지투 경제특구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북한에 가로 막혀 대형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해상로가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약점 이었다. 그로 인해 물류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해상진출이 불가능 했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2008년 북한으로 부터 나진항 부두사용권을 따내어 해상로를 확보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물론, 중국의 초국경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북한의 개혁·개방의지가 중요하다. 이 시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난8월 중국 방문에서 북한과 인접하고 있는 장춘ㆍ지린ㆍ투먼 지역의 중국식 개혁·개방 현장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돌아갔다. 북한의 정치·경제상황을 감안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북한은 이미 2012년 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 왔지만 달성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더불어 정치적으로도 ‘권력의 이동’을 준비하는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 앨빈 토플러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권력의 이동(power shift)은 단순한 권력의 이전을 뜻하고, ‘권력이동’ (powershift)은 권력의 이전이 아닌 권력의 본질 자체의 심층적인 변화를 뜻한다고 한다. ‘권력이동’은 권력의 질적 변화까지 수반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정치 환경은 ‘권력의 이동’과 함께 ‘권력이동’으로 이행되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지금 북한은 정치, 경제 등 모든 상황이 개혁·개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북한의 전환기적 상황을 우리는 예의 주시하면서 시의적절한 대응이 매우 중요한 때 이다. 만약 북한 정치권력의 이동과정에 중국이 개입하게 된다면 그 권력의 속성은 어떻게 변화될까.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에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촉각이 쏠리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정치권력은 ‘주체사상’을 내세워 ‘우리끼리 우리식대로’ 라는 나름의 정체성 위에서 확실하게 독립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고립화 전략으로 인해 종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인 북한의 처지에서는 유일한 원군인 중국의 협력이 그만큼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밖으로 비쳐진 북한의 상황은 중국의 개입이 어느 때 보다 용이하다. 북한의 정치권력까지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으로 들어간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사실상 속국이라 할 만큼 종속화 되어 있다. 2008년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의 73%가 중국과 이루어 졌다. 2008년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의 90%가 중국자본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치까지 예속화된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혹자는 우리도 한 때는 대미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인 수준이었다며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 내부에서 조차 북한을 중국 동북부의 네 번째 성으로 개발하자는 견해들이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론의 연장선이다. 경제적 예속화를 넘어 정치권력까지 중국의 우산 아래 들어가게 될 때 한반도 문제에서 정작 당사자인 한국의 발언권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걱정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한반도의 명운을 결정하는 이 중차대한 전환기적 상황을 손 놓고 있는듯하여 답답하다. 천안함 사건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 이전 인 지난해의 남북교역도 16억 7천9백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7.8% 줄었으며 일반물자 교역은 2억5천6백만 달러로 35.7%나 감소했다. 남북통일을 포기할 것인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경제의 한국의존도를 높여 가는 전략 밖에는 없다.

남북 간의 경제교류에는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막대한 재정이 투입 등으로 인해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자체의 역할 은 없는 것인가.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때 마침, 경남, 충남, 강원도 등 3개 지차체장들이 다음 달 중순(10. 20-23) 연해주를 방문한다고 한다. 방문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농업분야 협력방안 모색’이지만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동북아 평화방안 등 정책의 계승방안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한·러, 한·중,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공동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지자체 장들의 행보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 온다.

지자체장이 지자체 업무에 집중해도 정신차릴 수 없을 만큼 바쁜데 남북문제로 해외나들이냐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각을 달리하고 시야를 넓게 보면 정부의 일과 지자체의 일은 서로 각각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일, 보지 못하는 부문을 지자체가 시작해 작은 물길을 열어주면 정부는 큰 운하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치의 참뜻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다.

올해의 북한 경제는 수재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 정남진 장흥이라도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정북진 북한주민들에게 남쪽 고을 장흥의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동포애를 전해 주었으면 한다. 진정한 통일은 눈에 보이는 38선의 장벽이 없어진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과 북이 진정으로 한 핏줄, 한 민족임을 느낄 수 있는 사랑으로 충만할 때 비로소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룰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관용이 필요한 때 이다. 이것이 바로 철옹성보다 더 높이 쳐진 보이지 않는 남과 북의 장벽을 겉어 내고, 통일로 가는 마음의 가교를 이어주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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