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2시에 장흥문화예술회관 문화센터2층에서 사법 사상 최초로 주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한 민사조정재판이 열렸다.


소유권 이전 문제로 다투고 있는 원고 송모(69) 씨와 피고 홍모(47) 씨가 주민 배심원 11명에게 자신의 입장을 열심히 설명했다.


“조부 때부터 내 땅인 줄 알고 농사를 지어 왔는데 등기부상 자기 땅이라며 이제 와서 소유권을 주장하면 됩니까.”
“원고 측이 수십 년간 무단 점유한 사실을 알고도 농사를 지었으니 이제는 돌려받는 게 마땅하지요
송씨는 이웃에 사는 홍씨가 지난해 자신이 농사짓고 있는 땅을 경계측량한 뒤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곳에 축사와 창고를 건축하자 6월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송사는 20년간 아무런 제지없이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취득시효’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다.
광주지법 장흥지원은 지역사회의 분쟁에 주민이 직접 조정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9월 장흥에 사는 만 25세 이상 70세 미만의 주민을 배심원으로 공모했다.


장흥지원은 주민 배심원 101명 가운데 이날 추첨을 통해 13명을 선발했지만 이들 중 2명은 원고와 피고가 조정을 하는데 부적합하다며 ‘배제 신청’을 해 1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농민, 축산업자, 자영업자, 공무원, 주부 등으로 직업이 다양했다.


주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민사 조정을 이끌어 낸 것은 국내 사법 사상 처음 있는 일.
배심원들은 이날 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최형표 광주지법 장흥지원 판사에게서 사건 개요를 들은 뒤 원고와 피고에게 궁금한 사항을 차분히 물어 원고와 피고가 모두 퇴장한 뒤 배심원들은 조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을 벌였다.
40여 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 배심원들은 피고는 원고에게 100만 원을 주고 소송 및 조정비용은 서로가 양보해 각자 부담하는 조정안을 내놨다.

피고 홍씨는 “그동안 마음고생을 시켜 드려서 죄송하다”며 원고 송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이를 지켜보던 배심원과 방청객들은 박수로 이들의 화해를 축하했다.


정준영 광주지법 장흥지원장은 “이번 조정은 우리 실정에 맞는 배심재판 제도를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식 배심재판을 국내 사법현장에 접목해 주민이 재판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사법적 판단에 참여함으로써 재판 절차에 대한 이해와 투명성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