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마동욱/ 오마뉴스 기자/200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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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새끼돼지들 낳은지 이틀이라고 한다. 새끼돼지들이 엄마젖을 귀엽게 빨고 있다

▲ '저궁'의 주인 서두석씨 서씨는 사진찍기를 거부했지만 결국 자신의 농장 돼지들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축산업에 위기가 왔다. 사료 값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농촌 지역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한우 농가와 양돈 농가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008년 3월 홍콩과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소식이 들려왔고 5월에 우리나라에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번지기 시작하면서 양돈 농가는 조금은 허리를 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닭과 오리를 피해 돼지고기를 선호했던 것.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면서 쇠고기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를 찾던 소비자들이 갑자기 쇠고기 쪽으로 등을 돌리면서 양돈 농가들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우리 농촌의 위기 속에서도 어렵게 양돈 농장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는 서두석(47)씨를 만나기 위해 전남 장흥군 용산면 봉황리마을의 저궁이라는 돼지농장을 방문했다.

서두석씨는 광양시 옥양에서 태어나 광양농고, 전남대 축산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전문 축산인이다. 그가 이곳 전남 장흥군 용산면 봉황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12월. 그는 경매로 올라온 지금의 저궁농장을 인수해 자신이 평생 동안 꿈꾸웠던 돼지농장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게 됐다.

그가 운영하는 돼지농장은 250평 규모인 축사 9개동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후 그는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돼지를 사육하기 위해 새롭고 효율적으로 개조를 했다. 20억 원 정도의 초기 투자에 이어 2008년 현재까지 35억 원정도의 투자비가 소요됐다.



▲ 엄마 젖을 땐 새끼돼지들
새끼돼지들은 역시 귀엽다. 엄마젖을 떼고 죽을 먹는다고 한다

"제일제당 사료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지금의 저궁농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치도 좋고 잘 관리만 하면 농장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수를 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곳 돼지농장을 인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에 무척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축사와 가까이 있는 봉황리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였습니다. 축사는 아무리 관리를 잘 하여도 냄새가 나고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로 이웃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장 먼저 마을 주민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철저하게 폐수를 관리할 것이고, 나 자신도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살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말입니다."

그는 마을 주민들과 약속을 지켰고 마을 사람들이 좋은 이웃이 되어 그의 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새끼돼지들
사료를 먹기 시작하는 새끼돼지들 돼지의 출산 시기 맞쳐 분리시켜 사육한다

축사 이름을 저궁이라고 쓰게 된 것도 돼지들이 왕궁에서 살게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축사라기보다 돼지와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그의 소신이었다.

"축사 주변에 가장 먼저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외부에서 축사로 보이기보다 공원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농촌의 위기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오늘의 위태로운 농촌은 교육만이 대안입니다. 교육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농촌 문제는 농업인 스스로 풀어가야 할 시급한 문제입니다. 정부에서 가장 먼저 교육을 하고 농촌도 이제 농민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농촌은 어쩌면 희망이 없는지 모릅니다. 허나 그 희망을 찾은 방법은 오직 철저한 교육과 철저한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농업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무턱 대고 맡겨 놓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지원은 그 다음입니다."

농업을 시장 경제에 떠맡기는 것이 합당하는가를 묻자 그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농업 특히 축산업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전국의 양돈농가는 16만 가구였다가 2008년 현재 7~8천 농가만 살아 남았습니다. 모두가 축산업으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세계와 경쟁에서 살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저의 경쟁 상대는 세계의 축산 농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서두석씨
농장의 모든 시설은 자동화 시켜 온도에따라 통풍이 자유롭게 조정이 된다고 한다

그는 전문 축산인이다. 때문에 싼 수입산 쇠고기가 밀려오면 돼지 값이 급락하게 된다는 양돈 농가의 불안감에 굴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신의 농장을 잘 경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도 경제 논리는 쉬운 상대가 아닌 듯했다. 정부에서 양돈 농가에게 지원하는 사료구입특별자금을 융자하려고 아파트와 재산을 담보로 설정했다고 했다. 자본투자는 끝이 없는 반면 수익구조는 넉넉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 돼지들의 좋은 환경
돼지들은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정부에서 양돈농가에 조금씩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허나 개인 농장은 후순위로 밀리고 영농 법인으로 운영되는 양돈농가에 우선권을 줍니다. 법인보다 개인이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농장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 많은데도, 정부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운영자금을 융자나 지원을 하면서 더 많은 생색을 내지만, 사실 도산하여 폐업되는 농가는 개인농장이 아니라 법인으로 운영되는 농장이 더 많습니다."

100kg 정도가 되면 돼지들은 출하를 하게된다. 이곳에서는 녹차와 서씨가 개발한 사료를 이용하여 돼지를 사육하고 있어 맛이 독특하다고 한다.

그의 성실한 농장 경영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의 농장은 5000두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 또 매월 1천두 정도가 출하되고 있으며, 출하되는 돼지만큼의 새끼 돼지가 출산되고 있다. 그의 돼지농장은 질병 억제를 위해 철저한 차단방역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사람이 주거하는 주거공간을 거쳐야 축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의 돈사 관리는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농장에서 배출되는 분뇨처리는 분뇨배수관을 통해 한 곳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 이후 충분히 발효를 시킨 후 액비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축산 농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오염을 차단하고 있다.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서두석씨는 그의 아내 고민지(45)씨와 2남매의 자식들이 돼지농장의 부흥과 더불어 열심히 살고 있다.

수입 축산물의 개방으로 축산농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의 말대로 세계의 축산농가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에서는 축산 농가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나아갈 수 있게 좀 더 세심하게 선별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오늘의 위기에 놓인 축산농가의 활로를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 저궁 농장
멀리서 본 저궁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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