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마동욱/ 오마이뉴스 기자

2008.05.20 11:39



▲ 박형장(50) 씨
그는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우렁이를 양식하고 있다

"농촌은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 죽어갑니다. 이라고 살기가 심들다 보믄 금방 시골 무지랭이들만 몽땅 죽어 불지라, 우리 정부가 하는거 보믄 참말로 시골서 인자 못 살 것 써라. 잘난 놈들은 모두 서울 가서 살고 참말로 못나고 못난 놈들만 이라고 촌구석에 살지라."

농촌마을을 방문하여 농삿일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농부들을 만나면 누구나처럼 "못 살겠다. 죽겠다"라고 사진을 찍은 내게 다가와 하소연을 한다. "비료 값이 엊그제 30% 이상 올랐는데, 다시 50% 정도 오르게 될 거라고 한당께. 참말로 농촌에서 사람 대접 못 받고 살지라"고 들녘에서 만난 농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미국과 FTA협정 체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닭, 오리 AI 확산으로 농촌 지역이 위기에 놓였다. 닭과 오리를 기르는 가축 농가는 이미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한우 농사는 희망이라며 마을마다 빚을 내어 축사를 짓고 있었는데, 그 작은 희망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이제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정부를 향한 불만이 농촌 들녘에 가득하다.

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농사 짓고, 우렁이 양식도 하는 박형장씨



장흥군 관산읍에서 무농약으로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우렁이농법을 활용하기 위해 우렁이 양식을 2007년부터 시작했다는 박형장(50)씨를 만났다. 그는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오직 농사가 생명이라며 농사만을 지었다.

겨울에는 하우스에 방울토마토농사를 재배하고 봄이 오면 친환경농사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이제 겨울철 농사는 치솟는 기름 값으로 포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하우스에는 고추 2300여주가 심어졌다. 아마도 금년 겨울에는 하우스 농사를 짓기가 어렵겠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전남도는 친환경농사만이 농촌이 살 수 있다면서 친환경농사를 적극 권장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장흥군 대부분의 지역이 친환경농사를 짓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대안은 없다. 친환경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벼농사를 지어야 한다.



▲ 우렁이 농장 1000평의 하우스에 우렁이가 양식되고 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농사법은 오리농법과 참게, 붕어, 우렁이, 크로렐라 등의 농사법이 있지만 잡초를 가장 잘 제거해주는 농사 방법은 역시 우렁이 농법입니다. 그 어느 농법도 우렁이 농법만큼 효과가 확실하지 않는데, 정부에서는 친환경 농사만을 강조할 뿐 별다른 대안은 내 놓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박씨는 말했다.

"정부에서 그토록 친환경농사를 권장하지만 막상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놓으면 판로가 막혀있습니다. 친환경농사는 농사를 지을 때 어떻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것인가에서부터 농사를 짓고 나면 쌀을 어떻게 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갖추거나 대안도 없이 무조건 친환경농사만을 권장하고 있습니다"라고 박씨는 연이어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모를 심고 난 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오리나 우렁이농사법이 농부들이 이용하기에 가장 용이하지만, 그 놈의 AI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오리농사법은 이미 끝났고, 우렁이농법은 환경파괴라는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말로 생태계파괴 운운하다가 결국 우렁이를 양식했던 사람들조차 우렁이양식을 포기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렁이농사법은 친환경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농사 방법 입니다"라고 말하는 박씨.

박씨는 자신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자신이 직접 재배한 쌀을 가공하여 판매를 하고 있으니 우렁이를 직접 양식도 하고 친환경 농가에 우렁이를 판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형장씨 아내인 김현수(48)씨
겨울내내 방울도마토를 재배했던 하우스에는 고추를 심었다고 한다. 그녀는 두 딸의 엄마이며 결혼을 늦게하여 이제 중학교 3학년인 큰애와 초등학교 6학년이 딸을 두었다.

그가 판매하는 우렁이는 1kg에 6000원. 친환경단지 600평당 약 13kg 정도의 우렁이가 이용된다고 한다. 우렁이 농사법은 우렁이가 부족한 노동력을 절감시켜주고, 생산비와 수확량을 높여주고 잡초를 제거하는데 가장 으뜸이지만 직파로 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우렁이가 동면을 하여 일찍 깨어나 어린 벼를 먹게 되는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직파농사법에서는 우렁이가 맞지 않는다.

우렁이 양식을 장흥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가 지금은 박형장씨에게 자신의 기술을 모두 양도한 김일환(51)씨는 우렁이 농법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제초제를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에서 친환경농사를 막기 위해 제초제의 폐해는 숨기고 느닷없는 우렁이를 탓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렁이의 피해보다 제초제의 피해가 엄청납니다. 친환경농사를 권장하려면 우렁이 농법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렁이 농법은 정부에서 권장을 하지 않아도 친환경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우렁이의 우수성이 인정받고 있어 우렁이가 많이 부족합니다. 우렁이만큼 탁월한 효과가 있는 잡초 제거방법은 없습니다."



▲ 젊은 농사꾼들은 제마다 할 말이 많다.
어쩌다 농촌에서 살게 되었는지 갈수록 어렵고 힘들어진 자신들의 삶을 한탄하면서도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친환경 무농약으로 지은 쌀을 제 가격을 받고 팔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또 "브라질이 원산지인 우렁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금부터 약 30년 전 이며, 친환경농업에 이용된 것은 약 15년 전부터였지만 우렁이의 피해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라면서 우렁이 농사방법을 설명했다.

토종 우렁이와 브라질산 우렁이의 차이는 먹이다. 토종 우렁이는 미생물만을 먹지만 브라질산 우렁이는 풀을 먹는다. 토종 우렁이는 직접 새끼를 낳고, 브라질산 우렁이는 알을 낳아 부화한다는 차이가 있으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단지에서 우리토종의 우렁이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 하우스에서 점심을 먹는 젊은 농부들
그의 아내가 정성껏 마련해준 점심을 함께 먹었다. 우연히 들렀다가 점심까지 얻어먹었다. 농촌이 어렵지만 밥 한끼는 먹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의 아내가 고마웠다.

박씨는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모를 심고 곧바로 우렁이를 벼 논에 넣어야 하지만, 우렁이를 양식하는 곳이 많지 않아 우렁이를 빨리 구하지 못해 실패하기도 합니다. 우리 지역은 친환경농사를 적극 권장하면서 우렁이조차 제때 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고 무조건 친환경 농사만을 말하고 있습니다"라며 정부의 친환경농사법 권장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농촌은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건국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맡고 있다. 농사 중에 가장 으뜸인 농사가 '아스팔트농사'라고 농부들은 말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금 아스팔트 농사도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의 어렵고 힘든 농촌 어떻게 지켜 낼 것인가, 친환경농사를 통해 농업의 활로를 찾는 젊은 농사꾼을 보면서 가슴이 자꾸만 아파온다. 농촌의 젊은 농부들은 친환경 농산물이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로 인증을 받은 만큼 적절한 대접을 받으며 농협을 통해 전량 수매되기를 바란다. 농사는 농부가 판매는 농협이 앞장서서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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