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강 상류 전역 조사 성과시 세계문화유산 등록도 가능
- 신북리 후기 구석기 유적지,'사적'으로 지정돼야 한다
- 국내구석기문화 다시 쓰게 만든 간석기 유물등 1만점 출토
- 국내 최대 구석기 유적지…道 지정문화재 지정은 '따놓은 당상'
- 인터체인치 이전, 4만여 평,전면적 정밀조사, 발굴 조사 필요

지난 12월 18일, 장흥군 장동면 일대에서 아주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장소는 장흥-보성간 신축도로 현장인 유물 발굴지인 장동면 북교리 신북마을, 사건 내용은 후기 구석기 유물발굴 중간보고, 주최는 유물 발굴을 주도한 조선대학교 박물관. 그런데 굳이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명명한 것은 이날 유물조사 박물관 팀에 의해 보고된 내용이 충분히 '역사적인 사건'이 되고도 남을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신북리 후기 구석기 유물의 의의

그 내용인즉, 조대 박물관 팀이 지난 7월25일부터 신북리 일대, 즉 보성 -장흥간 4차선 도로 공사 현장 중 신북리 일대 6천평을 발굴한 결과 ①1만여 점의 후기 구석기(3만5천∼1만년전) 유물의 다량 발굴되어, 후기 구석기 유물 중 최대 규모의 유물로 확인되었으며 ②유적 규모가 국내 후기 구석기 유적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순천 월평 유적지 2만평보다 2배인 6만여 평으로 평가돼, 국내 최고·최대 유적지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③유럽 구석기 교과서에 소개되는 대표 석기들이 출토, 우리나라의 구석기 문화를 다시 쓰게 만들었으며 ④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의 간석기(간돌자귀. 돌을 깨뜨린 뒤 갈아서 날을 세운 석기)가 출토, 우리나라의 구석기에도 뗀석기-간석기로 이어지는 구석기 문화가 있었음을 보여주어, 아연 학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북 유적지에서 간석기가 발견됨으로써 ①그동안 뗀석기(타제석기. 돌을 던져서 깨든가, 망치 돌로 필요한 크기만큼 한 면만 때려 내어 만든 석기)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 구석기 시대가 뗀석기에서 간석기로 발전돼 온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으며 ② 한반도 후기 구석기에서 마제기법이 널리 퍼졌다는 사실을 짐작케 해주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특히 뗀석기와 간석기가 동시에 출토된 예가 힘든 상황에서(그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한반도의 석기문화가 단절된 것으로 알아왔다) 발굴된 1만여 점의 유물 중에서 뗀석기도 출토되어, 우리나라의 구석기 문화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일본 학자들은 자신들이 갈아서 만든 돌도끼(간석기) 등의 유물로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간석기라고 주장해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 유물출토에서는 간석기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출토된 예가 없는 수정 좀돌날몸돌도 나왔고,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창끝찌르개, 슴베찌르개 등 찌르개와 밀개, 긁개, 자르개 사냥용 석기는 고도로 발달한 사냥기술은 물론 사냥한 짐승의 가공까지 빈번하게 이뤄졌음을 입증하게 했다고 한다. 특히 뼈나 뿔을 다루는 새기개가 다양하게 출토돼 작살이나 끼움날 연장을 만드는 일이 빈번했을 것으로 추정됐다는 것 .

□학계 신북리 유적의 가치 인정

당시 신북리 유적발굴 중간발표 때의 학계의 증언이다
▲이기길 교수(조선대박물관장) : "장흥∼장동간 도로 신설구간 인근 6000여 평에서 발굴조사 작업을 벌인 결과, 후기 구석기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대규모 살림터와 1만여점 의 석기를 출토했으며 이중 일부는 간석기로 입증됐다. …중략…이제까지 구석기시대 마제석부(간석기시대 석기들)가 출토된 것은 일본 간노키(貫ノ木) 유적 등 여러 곳에서 3만년전 쯤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진 뒤 신석기 시대에 가서 다시 등장했다는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때문에 그동안 일본 구석기학자들은 자신들의 마제석부가 세계 최고 간석기라고 주장해 왔다. …조사 결과 유적지 규모는 모두 마을들을 빼고 4만여 평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후기 구석기 유적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순천 월평유적(2만여평)의 2배에 달한다."

▲배기동교수(한양대학) : "출토 유물의 실물을 아직 보지 않아 뭐라 단정할 수는 없으나, 보고대로라면, 인근 일본에서도 국부적으로 갈아 만든 구석기시대 후기 유물, 즉 간석기 유물이 출토되고 있음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구석기대 간석기는 출현 가능성은 언제든 있었다. 다행이 이번에 장흥에서 그 간석기가 확인되었다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손보기 교수(연세대학) : "우리나라 석기는 전부 단절돼 있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뗀석기와 간석기가 같이 나오기는 힘듭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주로 뗀석기만 출토됐습니다. 그란데 이번에 장흥에서 출토되지 않아 단절되었던 것으로 알았던 간석기 유물이 나왔다면, 이것만으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정영화 교수(영남학교 매장문화재 위원):"신북 유적의 유물이 보존상태가 깨끗하고 유물이 방대하기대문에 후기 구석기 유물의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사로 신북 유적지의 중요성이 입증되어 전남도 지정문화재 지정 등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

이번 신북리 구석기 유적을 발굴한 조선대 박물관 측은 그러므로 현재(12월 8일) 출토된 것보다 더 많은 유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연말까지 계속 발굴작업을 펼친다는 계획이고 내년 3월이면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한다.

□인터체인지 이전, 유적지 보존,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난 12월 26일 오후 1시, 장동면사무소 회의실에서는 신북 유적에 대한 매장문화재 발굴 지도위원회와 주민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모임은 향후 신북 유적 보존방안 및 추가 발굴에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모임이었다.
.
이날 모임에는 신북유적 발굴을 주도한 조선대하교 박물관장 이기길 교수를 비롯하여 문화재청 사적∙매장문화재 위원장인 영남대학교 정영화 교수, 서울시립대 박희영 교수, 김용찬 서울대 교수, 충북대학교 이은교 교수, 강원대학교 최복규 교수, 그리고 수명의 국내 고고학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날 관련 학자들은 한결같이, 신북유적의 세계적, 고고학적인 가치를 인정, (1)우선적으로 도지정 문화재로 지정 건의 (2)야외 전시관 조성, 교육의 장으로 활용 (3) 인터체인지 이설 등을 주장했다.

특히 이기길교수(조선대학교 박물관장)은 “인터체인지 이설 문제와 전시관 건립 문제는 전적으로 지역주민과 장흥군의 몫이다.”고 전제하고 “군과 주민이 얼마만큼 유적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면 신북유적에 대한 국제학술세미나 등을 개최, 신북 유적을 세계적인 유적지가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공사측에서는 인터체인지를 이설하면 지금까지의 공사 부분이 손실되고 다시 예산투입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설할 수없다고 주장했고, 면장등 일부 주민도 이에 동조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제 이기길 교수의 말마따나, 신북유적의 관리, 보존 그리고 추가 발굴 등은 장흥군의 몫으로 남아진 셈이다.

여기서 제기된 과제는 네 가지다.

첫째는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보성-장흥간 4차선 신설도로 인터체인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문제이다. 이곳에 예정대로 인터체인지가 건설된다면 유적지가 필히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중요한 후기 구석기 유물이 대거 출토된 지역이므로 반드시 이곳 발굴 현장이 절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최근 김옥두의원도 신북리 유적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유적지 인터체인지 변경에 대해 익산국토청에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신북 유적지를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도지정 문화재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대 박물관 측에서도 최근 전남도에 도로공사에 들어간 지역을 제외한 신북유적지에 대한 도지정문화재 지정을 건의했다고 한다.이제 군에서 이문재를 적극적으로 검토,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인터체인지 이전이 전제되어야 함을 물론이다.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받고 나서 국가지정 '사적'으로 승격지정 받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도지정문화재 지정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 할찌라도 '사적'지정은 현재의 6천평 유적만으로 부족하다.

조선대 박물관 팀의 주장대로 문화층이 남아있는 나머지 4만여 평에 대한 유추가 발굴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일차적으로 장흥군의 몫이다. 왜냐하면, 신설도로와 상관없는 일이므로 미 조사구역을 정밀조사하기 위해서는 미조사구역에 대해 장흥군에서 매입하고 발굴조사 용역을 맡기는 일은 장흥군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지정 문화재로서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문화재청에 의해 지정된다. '사적'의 경우, 조개더미·집터·절터·성곽(城廓)·성터·옛전쟁터·궁(宮)·다리·서원·고분(古墳)·원지(苑池)·도요지(陶窯址)등 역사의 현장이거나, 산업·군사·교통·교육의 유적으로서 역사적·학술적인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적으로 지정되며, 사적으로 지정되면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니까 같은 국가지정 문화재라고 해도 국보·보물은 미술사의 대상이 되는 우수한 솜씨나 예술적 가치를 지정 보호하는 반면, 사적은 역사적 현장의 사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이 큰 차이점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사적은 총 125점이다. 관련 학자들에 의하면, 신북의 후기 구석기 유적지가 미조사구역의 4만여평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사적'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셋째, 이곳 유적지 부근에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유물 전시관 건립이다. 우리나라의 매장문화 발굴의 경우, 대부분 남는 것은 유물과 보고서만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신북리의 그 방대한 유물도 자칫 조선대 박물관 지하창고에 묻혀버릴 수 있어, 유물 전시장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앞으로 추가로 보성강 상류인 장평천 일대가 추가로 정밀조사할 경우 더 많은 유물이 발굴될 가능성이 많아, 유물전시장 조성은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 김창남의원(전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 장흥군과 전남도가 앞으로 할 일은 유적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유물 전시관건립과 도지정문화재 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국가지정 사적으로 승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최소한 도지정문화재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물전시관 조성이나 '사적'지정은 지는 장흥군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째, 보성강 유역의 추가 발굴조사의 필요문제이다. 이번 신북리 유적발굴은 6천여평에 불과했지만, 전체 유지는 6만여 평에 이르고, 그 중에서 마을이 포함된 지역을 제외, 추가 발굴이 가능한 지역만 4만여 평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대 박물관 팀에 의하면, 장동·장평일대이 구석기 유적은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즉 박물관 팀은 신북리 유적지와 연계, 장동·장평 등 보성강 상류지역 일대 모두 구석기 유물이 나온 것이므로 이곳 일대의 전면적인 정밀 지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했다. 그 이유로 박물관 측은 지난 이곳 일대에 대한 95년 조선대박물관의 지표조사 때 보 약12.6㎞의 장평천 일대(월곡·병동·우산·석수·구암동·오산·경림·흑석·봉림·안산·석정·사마정·금산·부도리·양촌 등)19개 지역에서 구석기 유물이 나왔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만일, 이처럼 신북리 구석기 유적을 계기로 보성강 상류인 장동·장평면, 그리고 보성 웅치면 일대를 정밀 조사, 소기의 성과만 나온다면, ①이곳 일대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석기 유적지가 되고도 남을 것이며 ②이곳 보성강 상류지역에서 펼쳐졌던 후기 구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하게 될 것이고 ③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같이, 신북 구석기 유적이 보존되는 한편 추가 발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이곳을 얼마든지 세계적인 문화․관광 이벤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석기 생활 실습장으로, 또는 국제학술대회와 구석기문화축제등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또한 장흥군의 다른 유적 즉 유치 청동기 유적, 고안돌 유적 등과도 연계되면서, 장흥군은 알약 세계족인 고고학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일을 우리, 장흥 군민이 해 내야 것이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