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학교 소식 103호-2004년 1월 28일/ 박물관 돋보기
출처-http://webzin.chosun.ac.kr/sosik/103/9.html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신북마을의 대규모 후기구석기 유적이 2003년 선사고고학 분야의 최대 성과로 손꼽히며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물관(관장 이기길)이 지난해 7월 25일 발굴에 들어가 1만3천여점의 유물을 발굴한 결과 지금까지 뗀석기(타제석기)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의 구석기 시대에 간석기(마제석기)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구석기=타제석기’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까지 구석기시대에 마제석기가 출토된 예는 일본 칸노키 유적과 피리카 유적이 유일하며 이 유물은 약 3만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마제석기가 가장 오래된 간석기이며 한반도에서는 그와 같은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구석기시대의 마제기법은 일본으로부터 한반도에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신북유적 출토로 한반도에서도 구석기시대에 간석기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으며 유럽의 후기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석기와 같은 종류의 석기가 확인되어 역사 발전의 보편적 발달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후기구석기시대의 다양한 석기 종류가 나와 후기구석기 형식학(typology) 연구의 표본이 되는 유적이며 서로 붙는 몸돌과 격지 등 1만3천여점의 유물이 당시의 생활면에 그대로 잘 남아 있어 후기구석기인의 행위와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유적이다. 유적의 분포가 적어도 4만여평에 달해 한국의 후기구석기시대 유적 중 가장 크며 인근에 분포하는 20여곳의 구석기유적과 함께 보성강 상류지역에서 펼쳐졌던 후기구석기인들의 문화패턴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신북유적에 대한 현지주민들의 관심도 높아 장동면유적보존회가 만들어졌으며 장흥군의회에서는 유적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장흥군 인터체인지 공사계획을 유적지 밖으로 이전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신북유적의 보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장동면사무소에서 지도위원과 도·군 관계자, 공사감리단장, 주민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회의가 열려 전남도기념물 지정은 물론 국가사적 지정 및 인근 4만여평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조사,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한 지역문화자산으로서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한편 박물관은 신북 구석기유적 발굴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오는 6월 개최한다. 한국과 일본의 구석기 연구학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국의 후기구석기문화와 장흥신북유적’, ‘동북아시아의 후기구석기문화’를 주제로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시베리아의 후기구석기문화를 총체적으로 진단한다.

이기길 박물관장은 “장흥 신북유적은 유물의 내용이 풍부하고도 다양한 한국 남부지역 후기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이므로 전시관을 세워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교육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문학 분야에서 조선대학교와 장흥지역의 소중한 협동사례가 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보존 대책 및 발전방향을 수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대학교 박물관 건립 시급”
-이기길 박물관장

* 신북유적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한반도에서 후기구석기시대에 이미 간석기가 제작되고 사용되었음을 확인해준 신북유적은 우리나라 국사교과서를 다시 써야할 정도로 중요한 유적입니다. 조선대 박물관은 이미 7차교육과정 개편작업 때 순천 죽내리유적 및 월평유적을 후기구석기의 대표유적으로 교과서에 수록하게 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 일본에서 신북유적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단양수양개 유적에서처럼 슴베찌르개와 좀돌날몸돌이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일본학자들은 좀돌날몸돌과 슴베찌르개는 각기 다른 문화층에서 출토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신북유적은 일본학자들의 오류를 인정하게 한 유적으로 가치가 있습니다. 또 그동안 3만년 전의 후기구석기시대에 간석기가 나오는 예는 일본밖에 없으며 한국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해온 일본학자들의 허구성을 입증하고, 크게 보면 세계역사의 보편성 발달과정을 확인시켜 주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 신북유적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규명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먼저 유적의 성격을 밝히기 위한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한일 구석기의 문화상을 자세히 밝히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신북유적과 순천 월평유적을 일본 칸노키유적이나 피리카유적처럼 국가사적으로 지정을 추진할 것입니다. 다행히 장흥 군의회와 군민들이 유적보존과 사적지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 신북유적 발굴을 계기로 우리 대학에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신북유적에서 국내 최대규모의 유물이 출토된만큼 독립건물로서의 박물관 건립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라도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에 전력해온 조선대학교 박물관은 전라도에 첫발을 디딘 사람들의 발자취를 알고 싶으면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광주문화수도 사업의 일환으로 전라도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박물관 건립에 대한 국가의 획기적인 지원이 요청됩니다. 학교에서도 학예직을 만들어 연구원들이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 이융조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한국구석기학회장)

장흥 신북유적은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 이후 가장 큰 후기구석기유적의 하나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와 같이 슴베찌르개와 좀돌날몸돌이 함께 출토되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유적이 많이 나왔다. 좀돌날몸돌은 새로운 형태이며 넓은 지역에서 나온 이들 출토유적은 후기구석기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앞으로 유적의 성격을 상세하게 밝히기 위해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야 하며 이 유적을 한일 구석기 문화상을 밝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수양개에 박물관을 짓고 있는 것처럼 이 곳에도 전시관을 세워야 한다.

▶ 임효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장흥 신북유적은 2만5천년 전의 후기구석기 유적으로 호남 남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일본에서 3만년 전의 후기구석기 유적이 몇 군데 발굴된 예가 있어 앞으로 한일 후기구석기 문화상의 차이와 공통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후기 구석기 유적으로 마제석기가 출토된 중요한 가치가 있는만큼 사적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도로 공사로 이미 파괴된 곳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앞으로 발굴하는 곳을 포함하여 신북리 일대를 사적으로 지정하고 전시관을 지어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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