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2007/08/03/윤덕한·김장경 기자


법정계량단위가 바뀐 지 한달이 지났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상거래 활동 및 생활 전반에 걸쳐 혼란과 불편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농기계분야는 법정계량단위가 전혀 정착되지 못하는 제도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1일부터 ‘평·돈·근’ 등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개정 계량법 시행과 동시에 지자체와 함께 비법정 단위의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법정단위의 강제적 사용이 혼란만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마을지도자 이윤선씨(경기 화성군 마도면 금당1리)는 “60대 이상이 많은 농촌에서는 논 ○평, 고추 ○근, 참깨 ○되 식으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면서 “수십년 동안 써온 ‘평’ ‘근’ 단위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제곱미터(㎡)나 킬로그램(㎏) 사용을 권장해도 먹혀들지 않을뿐더러 알아듣지 못하고 오히려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한 광역지자체의 관계자는 “새로운 계량단위 홍보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서 “오랜 기간 써왔던 계량단위를 바꿔 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의 성인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법정 계량단위 전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54.3%로 과반수였지만 불편하다는 답변도 55.7%에 달했다. 더욱이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단속대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조차 법정 계량단위 정책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경우는 61%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농기계부분이다. 법정계량단위에 따르면 트랙터 등 농기계의 출력은 마력(㎰)에서 ㎾로, 온풍기 등의 열량은 ㎉에서 킬로줄(kJ)로, 힘의 단위는 킬로그램포스(kgf)에서 뉴턴(N), 배기량은 ㏄에서 L, 압력은 ㎏f/㎠ 또는 밀리미터에이치지(㎜Hg)에서 킬로파스칼(kPa)로 바꿔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농기계 거래의 기준이 되는 정부의 융자지원 기준이 종전의 비법정 단위를 그대로 쓰고 있어 농기계 업계와 농민들은 비법정 단위를 계속 사용하는 등 법정 계량단위 도입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형래 전남 화순 동복농협 조합장은 “고령 농업인들이 평생 써온 단위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무리”라면서 “당국은 농업부문에는 상당 기간 동안 법정 및 비법정 단위를 병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꾸준한 계도와 홍보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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