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키조개가 제철을 맞았으나 가격 폭락으로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엔화가치 하락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키조개가 국내에 풀리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키조개 주산지인 안양면 수문리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에 3만원이던 키조개 산지가격이 올해는 2만 5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장흥 지역 키조개의 대일 수출은 지난 2002년 1900t에 이르렀으나 지난 해에는 800여t으로 줄었다. 올해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서해안산 키조개의 대량 유통도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안산의 소비자 가격은 장흥산(1미당 1500원)의 절반 수준인 1미당 700∼800원이다. 이에 따라 키조개 채취를 못하고 있는 어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또 더 큰 문제는, 서울시 등 전국 대도시는 물론 장흥 시장에서마저 '수문산(득량만 산) 키조개'라는 풀래카드를 내걸고 서해안산 키조개를 수문산으로 속여1미당 700∼8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인해 가격이 절반 이상이나 비싼 수문산은 시장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더구나 이같은 사정에서 수문이 어민들은 서해안산 가격만큼 가격하락의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문에서 가장 많은 키조개를 양식하고 있는 흥일수산의 장영복씨는 "지금의 수문 키조개는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하고 “최근 가격 폭락으로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서 일부 어가에서는 키조개 채취를 못하고 있으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일부 어민들도 현재의 가격(1미당 1500원)을 무시, 서해안산 가격으로 팔아 이자라도 갚아야겠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복씨는그러나 "가격이 한 번 무너지면 제 가격 회복하기가 매우 힘들다"면서 "나 역시도 일본수출 중간상인들로부터 가격파괴에 대한 강한 유혹을 받고 있지만, 가격을 여지껏 고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100만미를 가지고 있는 장씨의 경우, 1미당 100원만 싸게 팔아도 1억원이 거저 생기게 되지만, 한 번 가격이 떨어지면 제 가격을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제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러한 키조개 산업의 일대위기를 맞아 ▲저가의 서해안산에 비해 품질이 월등한 득량만 키조개 홍보에 주력하고 ▲현재 추진 중인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더욱 서둘러야 하며 ▲또 현재 4∼5단계인 키조개 유통구조를 개선,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대도시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고정적인 판로를 확보해야 하며 ▲키조개 가공산업을 적극 추진하거나 유치, 일정량의 산지 키조개를 소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키조개 가공사업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장흥군이 추진, 사업자를 공모해왔으나 총사업비 10억원 중 자부담이 5억원이어서 이만한 자금을 부담해가며 키조개가공시업을 시도해보려는 업자가 나타나지 많아 현재는 무산돼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흥군이 위기를 맞고 있는 장흥 키조개 산업의 위기 타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키조개 가공산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또한 지금까지의 지원금(5억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득량만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키조개는 각종 미네랄과 영양이 풍부한 수심 5∼6m의 갯벌에서 자라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장흥지역에서는 110여 어가가 연간 3천여t의 키조개를 채취해 90억원대의 소득을 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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