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중심으로, 장흥문학상의 길을 다시 묻는다”
3회 시상식을 맞이하며
장흥문학상이 어느덧 3회를 맞았다. 장흥 관산 출신 이승우 소설가의 연작소설집 『목소리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장흥이 지닌 문학적 저력을 다시 일깨우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장흥문학상은 ‘걸음마’를 마치고 본격적인 성장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문학의 고장이면서도 여전히 변방에 머무는 장흥의 현실, 그리고 ‘노벨문학도시’로 향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장흥의 문학사는 깊고 유서 깊다. 기봉 백광홍의 『관서별곡』에서 이청준ㆍ송기숙ㆍ한승원ㆍ이승우로 이어지는 문학의 계보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이러한 전통문학ㆍ근대문학ㆍ현대문학의 흐름을 장흥문학상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엮어내는 것이 과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학상의 전국적 인지도가 낮고, 시상식도 지역민과 청년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발전하지 못했다.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정신을 계승하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고, 심사과정의 투명성 홍보도 미흡하다. 또한 수상작 읽기, 문학관ㆍ학교 연계 프로그램 등 ‘지속적 문학활동’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문학상은 ‘행사’가 아니라 지역이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여야 한다.
그럼에도 장흥문학상은 뚜렷한 비교우위를 지닌다. 한 지역에 500년 문학의 줄기가 이어져 내려오고, 기행가사에서 현대문학, 나아가 노벨문학상까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토양을 지녔다.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노벨문학도시 장흥”이라는 비전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이제 장흥문학상은 문학사 속에서 자신을 재정의해야 한다. 백광홍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하나의 축으로 세우고, 수상작 읽기와 청소년 문학캠프, 지역 독서주간 등 독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확립해야 한다. 동시에 시상식의 격을 높이고, 브랜드 전략과 국제교류, 번역지원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야 한다.
장흥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기봉의 『관서별곡』으로 시작된 장흥문학은 이청준ㆍ송기숙ㆍ한승원ㆍ이승우를 거쳐 한강의 노벨문학상으로 세계 문학의 무대에 올랐다. 이 흐름을 다시 장흥으로 되돌려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장흥문학상의 사명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할 때, 장흥은 대한민국 문학의 중심이자 진정한 노벨문학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