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大工程 ․ 大役事- 대륙의 지도를 바꾼다

愚公移山정신, 만만디

-대국인의 자존 같은 것

중국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는다. 지구촌 곳곳에, 그 유명하다는 자연적인 명소의 대부분도 천연적인 풍광에 인공을 가미하기 마련이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그런 경향이 강하다. 가는 곳마다 뜯어 고치고 새로 만드는 그들 특유의 손길이 잘 드러난다. 돌 쌓아 산을 만들기도 하고 물을 끌여들여 거대 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이른바, 그들의 ‘가산가수(假山假水)의 공정’의 역사는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정이 단순하지가 않다. 그 규모가 세계적인 거대한 공정들이다. 광대한 땅, 수려한 풍광도 부족해 인공적으로 만드는 역사들이 가히 대규모적이며 세계적이다. 자금성, 만리장성이 그렇고, 북경에서 항주까지의 대운하나 이화원도 그렇다. 그로부터 수십 세기를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그들의 그 ‘세계 최대의 공정’ ‘세계적 조형'에 대한 자존은 여전하다. 장강 삼협의 댐, ’상해 양산항 프로젝트', 그리고 장강의 물을 황하 유역으로 끌어올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 등이 좋은 예이다.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역사들

최근에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긴 ‘천하 제1용(龍)’을 만들고 있다는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그들의 그 문화적인 저력, 거대 공정의 정신이 잘 드러난다.

▶'천하 제1용(龍)’의 프로젝트

허난성 신정新鄭 시는 지금 중국인이 조상 중 한 명으로 여기는 황제 헌원軒轅의 전설이 깃든 시조始祖 산 황제릉 부근 능선에 콘크리트로 세계에서 가장 긴 ‘천하 제1용(龍)’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거대한 사업은 이미 지난 2005년 5월부터 시작했다는데 중화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는 2009년 10월 1일 완공할 예정이란다. 이 용의 길이가 자그만치 21km, 머리 높이 29.9m, 몸통 높이 12m, 너비 9m에 이른다고 하니 감히 상상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데 최신보도에 의하면, 신정시 당국은 이 화화 제1조룡祖龍 건축공사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환경훼손 논란이 일었고,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중국 환경당국이 환경평가에 나섰고, 결국 건축허가를 내줬던 신정시 정부도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정부가 이미 수십억 원이 투입된 이 공사를 끝까지 중지시키고 원상복구 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중국 정부가 시작한 상해의 ‘양산항 프로젝트' 만 해도 그렇다. 2010년에 세계 1위 항구인 양산항을 만들어 세계 물류지도를 바꾸겠다는 ’거대 중국‘의 야심찬 포부가 담긴 이 양산항 프로젝트는 포동浦東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섬인, 대양산과 소양산에 새로 조성하는 거대한 인공 심수항만인 양산항과 그 배후도시로서 포동항의 신도시, 신도시와 양산항을 연결하는 동해 東海대교 건설 등 3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양산항은 50개 선석에 2500만톤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 된다. 또 포동항 해양신도시는 9000만평에 이르는 서울의 절반크기의 신도시로 개발되고 이 신도시와 양산항 사이의 32km 바다를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의 동해 대교가 건설된다.

중국정부는 이미 지난 2005년 12월에 양산항에 1단계 5개 선석을 구축해 개장했으며(부두 길이만 20km), 바다 위를 가르는 동해대교도 개통했다. 중국인들도 이 양산항 프로젝트를 '바다의 만리장성'이라고 부를 정도다

또 최근에는, 역시 세계적 규모로 ‘과시형 국책사업’이나 다름없는 장강長江의 물을 황하 유역으로 끌어올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이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동항 신도시와 양산항 사이 바다 32km를 가로지르는 동해대교

지난 2002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내년 북경 올림픽 개막 직전에 장강의 물을 북경의 상수원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정부의 의지로 읽혀진다. 이 공정에는 최소 3000억위안(약36조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고 이 공정을 통해 장강에서 매년 황화로 공급될 수량만 2000억톤이나 되는 방대한 사업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공정이 남북으로 흐르는 장강 지류들을 동서로 관통하며 물길을 뒤집는 이른바 ‘역천운하朔天運河’의 구상이라는 점이다.

또 있다. 지난 2006년 4월, 착공 12년만에 세계 최대의 위용을 드러냈던, ‘만리장성 이후 중국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어졌던 삼협三峽 댐에서도 우리는 중국의 예의 그 가공할만한 저력을 절감하게 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였던 이 삼협 댐 높이는 해발 185m, 길이 2.3 ㎞, 저수량은 393억톤(소양호 29억톤의 15배, 일본 전체 댐의 담수량과 동일)이다. 또 이 댐이 완공되면, 댐 중상류에 서울보다 넓은 632㎢의 인공호수도 생겨난다. 하나의 발전기가 70만㎾로 북한 압록강 수풍발전소 전체와 맞먹는데, 그런 발전기가 26개나 된다. 또 1800만㎾ 설비용량은 우리나라 총 전력 생산의 30%에 이른다. 담수작업 등 전 공정이 모두 완료되는 2009년까지 이 댐 공사에 투입되는 돈도 무려 30조원 이상이라고 하니, 가히 세계최대의 댐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 최대규모의 삼협댐

■우이공산의 정신

이처럼 자연마저 개조해 인공적인 대규모의 문화상품으로 만들고, 인간에게 필요한 호수나 산을 만들려는 이른바 '가산가수(假山假水)' 정신의 근원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우화로, 본래는 어떤 큰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때때로 본래의 내용과는 달리 안 되는 일을 끝까지 하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비아냥거릴 때도 상용되기도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우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태행산太行山과 왕옥산王玉山 사이의 좁은 땅에 우공愚公이라는 90세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방 700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두 큰 산이 집 앞뒤를 가로막고 있어 왕래에 장애가 되었다. 그래서 우공은 어느 날, 가족을 모아 놓고 이렇게 물었다.

"나는 너희들이 저 두 산을 깎아 없애고, 예주豫州와 한수漢水 남쪽까지 곧장 길을 내고 싶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모두 찬성했으나 그의 아내만은 무리라며 반대했다.

"아니, 늙은 당신의 힘으로 어떻게 저 큰 산을 깎아 없앤단 말예요? 또 파낸 흙은 어디다 버리고?"

"발해渤海에 갖다 버릴 거요."

이튿날 아침부터 우공은 세 아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로 발해까지 갖다 버리기 시작했다. 한 번 갔다 돌아오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어느 날 지수知未라는 사람이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노인이 정말 망녕들었다‘며 비웃자 우공은 태연히 말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은 또 손자를 낳고 손자는 또 아들을…‥. 이렇게 자자손손 계속하면 언젠가는 저 두 산이 평평해질 날이 오겠지."(北山愚公長息曰:"汝心之固,固不可徹,曾不若孀妻弱子. 雖我之死,有子存焉;子又生孫,孫又生子;子又有子,子又有孫;子子孫孫,無窮也,而山不加增,何苦而不平?")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것은 두 산을 지키는 사신蛇神이었다. 산이 없어지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사신은 옥황 상제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우공의 끈기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역신力神 과 아과의 두 아들에게 명하여 각각 두 산을 업어 태행산은 삭동朔東 땅에, 왕옥산은 옹남雍南 땅에 옮겨 놓게 했다. 그래서 두 산이 있었던 기주冀州와 한수漢水 남쪽에는 현재 작은 언덕조차 없다고 한다.

■우이공산과 만만디

‘우공이산’의 고사는 특히 중국의 모택동이 즐겨 사용하면서 중국의 공산혁명의 완수 과정에 초석처럼 사용되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말은 또 지난 2003년 6월 2일, 노무현대통령이 '참여정부 출범 10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과 관련해 "거창한 약속이나 구호보다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달성해 가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에 임할 것"이라는 말에서 인용, 우리나라에서도 꾀 유명한 고사가 되기도 했다,

아마 1500여년 동안 왕조를 잇고 대를 이르며 계속 쌓은 만리장성은 우공이산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경에서 항주에 이르는 장장 2천여 km의 거대한 물길을 터 수대隨代에 완성했던 대운하 역시 우이공산에서 비롯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북경-항주간 대운하

중국의 수양제는 서기 605년 낙양을 중심으로 황허黃河의 북경과 양자강(장강)의 항주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 지시를 내려 중국을 남북으로 잇는 대동맥을 만든다. 당시 길이가 1782㎞였다. 이로써 실핏줄처럼 얽혀 있던 각 강의 지류들이 서로 연결, 중국이라는 거대한 몸체를 관류하는 대동맥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물론 이 대운하를 수 양제가 모두 건설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그 이전부터 내륙의 주요 교통수단을 운하에 의지해 왔다. 이미 존재하는 작은 운하들의 물길을 잇고 정비해 대운하를 완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 완성을 본 운하도 남송 시절 황화 이북을 점령한 금나라 때문에 남북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원·명·청 등이 운하를 정비하면서 노선이 조금씩 바뀌어 1515㎞의 지금 모양이 됐다. 수나라는 얼마 못 가 무너졌지만 대운하는 중국 발전의 기틀이 된 것이다. 현재 이 운하는 중국 행정구역상 6개 성과 2 개시를 통과하고 있다. 또한 동서 방향으로 5대 수계(水系)와 연결돼 있다. 지금은 절반 가량이 끊겨 제구실을 못하는 대운하를 최근 중국 정부가 2010년까지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역시 우이공산의 정신은 수세기를 지난 이후에도 다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 말에 '만만디慢慢地'라는 말이 있다. 물론 '천천히'라는,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이다. 대체로 우리는 이 말을 행동이 굼뜨는 중국인들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는 말로 이해하지만, 달리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대국인의 여유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들은 건물을 지어도 십 수년을 지어 제대로 짓고, 외교협상을 해도 몇 년씩 끌면서 유리함을 얻으며 무슨 공정을 일으켜도 몇십 년이나 또는 대를 이어 추진하는데, 이는 곧 우이공산의 정신과 일맥 상통한 정신인 것이다. 그러므로 만만디는 단순히 '무조건 느린 것'이 아니며, 다만 어떤 결단을 내리거나 무슨 일을 추진함에 있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는 여유 있는 그들 나름의 자존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역사의 그림자는 없는가

◀30여년간의 설계, 13년의 공사, 댐 길이 2,3km. 높이 185m 공사비 약22조원(충주댐 37배).
총 발전 용량1,820만kw(70만kw 발전기 26기 설치)이러한 대공정,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인해 생태계 파괴나 문화재 훼손 우려는 없는가. 아니다.

남수북조 공정은 고대 문화재와 유적지 700여곳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그 기나긴 물줄기로 인해 파생되는 환경 파괴도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남부 장강의 물을 건조한 북부 지방으로 수송하는 남수북조 사업으로 하북성 북부 만리장성과 남북조 시대의 고분, 무당武當산의 중세 건축물 등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특히 북경으로 이어지는 중부 운하는 춘추전국 시대의 수많은 유적지를 파손하게 되고 산둥성으로 이어지는 동부운하는 수나라 시대 대운하 및 다리가 수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50여년간의 탐사 끝에 설계헤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삼협댑은 많은 환경파괴와 문화재 수몰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남겨놓고 있다.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인 삼협댐 공정 과정에서도 장비의 묘張飛廟, 백제성白帝城 등 삼국지의 유명 유적지들이 수몰되는 비운을 겪고 있으며, 하류의 유량이 줄어든 데다 주변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하천 오염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개발로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문화재 유실 등 부작용은 대공정에 뒤따르는 필히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의 질서'까지 지배하려는 데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들일 것이다.

이처럼 일각에서 중국의 대공정에 공정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이런저런 부정적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는 중국이다. 또 환경파괴니 하는 따위의 소리는 그들에겐 자장가처럼 들릴 것이다. 이것이 중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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