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들


얼마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의 병수발을 해 온 70대 노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 아내를 질식사 시킨 뒤 자신도 목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일 장흥읍 예양리 한모(75)씨의 한옥집 안방에서 한 씨와 부인 위(74)씨가 숨져 있는 것을 손자(17)가 발견, 경찰에 신고 한 것. 위씨 머리 근처에는 남편인 한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미안하다'는 글귀가 적힌 편지 봉투가 놓여져 있었으며 봉투 안에서 다른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경찰조사 결과 한씨는 아내인 위씨가 4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처지가 됐으나 아들 부부가 이혼하는 바람에 혼자서 아내의 병수발을 도맡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한씨 자신도 동맥경화,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을 앓아 왔으며 최근에는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식사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은 자기 자신이 병원에 입원하기로 예약되어 있는 날이었다.
경찰은 며칠 전에도 아내의 코와 입을 막았다가 그만 뒀다는 이야기를 한씨가 아들에게 했다는 한씨아들의 진술 등으로 미뤄, 한씨가 자신과 아내의 처지를 비관 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한, 작년 11월, 몇 년 전부터 서울의 자식 집에서 생활하던 김모(78세, 장흥읍)씨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을 항상 어려워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불편을 덜어주고 죽어야겠다는 일상의 푸념을 늘상 토로하다가 집안의 시제(時祭)가 있던 날, 나도 그리운 고향에도 가보고 정든 집이 보고 싶다며 시제제사를 모시러 내려온 아들과 함께 시골집에 왔다가 극약을 먹고 이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시골에 살때도 동네 주윗분들에게 자식들 귀찮게 안하고 어떡하면 편하게 죽을수 있을가 라고 항상 반문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그 노인은 몇 년만에 아무도 살지않는 고향집을 찿았지만 그날을 곧 자기 당신의 이세상을 하직하는 날로 맞이했던 것이다.

■노인들의 위기- 노년의 풍요로운 삶의 지혜로 치유를

차분하게 남은 여생을 반추하면서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할 나이에,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그렇게 혹독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야만 했을까. 그러나 그들의 절박했던 사정은 이 땅에 사는 많은 노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사회적인 아픔이요 처절한 현실이기도 하다.


노인이 남긴 “미안하다”라는 말을 이 땅의 자식들에게, 또 당신의 아들 딸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였을 이 글은 우리 노인들의 어려운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향해 가는 노인층은 여러 가지 위기에 부닥친다. 육체적으로 노쇠가 급격히 진행되고 경제적으로는 약자로 몰리고 있다. 정서적으로는 상실과 위축이 현저해지고 영적으로는 평강과 안식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생의 마지막으로 남겨야 될 일들과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할 일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마지막 위기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 치유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숙제가 되고 있다. 위기와 상실, 마지막 발달단계의 과업과 위기를 노년의 지혜로 슬기롭게 치유해야 한다.


경제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집착성과, 약자와 노인들의 삶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성장과 분배라는 좁은 틈바구니를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요란스럽기만 한 이 현실은, 설령 노인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제도화한다고 해도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노인들이 안락한 말년을 보내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고 어른을 공경하는 교육적 풍토 조성과,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몇십 년 후에는 나도 노인이 된다는 자각을 가지는 현실적 접근을 가슴속 깊이 헤아리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모든 부모 또한, 자식들의 행동은 곧 부모의 반면교사 라는 엄중한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부모에 대한 무관심, 대화부재 ,일부 청소년의 노인 기피증, 이웃간의 이기심과 배타심, 실로 다 열거할 수 없는 사회적인 병폐가 노인들의죽음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되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지난해에 비해 23만 명이 늘어난 432만4522명으로 8.8%에서 9.3%로 늘어 났다. 이에 비해 전남은 17.7%로 나타나고 있으며, 도내 기초자치단체별로 보면 22개 시·군 가운데 18개 시·군이 고령사회(65세이상 노인인구 14%이상)이고 이중 16개 시·군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20%이상) 지역으로 조사됐다.


장흥지역의 노령인구는 2007년 2월말 현재 11.298 명(장흥군민 44.143명 대비,25.6%)으로 초고령화 사회인구가 생존하는 자치단체로 분류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8년엔 14.3%, 2026년에는 20.8%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수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 또한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동시에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떠안아야 할 부양비 부담이 급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는 국가적으로 의료 지원을 비롯한 적극적인 노인 복지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노인들의 제1의 희망사항은 "편안하게 빨리 죽고 싶다"로 나타나고 있다. 농담이나 가식이 아니라 진심 어린 답변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노인들의 삶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노인들이 `빨리 죽고 싶을` 정도가 돼서는 분명 바람직한 사회는 못된다. 정책적 배려와 함께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과 사회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겠다.


우리 장흥지역 또한 초 고령화 사회라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대책도 강구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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