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원조 싸움이 아니다.

생산량서 장흥이 ‘낙지 제1 주산지’일뿐이다

며칠 전 모 TV 방송에 낙지, 대게, 녹차 등 지역 특산물의 원조논쟁이 뜨겁게 일어나 인근 지역간에 지역 이름을 내건 주산지 논쟁으로 지역감정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 방송보도 내용은, 대게의 경우,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지만, 녹차와 낙지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웰빙 열풍으로 인해 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보성 녹차의 경우, 이미 녹차 상품화와 함께 녹차 밭 걷기 등 갖가지 이벤트로 인해 관광 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려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뒤늦게 강진군이 나서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다도를 즐기는 등 사실상 강진이 녹차의 원조'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야생 녹차'의 상품화와 관광개발에 나섰다는데, 이같은 일은 다른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정책적인 사업'이라 할만하고 보성과 강진의 녹차 상품화 포인트가 달라, 굳이 원조싸움으로까지 치부해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강진군이 굳이 녹차사업을 시작하면서 '녹차의 원조'라고 강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남에서 초의선사를 내세우며 ‘녹차의 원조’라고 주장하면 어찌되는가. 물론 다산이 초의선사의 선배로 <동다기(東茶記)>를 쓰기까지 하면서 다도를 즐긴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하고 <동다송(東茶頌)>까지 지으며 우리 토산차를 예찬해 '다성(茶聖)'으로까지 불린 초의선사와 차에 관한 부분을 비교한다면, 글쎄 강진만이 역사적으로 ‘녹차의 원조’니 하고 강변할 수 있을까 싶다.

녹차와 관련, 한 마디 더 하자면, 장흥군도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전통적으로 전승돼 왔던 '청태전'의 개발과 상품화에 뛰어들 태세로 청태전 상품화에 대한 용역을 실시 중인데, 그렇다면 장흥군의 경우도 이 원조싸움에 가세한다고 할 것인가.

그러므로 녹차의 경우, 한편으로 대게처럼 원조싸움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정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보성은 일반 녹차를 만들면 되는 것이고, 강진은 야생녹차를 상품화하면 되고, 장흥군은 장흥군대로 중국의 보이차 같은 발효차로서‘청태전’을 상품화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낙지의 '원조 싸움'이라는 것인데, 이 경우는 분명히 말해 원조싸움이 아니다. 왜냐하면, 장흥군은 굳이 낙지에 대해 ‘장흥이 원조다’라고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안이 그동안 ‘낙지의 원조’로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예전에 전국 낙지 생산량이 가장 많았을 때의 일이었다. 해서 무안군은 무안낙지의 명성을 등에 업고 무안 관내에서뿐만 아니고, 광주 전남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상도 경기도 등 전국 어디서나 낙지원조로 간판을 단 곳은 죄다 `무안낙지'일 정도로 유명세를 타 왔다. 오죽하면, 장흥산이나 목포산, 또는 신안산 낙지도 무안낙지로 둔갑되어 팔려나갈 정도였을까.

그러나 대량으로 생산되던 그 무안낙지의 명성이 이제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다. 지난 1994년 7,450톤을 정점으로 점점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 지난 98년에는 4,469톤까지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6,7백여톤 생산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장흥군은, 이처럼 낙지 종가였던 무안낙지가 주요 생산지로서 그 이름을 잃어가고 있는 사이, 낙지의 새로운 주산지로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장흥군의 경우, 지난해 무안의 3배 가량인 1,600여톤의 어획고를 기록했다. 이 생산량은 전국 낙지 생산량의 22%, 무려 전남 총 생산량의 40%를 점유할 정도다.

이제, 장흥의 낙지가 엄연히 새로운 낙지의 주산지로 무안낙지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원산지로서가 아닌, 제1 주산지로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새로운 낙지 고장이 된 것이다. 장흥군은 이러한 실정에서 낙지의 주산지로서 당연히 있어야 될, 낙지점문점 육성 등 낙지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이를 두고 원조싸움으로 치부해버리면 안 된다).

그런데 이에 자극을 받은 무안에서는 특허청에 '무안낙지' 상표 등록을 추진하고, 낙지거리 조성을 추진하는 등 낙지 본고장으로서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가려 야단이라고 한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이러한 무안군의 낙지에 대한 애정이고 낙지 상품화에 대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장흥 낙지의 상품화는 이제 막 시작이다. 그러므로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굳이 무안 낙지와 승부를 겨뤄 이겨야한다는 식의 주문은 절대 아니다. 다만. 최소한 장흥을 찾아오는 미식가들에게, 장흥 낙지의 명성을 듣고 낙지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무안낙지에 버금가는 낙지 전문점 수준 정도는 선봬야, 낙지 제1주산지로서 자존심이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므로 차제에, 첫 출발은 단순히 한두 개 정도의 낙지 전문점 육성책으로 시작했더라도, 이제부터라도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으로 낙지전문점 육성책을 비롯 장흥낙지에 대한 홍보전략, 낙지및 해산물의 음식개발, 판매 유통망 강화 등, 일대 장흥낙지 프로젝트를 세워, 보다 적극적으로 장흥낙지의 상품화를 추진해 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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