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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아, 삼비산(5)- 중계석축제경쟁 속에 잃어버린 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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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2.19  23: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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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으로 둔갑한 '삼비산'


전남 장흥군 안양면과 보성군 회천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664.2m의 산이 있다. 장흥군 안양면에서는 이 산의 이름을 '삼비산'이라고 하며, 보성군 회천면 삼비산 아래 마을에서는 이산의 이름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고 단지 '뫼봉'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회천면 사람들은 '삼비산'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에서 바라본 삼비산과 일림산. 왼쪽 제일 높은 봉우리가 삼비산, 오른쪽 봉우리가 일림산이다. 두 봉우리 간격은 1.5km이며 삼비산 정상이 장흥군과 보성군의 갈림길이다.

삼비산은 장흥군 안양면 신촌리 마을과 수락리, 학송리, 장수마을 등에서 예전부터 불려오던 고유 지명이었다. 『안양면지』 등 장흥군 공식 간행물에서는 삼비산을 “사자산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골치산(장수리 뒷산) 줄기에 연결되어 있는 산으로 높이 664.2m이며, 장흥관내 산 중에서 사자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름과 관련해서 '삼비산'은 △상제의 황비 셋이 모여 놀았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三妃山' △하늘의 왕비가 내려왔다고 해서 '天妃山' △일년 내내 마르지 않은 샘물(정상부 폭포)에서 황비가 놀았다고 해서 '샘비산' 또는 '泉妃山' △수많은 날을 신비한 안개로 뒤 덮힌다고 해서 '泫霧山' 등으로 그 기원이 다양하다.

그런데 2001년부터 '일림산 철쭉제'를 개최해 오고 있는 보성군이 '삼비산'을 보성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장흥군 측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2001년 9월 보성군에서는 삼비산 정상에 일림산이라는 표지석을 세우고 철쭉제를 지내기 위해 거대한 화강암을 설치했다. 그리고 매년 5월4일경에 이곳에서 철쭉제를 지낸다고 홍보를 한다. 한편 삼비산은 장흥산악회 이영돈씨의 소개로 2002년 3월 월간 『산과 사람』에 실리고서부터 대외적인 관심을 끌었다.

삼비산이 일림산으로 표기되다

나는 삼비산을 어릴적부터 보면서 자라왔다. 위에 열거한 『안양면지』 등에 소개된 내용처럼 우기 때면 안개와 삼비산 자락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어른들로부터 삼비산 전설을 들으며 성장했다. 어릴적 골치재를 넘어 삼비산까지 올라 땔나무를 했던 시절엔 우거진 갈대와 산죽으로 가득했던 산이 이제 보성군의 노력으로 철쭉만이 산 정상 자락에 가득하다.

▲삼비산 정상에 세워진 일림산 화강암 표지석.

국립지리원에서 제작된 1/5만 지도에 따르면, 삼비산은 높이 664.2m 로 적혀 있는 이름이 없는 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 '이름 없는 산' 건너편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1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일림산 626.8m' 이라고 기록되어있다. 1/5만 지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내에서 제작된 등산지도도 일림산의 높이를 626.8m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지리원에서 제작된 1/2만5000 지도에서는 '이름없는 산' 즉 '삼비산'을 일림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일림산 664.2m라는, 위치는 삼비산, 높이는 일림산을 따온 기이한 기록이 등장하는 것이다.

국립지리원의 각기 다른 표기로
산 하나가 없어졌다

장흥군 안양면 사람들이 그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삼비산은 어디로 갔을까? 안양에서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안양에서 보냈던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여러 정황의 증거들을 찾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국립지리원 발간의 지도와 장흥군 그리고 안양면과 보성군에 전화를 하고 2003년 4월22일 일림산 철쭉제를 2주일 앞두고 삼비산을 보성군 웅치면 용추골 계곡을 따라 올라섰다.

보성군에서는 엄청난 공을 들여 임도를 내고 깔끔하게 등산로를 잘 정비하여 철쭉을 보러 찾아올 손님들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삼비산 정상으로 오른 등산로에서 보성군 산림조합에서 동원했다는 인부들이 등산로 주변에 나무말뚝을 깎아 말뚝을 박고 등산객을 위해 밧줄을 매달고 있었다.

또 산 정상에는 2001년 9월에 보성군 다향 산악회의 이름으로 세워진 제단과 ‘일림산 정상 646.2m’라는 표지석이 서 있었고, 산림 조합에서 동원되었다는 인부들이 표지석이 쓰러지지 않도록 시멘트로 밑동을 바르고 제단를 시멘트로 포장하고 있었다. 제단 아래에는 화강암 돌기둥 네 개를 세워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었다.

▲보성군이 정비중인 등산로 .

산 정상에 서니 장흥군 안양면 일대와 보성군 득량만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조금 낮은 정상이 보였고 보성 사람들은 그곳을 '작은 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 지도를 보고 안양 사람들과 보성군 회천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내가 선 이곳이 삼비산이고, '작은 봉'이라고 불리는 그곳이 일림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건너편 '작은 봉'에 올라서니 삼비산이라고 추정되는 곳을 일림산으로 안내하는 표지판만 세워져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산 정상의 지도에는 삼비산의 이름은 어느 곳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단지 장흥의 사자산과 제암산 등이 표기되어 있을 뿐 삼비산의 표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산 정상에서 일림산으로 인식되는 산자락까지의 거대한 철쭉 군락지를 보면서 그동안 보성군이 철쭉제를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억지로 만들어 낸 철쭉단지가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5월 달 이곳에 철쭉이 만개하면 산을 찾은 사람들은 환호를 할 것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산 정상을 오르면서 느끼는 아련함과 산 정상의 거대한 화강암 돌덩이를 보면서 사람들의 부질없는 욕심이 만들어낸 억지 아름다움에 문제를 제기할 자 몇이나 있을까?

철쭉 단지를 만들기 위해 산죽과 철쭉이 아닌 다른 식물들은 또 얼마나 많이 잘려 나갔을까. 식물의 다양성조차도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 허락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지나친 간섭이 없이 자연 스스로 지켜낸 아름다움이 아닐런지.


▲삼비산 정상에 설치하고 있는 '일림산 철쭉제단'. 뒤쪽에 '일림산' 화강암 표지석이 보인다. 이 커다란 화강암과 일제의 '쇠말뚝'이 다름 점은 무엇일까.

지난날 우리는 일제 36년간 우리들의 정기를 끊겠다고 산 정상마다 일제에 의해 쇠말뚝이 박혀지는 고통까지도 감내해야 했다. 해방이 되고 뜻 있는 산악인들과 역사학자들에 의해 산 정상에 박힌 쇠말뚝을 뽑아낸다고 얼마나 무진 애를 썼던가. 그러나 근래 들어 지역마다 꽃축제 덕분에 산 정상마다 쇠말뚝보다 더한 거대한 표지석과 꽃 축제를 열겠다고 화강암 돌덩이를 옮겨놓은 자치단체들의 이름 알리기의 지나친 과잉 경쟁을 보면서 우리의 죽어가는 산하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억지로 만들어 낸 아름다움에 취해 누구 하나 말 한마디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모든 노력들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일림산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돈을 내야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다향 산악회 이름으로 주차 요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 수익의 일부는 일림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쓴다고 한다.


▲등산로를 내기 위해 작업중인 사람들.

주차 요금을 받고 산 정상을 철쭉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임도를 내고 사람들을 무한대로 끌어 들이는 것이 산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일림산 철쭉제를 삼비산 철쭉제라 하면 어떨까

일년에 단 한번의 철쭉제를 위해 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름마저도 바꿔야 하는 보성군을 보면서 어쩐지 마음이 개운치 않다. 차라리 산의 고유 지명인 삼비산 철쭉제라면 어떨까?

굳이 일림산이라는 지명표기를 삼비산 정상에 할 것이 아니라 삼비산 정상에는 오랫동안 불러왔던 삼비산 이름을 돌려주고 일림산 정상에 삼비산으로 가는 길을 표기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일림산의 표기를 한다면 어떨지.

반드시 높은 산만 산은 아니다. 작은 산이라도 각기 고유의 이름이 있다면 우리는 그 이름들을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녹차탕을 보성군 회천면 율포에 건립하고 한창 수익을 올리면서 보성의 녹차를 전국 아니 세계에 알리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을 보성군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지나치게 보성의 산하를 희생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앞선다.


▲일림산 쪽에서 바라본 삼비산 정상.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 것만이 아니라 후세에도 남아야 할 땅이다. 자치 단체마다 지나치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성에 찾아오고 보성에 머무른다고 하여 보성군 전체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인가.

작은 산이라도 고유의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을 찾아줘야

오늘 회천에서 만난 주민은 말했다. 해수탕으로 녹차로 보성군이 전국에 많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끝없이 찾아 오지만 회천면이 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관광객 유치인가. 보성군은 서편제와 녹차, 녹차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조금이라도 보성군을 음해하거나 삼비산(일림산?)이 장흥산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단지 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지명을 찾아 주고 싶어서이다. 일림산이 삼비산으로 옮겨오면 본래의 일림산 지명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또한 안양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삼비산의 이름조차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삼비산에서 바라본 장흥군 안양면 '신촌'과 '사촌' 마을.

하루라도 빨리 삼비산 정상의 '일림산' 표지판과 제단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될 때 그 거대한 화강암 돌덩이는 제자리로 보내고 작고 아담한 표지석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단 보성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자치단체의 축제라는 이름의 경쟁 속에서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자연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아지면서 농촌이 가지고 있는 농촌 고유의 문화마저도 붕괴되고 행사철마다 도로는 교통 체증으로 정작 손님을 초대한 지역의 주민들은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를 묻고 싶다. 산의 이름이 없어지고, 축제의 주인을 무시하는 그런 축제들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사진=마동욱<마을사진가> madw@lycos.co.kr

<전라도 닷컴/200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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