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파인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전남 장흥·영암)은 "당내의 좌우 양극단 세력을 배제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22일 오후 임종인 의원이 탈당한 가운데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중앙위원회가 소집되는) 다음주에 탈당 정국이 요동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좌우 양극단 배제론'은 결국 김근태 의장 진영에서마저 당이 '개혁파'와 '중도보수파' 그리고 '잔류파'로 쪼개질 것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유 의원은 친김근태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창구역'이자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위원장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김근태 의장의 의중과 전남지역 의원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탈당정국 요동칠 것"

유 의원은 인터뷰에서 "통합신당이 합리적인 진보개혁세력과 미래지향적인 보수안정세력이 균형을 갖춘 정당으로 탄생하도록 하기 위해서 제가 민평련 그룹 차원의 동의없이 먼저 창구역할로 나선 것"이라면서도 "민주화세력을 묶고 광범위하게 참여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그것이 늦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통합신당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이념지표가 중도 쪽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고 우리당도 그런 흐름을 받아들여 중도개혁의 이념지표를 갖고 창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따라서 좌우 양극단 세력을 배제하면서 가운데로 집중시키는 이념지형을 갖는 것이 정책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 때문에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도탈당을 예고한 천정배 의원 등 개혁신당파 진영과는 "결국 단일대오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념과 노선이 유사한 신기남 의원의 신진보연대 등에 대해서는 "그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면 쓸데없이 함께 끌고가려고 힘 빼지 말고 아름다운 결별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감정 싸움이 되면 앞으로 대선에서 총연합군을 편성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민평련'의 집단 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29일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집단 탈당으로 갈지 나뉠지는 그때 가봐야 한다"면서 "김근태 의장 직무수행의 최종착지가 어떻게 될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고 밝혀 진퇴양난에 빠진 김 의장의 어려운 입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개혁신당파와 결국 단일대오 형성할 것"

김근태계의 좌장이자 민평련 회원인 장영달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도 김 의장의 선택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민평련에서도 장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고 있고 장 의원도 탈당보다는 원내대표에 당선되어 당을 추슬러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 원내대표 경선에 임하는 입장에서 통합신당의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워서다. 따라서 유 의원이 자연스레 '창구역'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통합신당 추진 배경과 관련 "열린우리당은 이미 복원력 자체를 잃었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통합신당을 하겠다는 것은 집권여당의 길을 버리고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며 "통합신당이 대안세력이라면 새로운 비전과 미래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만이 다시 집권의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 끝에 길이 열린다는 각오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 도당위원장인 그는 "전남·광주지역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통합신당 열망이 강렬하다"면서 "그 원인은 민주당에서 분당할 때 이념과 노선을 정립해서 양당이 노선경쟁을 했으면 좋은데 상당히 인위적으로 분당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차별성도 별로 없는 두 정당으로부터 선거 때만 되면 선택을 강요받느라 정치로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좌우통합형 신당'을 주장하는 염동연 의원이나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그분들은 범민주세력의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연합군의 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선호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임종인 의원이 '선도탈당'을 감행했는데 다른 의원들처럼 탈당을 예고한 의원이 아니어서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뜻밖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대안세력을 형성하는 흐름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탈당의 시기보다는 어떤 모양의 통합신당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급적이면 통합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준이나 40∼50명 수준은 돼야 한다는 목표를 삼고 당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임 의원의 탈당은 이른 편이다. 또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절차를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다."

- 같은 '민평련' 회원인데 다른 의원들은 전혀 몰랐나.
"전혀 몰랐다. 임 의원이 민평련 회원이지만 통합신당 의원 모임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논의할 기회도 없었고 전혀 알 수도 없었다. 독자적인 결단이라고 봐야 한다."

- 임 의원의 탈당 이후 민평련 회원들이 모이거나 별도의 움직임이 없나.
"그 때문에 회원들이 모이거나 그런 움직임은 없다."

- 다른 의원들의 탈당이나 신당 추진 움직임이 빨라질 흐름은 없지 않나.
"당내 다수 의원들은 중앙위원회가 수습을 위해 소집되었으니 29일 중앙위 회의를 지켜본 뒤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 그런데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그 전에 탈당 결행이 이뤄질 것처럼 얘기하던데.
"대다수는 29일까지는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 '민평련'도 29일 상황을 보고 집단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29일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집단 탈당으로 갈지 나뉠지는 그때 가봐야 한다. 왜냐하면 김근태 의장 직무수행의 최종착지가 어떻게 될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그날 (직무수행의) 한계를 인정해버리면 바로 신당운동으로 뛰어들 것이고 자신의 임무가 전당대회를 완수하는 데까지라고 생각하면 2월 14일 전당대회까지 민평련 주류가 집단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GT의 '살신성인' 인정해야"

- 김근태 의장의 입지가 어렵게 되었다.
"현재는 대안 부재 상황이다. 김 의장은 처음부터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비대위를 맡겠다고 했지만 전당대회 때까지는 당을 맡아서 끌고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원들이 GT(김근태)의 살신성인 자세를 인정해줘야 한다. 앞으로 국민들로부터도 평가받을 것이다."

- 임종인 의원이 탈당 회견문에서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그 메시지에 동의하는가.
"회견문을 다 읽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이념이나 노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서 생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이념이나 노선을 정제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송출'의 문제가 있었다. 그 다음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의 약화에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의 복원이다. 이를테면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정책적인 과제를 수렴해내는 기능이 중요한데 일련의 정책 수립·집행·평가 과정이 기능적으로 취약해진 데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확실한 업무분장과 단계별 기능강화를 통해서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통합신당을 통해 대안세력으로서 움직임을 보일 때 지나치게 이념적인 노선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우리당의 스펙트럼을 좁히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개혁성이 부족했다거나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보수화되었다는 관점보다는 오히려 정책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의 문제점이라고 보기 때문에 스펙트럼의 간격은 좁히되 이념노선의 대치가 수면 위로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합신당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 당내의 현실적인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진단이 아닌가.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도 당이 3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임종인 의원도 '보수파는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쳐라'고 말하는데 봉합하기에는 갈등이 깊고 스펙트럼이 넓은 것 아닌가.
"세계적인 이념지표가 중도 쪽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당도 그런 흐름을 받아들여 중도개혁의 이념지표를 갖고 창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따라서 좌우 양극단 세력을 배제하면서 가운데로 집중시키는 이념지형을 갖는 것이 정책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 때문에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내탓이오'가 아닌 '네탓이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맞지 않다는 것은 몇 차례 갈등 사례에서 이미 정리가 되었다."

- '좌우 양극단 세력 배제'라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의 '좌우 양극단'이 아니고 열린우리당 내에도 좌우 양극단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 결국 열린우리당의 '좌우 양극단 세력'을 배제하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미래가치라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복지가 핵심인데 그것은 개혁진보세력과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는 미래지향적 보수안정세력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미래가치 아래서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는 분명한 정체성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인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하고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을 공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 개선에서 무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을 완전히 방치해 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대안세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 그렇지만 중도노선이나 대통합을 표방하는 일부 의원들은 양극단을 배제하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것을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마련했고 그렇게 만들어낸 정책을 지켜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리얼리티 있는 정책을 만들지 못했고 의원들이 합의한 것을 확실하게 지켜내지 못한 차이점이 있다. 그런 요인들을 잘라내는 것이 극좌·극우의 양극단이라면, 잘라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극좌·극우라도 내부에서 충분히 합의해서 지킬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예전에 김대중 정부 때는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정당과도 정책연합(DJP연합)을 하지 않았나. 또 김 전 대통령은 현재의 열린우리당 인사들보다 더 보수·진보적인 참모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면서도 합의를 통해 그것이 개인화되는 것을 시스템을 통해 걸러내고 차단했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이 열린우리당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통합신당, 합리적 진보·미래지향적 보수 균형 이뤄야"

- '좌우 양극단 배제론'을 대입하면, 한 '극단'(사수파)은 당에 남고, 다른 한 '극단'(중도보수)은 탈당해 결국 열린우리당이 '개혁파'와 '중도보수파' 그리고 '잔류파'로 쪼개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 방식보다는 통합신당이 합리적인 진보개혁세력과 미래지향적인 보수안정세력이 균형을 갖춘 정당으로 탄생하도록 하기 위해서 제가 민평련 그룹 차원의 동의없이 먼저 창구역할로 나선 것이다. 민주화세력을 묶고 광범위하게 참여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그것이 늦춰지지 않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그런 흐름이 형성되려고 할 때 균형있게 나타나야 통합신당으로 성공할 수 있지 통합신당의 흐름이 보수색을 띠고 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 탈당을 맨 먼저 예고한 염동연 의원 같은 경우는 '좌우통합형 신당'을 얘기하고 있고,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지역구 여론을 감안해 민주당과의 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유 의원은 어느 쪽인가.
"염 의원이나 민주당 쪽이나 스펙트럼 안에서 충분히 서로 양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표현으로 '범양심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 기준은 결국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유지되어온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가치를 위해서 현재 있는 것을 버릴 수 있는 세력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은 그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연합군의 한 구성원으로써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다."

- 전남 도당위원장으로서 지역 여론은 어떤가.
"전남·광주지역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통합신당 열망이 강렬하다. 그 원인은 민주당에서 분당할 때 이념과 노선을 정립해서 양당이 노선경쟁을 했으면 좋은데 상당히 인위적으로 분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차별성도 별로 없는 두 정당으로부터 선거 때만 되면 선택을 강요받느라 정치로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자연히 우리는 호남에서의 이런 양당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호남 주민들도 열린우리당이 대안세력으로서 무기력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차라리 힘있는 견제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이다. 특히 고건 총리가 대선후보에서 퇴장한 뒤에는 구심력의 복원에 대해서 매우 절박한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따라서 호남지역의 통합신당 요구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그 강도가 크다."

- 전남·광주지역 의원 중에도 일부 의원은 통합신당을 반대하는 것 아닌가.
"호남은 한나라당이 취약하기 때문에 사실 다른 지역보다 신당 창당에 급할 이유가 없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서는 통합신당 창당에 동의하고 있다. 강기정 의원 등 일부 의원이 '질서 있는 통합'을 내세우지만 신당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 천정배 의원으로 대표되는 개혁신당파와 신기남 의원으로 대표되는 신진보연대 세력과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다음주에는 탈당 정국이 요동을 칠 것이다. 천정배 의원과는 결국 단일대오 형성하게 될 것이다. 신진보연대는 사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우리(민평련)와 이념과 노선이 가장 유사하다. 다만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차이가 나지만 그 안에서도 분기의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면 쓸데없이 함께 끌고가려고 힘 빼지 말고 아름다운 결별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 감정 싸움이 되면 앞으로 대선에서 총연합군을 편성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의 국면에서는 차이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 개혁신당을 주장하는 분들은 보수신당에도 일정 부분 반대하는데 그러면 결국 탈당을 해 흩어져 있다가 다시 통합하는 구조로 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개혁신당을 바라는 분들이 통합신당에 와서 그것을 관철해내는 양상이 바람직하지 개혁신당 따로, 중도신당 따로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통합신당은 가장 공통분모가 큰 가치 아래서 힘을 모을 때 그것이 견제세력으로서 대결하는 것이지 파편화되었을 때는 정치세력으로서 의미가 더 상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개별화 움직임은 경계하고 있다."

- 그러나 현실적으로 '질서 있는 탈당'이건 '질서 있는 통합'이건 어려워진 것 아닌가.
"'역으로 생각하면 질서 있는 통합이라는 것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우선 탈당을 실천하고 보자는 움직임도 형성되고 있다. 그것이 늦으면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여러 가지 개혁을 했지만 그것이 질서 있었기 때문에 더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나뉘어서 힘을 결집시키고 있지 못한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 열린우리당은 왜 국민에게 '실패한 정당'으로 낙인찍혔다고 보는가.
"첫째 시그널(신호)의 문제가 있었다. 열린우리당이 지향하고 있는 정강정책과는 다른 시그널이 계속해서 나갔기 때문에 국민들로서는 저 집단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포기심리를 유발했다. 두 번째는 실천력에서 무능한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들이 절실히 느끼는 현재 과제들을 뽑아내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민생과 동떨어진 정책이 입안되고, 그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리얼리티가 떨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을 설득하는 홍보수단이 취약해졌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들로부터 좋다는 지지를 받아야 추진력을 얻는 것이고 그래서 정부도 정책 선전홍보를 하는 것인데 그렇질 못했다. 또 어떤 정책이건 그것을 입안·집행한 뒤에는 평가를 해야 하는데 당의 신상필벌 기능도 취약해 전체적으로 국민들에게 무능하게 비쳐진 것이다."

- 그래서 열린우리당 내에는 다음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 정치가 일본 정치처럼 자민당의 일당 지배체제가 고착화되고 다른 정당들이 반영구적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는 1.5당 체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한다. 한나라당의 기득권 구조는 5·31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크게 강화되어 보수언론과 대기업, 그리고 보수 시민단체와 종교계까지 결합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견제기능이 마비된 이런 독과점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

-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이 '견제기능의 마비'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지만, 견제기능이 마비된 독과점의 사례를 들어 달라.
"예를 들어 북한 핵실험 당시 한나라당을 위시한 모든 냉전세력들이 북한에 대한 채찍을 강조하면서 신냉전으로 좌표 이동을 했다. 우리당의 전통 노선은 위기일수록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논리가 전혀 국민 속에 파고들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핵실험 뒤에 대화 쪽으로 바뀌었는데 우리는 거꾸로 햇볕정책의 실패로 규정해 북한을 고립화 시키는 쪽으로 전사회가 급거 이동했다. 우리가 정책 홍보와 견제기능 가진 힘있는 대안세력이라면 그런 위기가 오더라도 헤쳐 나가야 하는데 비록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균형을 잡아주긴 했지만 중간에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지 않았냐.

또 민생 문제의 경우, 양극화 해소 같은 거대담론으로 바로 가져간 것도 실책이다. 사실 시대적 조류를 보면 양극화 해소는 10년이나 20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과제이다. 그것을 5년짜리 정권이 접근해 (정책으로) 가져갈 때는 국민들이 당장 해결해야 될, 작지만 시급한 과제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취업 문제 같은 현재 당면한 과제부터 접근해 가야 하는데 오히려 거대담론으로서 양극화 문제가 꺼내 들었을 뿐이지 실제로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 아니냐. 그래서 말만 앞세우고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대통령은 개헌 추진동력 없어... 여권 제3후보 부상 가능"

- 그렇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152석이나 줬는데 정부 여당이 핵실험 같은 중대 사태가 터졌을 때 제 역할을 못하고 심지어 견제기능까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자인을 하고 탈당을 통해 통합신당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설득력이 없는 거 아닌가.
"통합신당파는 지금의 열린우리당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복원력 자체를 잃었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 실정을 하면 정부와 여당이 공동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통합신당을 하겠다는 것은 집권여당의 길을 버리고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합신당이 대안세력이라면 새로운 비전과 미래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만이 다시 집권의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 끝에 길이 열린다는 각오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 탈당을 해서 통합신당을 만든 뒤에 다시 노무현 대통령과 손을 잡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봐야 하나.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정치에 아무리 관심이 많더라도 자연히 정치로부터 멀어질 것으로 본다.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데 정치는 결국 정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임기말 대통령이 힘을 쏟을 분야는 그동안 벌여놓은 정책과제들을 임기 내에 효율적으로 마무리해서 다음 정권에 넘겨주는 것이다."

- 탈당 국면으로 개헌 문제는 소강 상태가 되나.
"다음주에는 탈당 문제로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다.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할 동력이 없다.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더라도 정치권 내에서 실무절차적으로 마무리가 되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문제는 또 신당 추진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대선에서 한국 사회는 새로운 리더십 창출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신속히 파악해 각 계층간의 '기브 앤 테이크'를 신속하게 시현해 조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을 단결시키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과거에는 낮은 단계에서 쉽게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고도화된 리더십을 갖추지 않으면 그런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고갯마루에 와 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고도화된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할 때가 왔다고 본다."

- 지금 여권에 그런 후보가 있다고 보는가.
"현재의 후보들과 새로운 후보들이 앞으로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통해 그 진면목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또 앞으로 경쟁과 검증과정을 통해 많은 변화가 수반될 것이다. 국민의 수준이 훨씬 더 높아졌고 국제화된 지도자의 기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그동안의 대선 과정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드러난 후보들의 면모는 '거품'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그래서 현재 낮은 지지도를 갖고 있는 군소후보나 아직 거론되지 않은 제3의 후보들도 경쟁이 본격화되면 충분히 부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오마이뉴스.2007-01-23 김당(dangk) 기자 /사진 이종호>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